최근 비행기 탈 일이 생겨서 아이 좋아 하고 있다가 꽤나 골치아픈 일을 알아버렸다. 바로 ‘배터리 휴대 및 수하물 제한 정책’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냥 막 가지고 탔는데 이젠 그게 안 되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압력이나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있어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이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수하물 칸에 실려 가다가 폭발해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꽤 있었다고. 일반인 몸을 팔아도 살 수 없는 비싼 비행기니까 승객을 제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국제기구가 제한 정책을 내놓으니 각 나라 공항과 항공사들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운송기준 강화 내용
(‘15. 1월) 리튬메탈배터리 여객기운송 금지
(‘15. 5월) 전자담배를 부치는짐(위탁수하물)으로 운송금지
(’16. 4월) 리튬이온배터리 여객기운송 금지(화물기운송 시 충전율 30%로 제한)
리튬 배터리 휴대 관련 규정
인터넷 글이나 기사 등에서 ‘보조 배터리’라고 표기하고 있어서, 샤오미 보조배터리 같은 것만 해당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리튬 배터리 모두가 해당된다. 예를 들면 카메라 배터리 같은 것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에는 ‘여분 리튬 배터리’라고 표기해 놨다. 보조배터리라는 표기보다 안 헷갈릴 수 있는 표기일 듯 싶다.
규정에는 모든 단위가 와트시(Wh)로 나와있는데, 배터리에는 이 표기가 없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도 이건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흔히 샤오미 보조배터리 1만 짜리라고 부르는 것의 밑바닥을 보면 이런 게 적혀 있다. 10000mAh, 3.6V. 여기서 밀리(m)를 없애주면 이건 10Ah, 3.6V 짜리 보조배터리인데, 이 숫자들을 단순히 곱해주면 된다. 그럼 이 배터리는 36Wh 라는 걸 알 수 있다 (더 쉽게는 설명 못 하겠다).
10000mAh → 10Ah X 3.6V = 36Wh
따라서 샤오미 보조배터리 10,000짜리는 100Wh 이하 배터리이므로 휴대하고 탑승할 수 있다. 사실 웬만 한 노트북 용 배터리도 100Wh를 넘지 않는다. 정말 큼지막해서 ‘이건 좀 의심해봐야겠다’ 싶은 게 아니라면 일단 휴대하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위 표에서 봤듯이, 이제 모든 리튬 배터리는 수하물로 부칠 수 없다는 것만 일단 알아두자.
7월부터 리튬배터리는 1인당 5개까지만 허용
지금까지 한국에선 항공사별로 규정을 정하고 대체로 적당량은 허용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2016년 7월부터는 아예 정부 차원에서 리튬배터리 휴대를 제한한다. 비행기 탑승 시 리튬배터리를 1인당 5개 까지만 허용한다고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다시 말하면 7월부터는 이제 세관 검색대에서 ‘여분 리튬배터리’를 5개 넘게 가지고 있으면 압수해서 폐기한다는 뜻이다. 휴가철 시작하면서 룰루랄라 여행 가면서 사진 많이 찍어야지 하고 배터리 엄청 가져가는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할 듯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검색대 직원들도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 미리 알아두고 대처하는 수밖에.
국토교통부가 ‘여분 배터리’라고 표기했으므로, 기기에 장착된 배터리는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도 용량이 너무 크면 위 표에 나온 규정에 따라 제재당할 수 있다.
중국 항공사, 중국 경유시 배터리 2개
그나마 우리나라는 괜찮은 편이다. 중국은 예전부터 이미 리튬 배터리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시행하고 있다 한다. 중국국제항공이나 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항공사들의 공식 규정은 ‘리튬 배터리는 2개까지 휴대 가능’이다.
특히 광저우 공항 검색대가 이 배터리 규정을 굉장히 깐깐하게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이미 카메라 배터리나 샤오미 배터리 등을 압수당한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다. 잘 모르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수하물로 부쳤을 경우, 짐을 임의로 다 꺼내서 배터리만 분리해서 버리고 보내준다는 경험담도 있다(아이폰은 어떻게 할지 궁금한데, 실험 해보긴 싫다). 따라서 중국 항공기나 중국을 경유할 경우엔 여분 배터리는 2개만 가지고 가도록 하자. 그리고 배터리가 있는 물건은 절대 수하물로 부치지 말자.
그리고 중국 공항 검색대에선 조그만 리튬 배터리라도 용량 같은 게 안 적혀 있거나 지워졌을 경우는 무조건 압수해서 폐기처분 한다는 말도 있다.
대안이랄까
싼 맛에 중국 경유 중국 항공기 표를 끊어서 지금 배터리 문제 때문에 죽을 맛이다. 카메라 배터리만 해도 평소에 여분을 3개 정도 들고 다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뺏기든가 비행기 못 타든가 둘 중 하나뿐인데.
이런 고민 중에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꼼수를 제안해보겠다. 일단 노트북을 배터리 용량 큰 걸로 장만해서 들고 가서 보조배터리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DSLR 경우는 세로그립을 장착해서 배터리를 안에 가득 채우는 방법도 있을 테다(일단 장착된 배터리니까. 근데 이건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예전에 AA배터리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이 있었다. 아직도 팔지는 모르겠는데, 이걸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장사 좀 될 듯). 그리고 AA 배터리는 일단 알칼라인이고, 충전되는 AA도 주로 니켈망간이므로 리튬이 아니다. 이건 당당하게 여러 개 들고 가서 ‘이건 리튬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최대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는 태양광 충전기에 눈독을 들여보는 것도…
어쨌든 여분 배터리를 2개로 제한해놓으니 좀 이것저것 걸리는 부분이 많다. 여행지에서 돌아다니다가 내 카메라 배터리 다 떨어지면 누가 책임져주나. 엉엉. 물론 중국만 피하면 일단 배터리 5개 까지는 허용될 듯 하니, 조금은 여유롭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아무쪼록 7월은 아직 좀 남았으니, 그동안 좋은 대책 마련하시기 바란다.
원문: EMPTY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