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예전처럼 메모지와 볼펜을 항상 갖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대중화된 이후에 어지간하면 이런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하려고 한다. 요즘은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서 뭔가를 적거나 하는 것이 더 어색하다.
손쉽게 휴대 가능하고, 사용이 편한 스마트폰을 어지간한 사람들이 다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된 이후에 이런 메모지와 볼펜을 이용한 아날로그식 메모는 주변에서 많이 사라진 듯싶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없다. 나이가 좀 있으신 어르신들도 메모지와 볼펜이 아닌 스마트폰에 뭔가를 적는 것을 종종 보곤 하니까 말이지.
그러다 보니 과연 어떤 메모 앱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든 메모 앱들이 많이 나온 이 시점에서 나에게 맞는 메모 앱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 내 기준에 따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 주변의 어떤 분은 이렇게 이용하시는 분도 봤다. 구글의 지메일을 이용하는 것인데,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기본 메일 앱을 통해 메모를 할 때 자기 자신에게 메일로 메모 내용을 적어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태그를 달아서 자동으로 지메일이 분류하도록 하고, 그것을 스마트폰이나 PC에서 태그 분류를 통해서 메모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것도 훌륭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왕이면 잘 나와 있는 메모 앱과 서비스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는 메모 앱이 몇 개가 있다. 에버노트(Evernote)와 MS의 원노트(OneNote), 구글의 구글 킵(Google Keep)이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기본 메모 앱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쓰는 사람들 중에는 S노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모든 모바일 플랫폼에서 다 사용할 수 있는 메모 서비스는 에버노트와 원노트, 구글 킵 정도가 있는데, 그중에서 그래도 여러 가지로 활용도가 높은 메모 앱이라면 역시 에버노트와 원노트의 양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고 빠른 입력, 강력한 동기화가 강점인 에버노트
에버노트는 에버노트사에서 만든 메모 서비스로 모바일용 앱(스마트폰, 태블릿용 모두 제공)과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톱용 어플리케이션(윈도우와 OS X 모두 제공), 그리고 웹 버전을 모두 제공한다. 에버노트의 강점은 간단하면서도 빠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기화 기능이다.
내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의 사용성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에버노트는 스마트폰용 메모 앱으로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노트와 노트를 묶어놓은 노트북, 그리고 그 노트북을 묶은 스택이라는 구조는 마치 PC에서 폴더(디렉토리)의 구조처럼 관리할 수 있다.
에버노트는 손쉽게 모바일에서도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기반 자체는 기본적인 메모, 즉 텍스트 입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자의 크기와 모양은 손쉽게 조절할 수 있지만 들여쓰기, 내여쓰기, 글머리 등의 꾸밈에는 조금 부족한 면모를 보인다. 또한 표 기능이 많이 부족하고, 그림이나 사진 등을 넣을 수는 있지만 불편한 감이 있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메모라는 컨셉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기능을 요구한다면 에버노트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한다면 노트북에서, 혹은 PC에서 에버노트를 이용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기반 자체는 모바일 앱이기에 편집 기능은 데스크톱 버전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는 것보다는 한결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에버노트를 이용해서 책을 쓰곤 하는데,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면 PC를 이용하지 않고 태블릿용 에버노트만으로도 충분히 작업할 만한 수준이 된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 회의할 때 회의 노트로 에버노트를 이용하는데,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해 회의록을 적어서 보관하고 공유한다. 그 외에도 어떤 문서를 작성하기 전에 기본 자료들을 정리할 때나 문서의 목차 및 개요를 잡을 때도 태블릿 버전 에버노트를 이용해서 작업하곤 한다. 여기서 작업한 내용을 PC에 동기화시켜 보면서 나머지 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므로 꽤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에버노트의 장점과 단점
에버노트의 장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입력이 간단하면서도 편하고, 앱 자체가 크게 무겁지 않아 빠르다는 점이다. 동기화 속도도 빠른 편이라 모바일에서 작성한 내용을 데스크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물론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서 시간 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 반대로 데스크톱에서 작성한 내용을 모바일에서 손쉽고 빨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데스크톱에서 작성한 내용을 모바일의 화면에 맞춰서 재정렬해서 보여주는 기능도 잘 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메모, 즉 텍스트 입력을 기본으로 시작했던 앱인지라 편집 기능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버전이 올라가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표 기능도 약하고 글머리 부분도 약하다. 그림이나 사진을 넣을 수 있지만 상당히 불편하고, 직접 그리는 경우에는 스키치나 혹은 외부 앱을 통해야 한다. (그 덕분인지 에버노트용 서드파티 앱들이 많다. 기능도 다양하다. 이것들을 잘 이용하면 에버노트를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OCR 검색이 잘 되는 편이어서 이미지 안의 텍스트 검색도 잘 된다. PDF 내용 검색도 잘 되기 때문에 노트 안에 저장된 PDF의 내용을 검색을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서드파티 앱이나 도구들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스캐너 등을 이용해서 외부의 문서들을 디지탈화 시켜서 저장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즉, 편집 기능 자체는 좀 약하지만, 간단하면서도 편리한 입력 기능, 강력한 검색 기능 등을 이용해서 개인 데이터베이스로의 활용이 가능한 것이 에버노트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막강한 편집 기능과 체계적인 분류가 장점인 원노트
원노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노트 어플리케이션으로 MS 오피스의 구성원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간단한 메모 정도를 기록할 수 있는 용도로 시작한 듯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메모 앱들이 인기를 끌면서 MS도 원노트의 기능을 대폭 개선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MS 오피스의 구성원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에버노트에 비해 원노트는 좀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다. 모바일에서 앱을 실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동기화에도 시간이 좀 걸리고, 어떤 경우에는 동기화가 밀리기도 한다. 원노트의 기본 구성 자체가 MS 오피스를 기반으로 되어있는 데다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OneDrive)를 통해 동기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원드라이브의 속도에 따라서 원노트의 속도가 결정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윈도우 10 출시 이후에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원드라이브는 느린 속도로 악명이 자자했다.)
원노트의 기본 구조는 페이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모아놓은 세션이 존재한다. 세션들은 필기장이라는 묶음으로 관리가 된다. 하지만 그 관리 구조는 에버노트처럼 폴더 형식이 아닌, 필기장이 원노트의 파일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에버노트의 경우 모든 스택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관리가 되는데, 원노트의 경우 필기장 단위로 관리 및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에버노트와 달리 주제별 필기장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용 원노트는 생각보다 많이 느리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원드라이브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동기화에 시간이 걸리고 로딩 시간도 길다. 가끔은 원드라이브의 뻗거나 해서 동기화가 누락되는 경우도 에버노트에 비한다면 훨씬 잦다.
하지만 에버노트와 달리 원노트는 편집 기능이 강력하다. 거의 워드 수준의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모바일에서 그 정도의 편집까지는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글머리나 다단 편집 등은 에버노트와 비교가 안 된다. 그림이나 사진을 넣고 편집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처에 따라서 더 유용하게 쓸 수도 있다. 에버노트보다 기능적인 면만 봐서는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원노트의 태블릿 버전은 어떻게 보면 애매하다. 기능만 봐서는 데스크톱용, 즉 윈도우 8 이상에서 제공하는 원노트 앱과 거의 동일하다. 스마트폰 버전의 가로 확대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원노트 자체 편집 기능이 워낙 우수하기 때문에 워드 수준의 편집을 태블릿에서도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무겁다. 동기화가 느리고 앱 실행 속도나 로딩 속도가 에버노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래서 태블릿 사양이 낮거나,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쓰다가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회사의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할 때에는 종종 원노트를 이용하는데, 주제별로 필기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관리되는 에버노트보다 더 집중적으로 자료를 모을 수 있고, 또 주제별로 세션을 나눠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자료를 모으는 것은 에버노트를 이용하지만(일단 웹 클리핑 기능이 좋아서), 그 자료들을 분석해 업무에 맞게 정리하는 것은 원노트를 이용한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처럼 대학원에 다닐 때 강의 내용을 적는 것도 원노트를 이용했었는데, 꽤 유용하게 사용했다.
원노트의 데스크톱 버전은 두 가지로 제공된다. 하나는 윈도우 8 이상부터 제공하는 모던 UI용 앱으로, 윈도우 10부터는 일반 데스크톱 화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던 UI용 앱은 태블릿 버전과 거의 동일한 UI 및 기능을 지닌다. 그리고 또 하나는 MS 오피스에서 제공하는 원노트로, 기존 MS가 제공해왔던 MS 오피스의 하나의 기능으로 제공되는 녀석이다.
참고로 내 생각에는 MS 오피스 2016에서 제공하는 원노트가 가장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MS 오피스 2010에서 제공하는 원노트보다는 MS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모던 UI용 원노트가 훨씬 쓰기가 편하다. 윈도우 10 사용자라면 MS에서 제공하는 원노트 무료버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원노트의 장점과 단점
원노트 MS 오피스 2016 버전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일부 고급 기능을 제외하면 워드 수준과 다를 게 없기에 원노트만으로도 어지간한 작업이 가능하다. 사진이나 그림의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며, 표 기능이나 글머리 기능도 우수하다. 편자 필기장과 세션 개념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주제만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에 뭔가 책과 같은 자료를 만들어 활용하고 싶다면 에버노트보다 오히려 원노트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원드라이브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동기화에 시간이 좀 걸리고, 모바일에서는 상당히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에 맞춰서 잘 정돈해서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태블릿 버전에서는 크기에 맞춰서 정렬해서 보여주는 기능이 잘 구현이 안 되어있는지 좌우 스크롤이 생겨서 보기가 불편한 점도 있다.
참고로 에버노트와 원노트 둘 다 웹 버전을 제공하기 때문에 데스크톱용 어플리케이션이 없어도 웹을 통해서 열람 및 편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웹 버전보다는 역시나 데스크톱 버전이 이래저래 쓰기는 편하다. 둘 다 말이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간단하게 에버노트와 원노트에 대해서 살펴봤다. 내 경우 주력 메모 앱은 에버노트다. 이유는 앞서 얘기했듯이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에서 뭔가를 메모해야 하는 상황이 많고, 또 스마트폰에서 열람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동기화 및 빠른 열람이 중요한 요소였다. 그렇기에 원노트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빠른 에버노트를 주력 메모 앱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자료를 정리하거나 백데이터를 만들 때에는 에버노트와 원노트를 함께 이용하며,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서 주제별로 내용을 정리해야 할 경우에는 에버노트보다는 원노트를 이용한다. 상황에 따라서 양쪽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다.
결국 어떤 메모 앱이 더 우수한가가 핵심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사용 환경에 맞춰서, 그리고 다루는 데이터의 유형에 따라서 맞는 앱을 고르는 것이 맞는 답이다. 사용하는 기기가 맥 계열, 즉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이라면 에버노트나 원노트보다는 오히려 기본 메모 앱을 사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동기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에버노트나 원노트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OS 단에서 작동되는 만큼 훨씬 더 안정적이고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iOS와 OS X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메모 앱의 기능도 상당히 높아진 탓도 있겠다.
결론은 그냥 내가 잘 쓰는, 내게 필요한, 원하는 앱을 골라서 적절히 잘 사용하자.
원문: 학주니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