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읽는 독자 중 상당수는 소위 ‘업자’ 즉 과학계에 어떤 형태로든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급변하는 세태에서 업자로써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55555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55555력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면 자신의 관련 분야, 혹은 인접분야가 돌아가는 상황에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프라인/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였으며 물론 그 중요성은 지금도 결코 만만치 않다. 따라서 어떠한 오프라인 인적 네트워크에 속해있냐(국가/기관/지인)에 따라서 정보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존에는 이러한 오프라인 인적 네트워크라는 것의 격차가 넘사벽이었다면 지금은 노55555력에 의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능하신 구글님이 보우하사(…) 그러나 문제는 노55555력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얼마나 요령있게 하느냐(노55555력을 요령있게 하라는 이야기는 상당히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에 따라서 정보섭취의 격차는 또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수 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이러한 과학정보를 섭취하는 요령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아직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쪼랩 업자를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감안하기 바란다.
1. 최신 문헌에 익숙한 사람이 된다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흥, 논문 검색 정도 안해보는 사람이 어디있어?” 라고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헌으로 출간되는 논문을 당신이 어느 시점에 인지하느냐다. 만약 당신의 생업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논문을 출간으로부터 일주일 내에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혹은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 당신은 이미 그 바닥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논문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이미 해당 연구가 적어도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종결되었다는 것이다. 논문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바로 그 순간은 해당 연구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사람이 그 소식을 알아야 하는 ‘데드라인’에 가깝다. 만약 일주일, 늦어도 한달 안까지 그런 논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당신은 해당 연구에서 어차피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특정한 걸그룹의 팬이라고 주장하면서 신곡이 나온지 일주일, 심지어 한달 동안 몰랐다고 한다면 팬질 할 자격 있나. 아니면 즐겨 시청하는 미드,일드,한드,아니메 등등의 최신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는데 그걸 일주일 내내 모르고 있다면 역시 님은 해당 분야의 ‘팬’ 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연구 또한 마찬가지입네다.
따라서 결코 수동적인 논문 검색으로만으로는 이렇게 빠르게 관련 논문이 나오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관련된 논문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서 그 소식을 알수 있도록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 중의 하나로 이미 PubMed와 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논문이 뜨면 그것을 RSS 피드로 보내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특정한 키워드를 통해서 검색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저자의 이름과 소속, 혹은 특정 저널에 실린 특정 키워드를 가진 논문 등과 같은 복합적인 필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신과 관련된 연구자(특히 경쟁자!)라면 그가 어떤 논문을 내서 PubMed에 올라간 그 당일에 아는 것 정도는 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명심하라.
2. 논문으로 출판된 것이 ‘최신’이 아님을 명심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정식으로 논문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은 그 연구가 적어도 몇 달, 심하면 몇 년 전에 끝나서 기나긴 논문 리뷰 및 리비전 과정을 거쳐서 이제서야 등장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즉 ‘최신 논문’은 대중에게 공개된 지 ‘최신’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인류에게 알려진 지는 ‘최신’의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문 형태로 공개되고, 일반인이 관심있을 내용이라면 풀어서 매스컴이 보도해버리기 전에 연구 동향을 미리 아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극소수의 ‘관계자’들이나 알 수 있는 내용을 미리 안다는 것은 자신이 ‘관계자’가 되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약간의 노5력이 있으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리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프리프린트: 사실 물리학과 같은 분야에서는 정식 논문이 나오기 전에 일단 arxiv.org와 같은 프리프린트 서버에 논문을 올림으로써 처음 연구결과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개의 생명과학 관련 연구의 경우에는 ‘대중에게의 연구 결과 공개’가 논문 온라인 공개 시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나 점점 이 추세는 바뀌고 있다. 가령 Cold Springs Harbor Laboratory에서 몇 년 전에 런칭한 Biorxiv와 같은 생물학 관련 프리프린트 서버가 점점 활성화되는 것처럼 이제 생물학 분야에서의 연구결과도 정식으로 논문이 출현하기 전에 프리프린트 서버에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특히 지노믹스/생물정보학 분야의 경우 이미 이것이 어느정도 일상화된 관례가 되었음을 명심하자.
- 특허 검색: 연구결과를 학술논문으로 출원하는 것과 특허 출원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특히 특허 출원 자체가 학술논문의 투고보다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허 출원은 그 출원시점으로부터 18개월 이후에는 공개되게 되는데, 가끔은 논문의 출판보다 특허가 공개되는 시점이 더 빠를 수 있다.
- 리뷰: 사실 저널에 투고된 남의 논문을 왜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들여서 리뷰를 해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부상조 정신 등등) 일단은 아직 출판되지 않은 남의 결과를 들여다볼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앞으로 출판되려면 최소한 몇 달, 혹은 일이년이 걸릴수도 있는 결과를 미리 알고, 여기에 ‘훈수’까지 둘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악용하여 경쟁자의 연구를 지연시키고, 자신들이 먼저 새치기를 하는 행각을 벌이곤 하는데 그러지 마라. 이것 역시 연구 부정으로 간주되고, 리뷰 시에 ‘Conflicts of Interest’가 있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다. 또한 자기 자신이 리뷰를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남의 결과를 입수하는 경우도 문제시되고 있는데 이 역시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실제로 이런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현실과는 별개 문제로 말이다.
- 학회: 사실 비싼 돈을 내고 학회에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의 리프레시를 위한 학회 빙자 여행? 물론 이러한 요인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학회에 가는 가장 큰 목적은 아무래도 아직까지 논문화되지 않은 결과를 바로 생생하게 듣고, 여기에 대해서 저자와 직접 토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학회에 이미 출판된 결과만을 들고 가서 발표하는 것 역시 지양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논문으로 공개된 것은 이미 다 읽었다! 물론 학회장에서도 경쟁자가 뭐 하나 살펴보고, 경쟁자가 뭔가를 진행중이라고 하면 잽싸게 이를 추종하는 소위 ‘패스트 팔로워’가 많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학회에 최신 결과를 발표할 때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 아닐까. 요즘은 일부 학회에서는 학회 발표 내용을 청중들이 트위터 같은 SNS 상으로 트윗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비싼 돈을 내지도 않고 학회에서 발표되는 최신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으므로 개꿀 중의 개꿀이 아닌가! 보통 주요 학회가 진행될 때 특정한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학회 관련 트윗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세미나: 국내외의 연구기관에서는 종종 외부 연사를 초빙하여 세미나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사실 초빙되는 연사의 수준은 해당 기관의 학계에서의 위치와 어느정도 연동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명망이 높은 기관일수록 명망이 높은 연사를 초빙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명망이 높은 기관에 근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이익이라면 유명한 연구자, 아니면 학게의 떠오르는 신성 등등 캐리어의 여러 단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들의 따끈한 연구 결과를 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명망이 떨어지는 곳에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의 기관에서 이러한 초빙 강연을 녹화하여 공개한다! 심지어는 iBiology와 같은 비영리 조직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만을 섭외하여 세미나 동영상을 제작하여 올려준다. 사실 ‘이런 게 있는지조차 몰라서 못 찾는’ 것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볼 시간이 없어서’가 문제인 것이다.
3. SNS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립해야 한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55555력을 하더라도 개인의 노55555력은 집단을 이기지 못한다. 즉 자기 자신이 아무리 잘난 척 하고 깝죽대봐야 업자 다수가 수집하는 정보를 한 사람이 능가할 수는 없는 법. 즉 자신에게 적절한 정보를 줄 인적 네트워크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있어서 요즘은 SNS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SNS는 그냥 먹방 사진이나 올리고 여행갔을 때 자랑질하는 용도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물론 그 용도로써도 중요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당신의 SNS 탐라(타임라인)는 유용한 정보를 알아서 띄워주는 정보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을 넘어서 SNS는 새로운 연구협력자, 동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도’가 괜히 볼드체로 된 게 아니다
특히 SNS가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핫 토픽으로 대두되는 뉴스가 나왔을 때(비소미생물, STAP Cell) 이들에 대한 의견이 처음 개진되고 검증된 것 역시 SNS였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의 추세는 주요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학회에서 발표되는 연구 결과를 바로 트윗 등으로 날리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 누구를 팔로잉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최근의 SNS는 개인의 사교장의 용도보다는 외부 소식의 링크, 혹은 SNS 내에서 글을 퍼블리싱하는 일종의 ‘개인미디어’ 의 용도로 진화하고 있다. 과학의 경우에도 이렇게 최신의 소식을 정리하여 큐레이션해주는 유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굳이 나라곤 안했다(…)물론 이런 유저들 중에서 저명한 과학자가 있을 수 있지만 반면 정보전달의 역할에 더 전념하는 사람도 있다.역시 이게 저라곤 안했거든요(…)사실 외국의 경우 저명한 과학자 중에서 SNS 헤비 유저들이 많다. 가령 PLoS의 창립자인 UC 버클리 교수 Micheal Eisen 이나 그의 동생이자 UC Davis 교수인 Jonathan Eisen, 인체유전학에서 입심 쩌는 것으로 유명한 Daniel McArthur, EMBL-EBI 의 소장인 생물정보학자 Ewan Birney, 그리고 유명한 식물학자인 Max Planck의 Deflet Weigel 등은 SNS 헤비유저라고 쓰고 트잉여라고 읽는저명 과학자의 일부이다.
- 어떤 SNS를 사용하느냐 그것 역시 문제로다: 첫번째의 선택은 연구자에게 특화된 SNS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범용의 SNS를 선택해야 할지의 문제일 것이다. 연구자에게 특화된 SNS로는 Researchgate와 같은 것이 있으며 이런 것은 주로 개인의 논문 업적을 자동적으로 추적해주며,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의 연구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커뮤니티나 토론의 장으로써의 기능은 조금 미약한 편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범용적인 SNS의 경우, 일단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따라서 좀 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SNS의 특성상 과학에 편중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남들은 애기 사진 올리고 여행 간 사진 올리는데 나만 논문이 어쩌네 저쩌네 하면 좀 뻘쭘하잖슴…)그러나 요즘은 그룹이나 페이지와 같이 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페이스북과 같은 범용의 SNS를 이용하여 충분히 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트위터의 경우에는 읽기 전용으로 사용하여 외국의 저명 과학자들을 팔로윙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국내의 과학자들과 교류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느니라: 이렇게 타임라인을 잘 구성하여 자신이 원하는 과학정보가 배달되도록 하는 것은 좋다. 다음 단계라면 활발한 인터렉션을 통하여 교분을 넓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SNS 등을 통하여 알게 된 과학자들과 오프라인에서 교류를 적지 않게 하고 있으며 일부의 경우에는 협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 출발은 흥미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덧글 하나, 메시지 하나가 될 수 있다.
무플보다 악플
4. “직접 물어보기” 의 위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인터넷상으로 아무리 정보를 수집하고 SNS를 잘 이용하더라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오프라인 인맥인 것이다. 즉 현재 어디선가 진행중인 연구가 있고, 이런 진행상태를 직접 물어볼 수 있고, 그리고 이것을 답해줄 수 있냐 없냐 수준의 긴밀한 인맥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인맥을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실험실, 학맥, 직장인연과 같은 것 물론 중요하지만 (직장을 옮기면 다시는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는가? 자신이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보자!) 자신이 오프라인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받기를 원한다면 자기 자신도 타인에게 그만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 정리를 하지 않으면 잊어먹으니 정리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일진대,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정리를 하기를 바란다. SNS 에 정리하는 것은 자료의 휘발성 문제/검색의 용이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 관계로, 블로그 혹은 OneNote, Evernote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정리해 두는 것도 좋다. 물론 이러한 것을 공유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실 자기 자신이 생산한 정보가 아닌 어디선가 얻은 정보라면 그냥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남이 생산한 정보를 정리하는 것 쯤은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도 하는 일이다! 사실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남한테 자료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블로그 주인도 정리를 안 하면 까먹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