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화가, “조영남 ‘화투’ 내가 그려”···조씨 “미술계 관행”
조영남 말이 맞다. 이건 미술계의 천 년이상 넘게 진행되어 온 세계적 관행으로, 법적으론 처벌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조영남은 도덕적으로 예술가의 양심으로 비난 받아야만 마땅하다. 또 그의 치기 어린 행위가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한국의 미술계와 함께 깊이 반성해야만 한다.
아이디어만 제공하는 관행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다. 일찍이 바로크 시대 플레미시의 대표적 화가 루벤스는 당시 수십 명의 도제를 거느리고 수천 점의 그림을 양산했다. 물론 대부분 제자들이 그린 그림들이다. 루벤스는 눈동자만 수정하고 사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루벤스를 비난하며 그림도 그릴 줄 모르는 사기꾼이라고 하자, 그는 많은 사람들을 작업실로 초대해 직접 실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남농 허건(許楗 1908~1987)은 소나무로 유명하다. 그의 낙관이 들어간 작품 중에 상당수가 제자들의 그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제자들이 잘 그린 그림에 직접 자기 사인을 하고 낙관을 찍고는 제자들에게 그 그림을 주었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팝아트의 앤디 워홀은 팩토리란 이름으로 자신의 작업실을 부르고 판화 등을 대량 생산했다. 물론 100% 판화 작가의 작업이고 앤디는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 때로는 메모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아무도 그의 작업에 대해서 시비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부분 대가로 군림하고 있는 조각가, 특히 석조 조각가의 작품은 스케지만 해 준 것을 중학교 졸업한 석공들이 돌가루를 마셔가며 하루 종일 힘들게 쪼아 만들거나 제자들이 만들어 준 것들이다. 이들은 수 억의 작품을 만들면서 일당만 겨우 챙길 뿐이다.
요즘 한국의 몇몇 대형작품을 하는 인기 젊은 화가들도 조수를 고용해 작업에 동원해 매우 싼 인건비로 그림을 그리게 해 수천 만원의 차액을 챙긴다.
따라서 이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왜냐면 그림은 이제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것이고, 머리로 그리는 사람을 대행하여 손만 발달한 기능공들이 그것을 대행해 주는 것은 조영남의 말마따나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다.
마치 사진 예술이 사진작가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과 머리만 사용하고 사진기와 컴퓨터 등 기계로 작동되지만, 누구도 시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술을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은 종이(책 저작물 등)가 아니라 그것이 말하는 가치를 사는 것이고, 캔버스(그림) 돌이나 구리 청동(조각품 등) 물질이나 이것을 가공한 인건비를 사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예술정신’, 창작 정신과 그것을 만든 영혼에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영혼 값’이 아니라 그것으로 환기되고 자각되는 ‘스스로의 영혼’의 값인 것이다. 즉 관객이나 독자의 값인 것이다.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세계의 상황을 바로 알아야 하는 것이, 부지런히 머리써서 노력하고 창의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몸보다는 머리를 써서 살아야 하는 것이바로 이런 까닭이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10만원 짜리 대작작가 ㄱ씨, 유감스럽게도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게 되어 있다. 예술 뿐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 재주 부리는 놈 따로 돈 받는 분 따로 계신다.
물론 조영남의 지나친 행위와 치기어린 예술 장난… 그리고 인기인이라는 것을 이용해 상업적으로 장난치는 화랑의 주인들인 도덕적으로 비난하여야 하지만, 자본주의 논리론 이들이 잘난 놈들인 것이다. 이게 바로 냉엄한 현실이다.
참 슬픈 일이지만 자신의 손발을 학대하듯 고생시키는 사람들은 마누라 손발도 고생시키고 자식들의 손발도 대를 물려 고생시키는 것이 또 공식이다. 우리 부친이 이같은 분이시지만…
비난하는 손가락질만 보고 덩달아 소리치지 말고 무엇이 진정으로 잘못된 것인가… 이런 기사로 생각해 보시는 것이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