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3, 돌풍이 분다
지난 3월 31일 발표된 테슬라 모터스의 신작 ‘모델 3’가 이틀 만에 276,000대, 일주일만에 325,000대 예약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 대부분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한국도 발매국에 포함되면서 때아닌 전기차 열풍이 몰아닥치는 중이다.
모델 3는 기본 모델 35,000달러(약 4천만 원), 평균 42,000달러(약 4천 8백만 원)를 목표로 하는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이다. 같은 회사의 전작 테슬라 모델 S가 7만~11만 달러, 테슬라 모델 X가 13만 달러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모델 3를 출시하면 테슬라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테슬라는 10년 전 짰던 마스터플랜에 따라 고가의 스포츠카에서 출발해 대중적인 세단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왔다.
눈부시게 섹시하다
테슬라 모델 3는, 같은 회사의 고가형 모델만큼은 아닐지라도, 눈부시게 섹시하다. 우선 멋진 디자인. 매끄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전기자동차는 못생겼다는 선입견을 깨부쉈다. 기존 가솔린 자동차를 아득히 뛰어넘는 가속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델 3 역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 단 6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섹시한 점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가솔린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도 없고, 에너지 효율도 훨씬 더 뛰어나다.
테슬라가 한국에 온다, ㅍㅍㅅㅅ
엘론 머스크, 현실의 아이언맨이 꿈꾸는 세상, ize
현존하는 아이언맨, 엘론 머스크의 생애, ㅍㅍㅅㅅ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더 섹시하다. 현실의 아이언맨이란 별명처럼, 괴짜같은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그걸 현실로 만드는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판 아이언맨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그의 생애를 모티브로 삼았다 하니 두말할 필요가 있으랴. 테슬라는 끝내 전기차 대중화에 성큼 다가섰고, 그가 CEO로 있는 또다른 회사 스페이스X는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우주선을 발사하고 지구로 무사 귀환시킨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자동차계의 아이폰?
테슬라는 흔히 애플에 비견된다. 좀 더 정확히는, 애플 아이폰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휴대전화 업계는 노키아와 삼성, 모토롤라가 지배하고 있었다. 애플은 압도적인 성능과 UI, 이에서 비롯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회의적인 시선이 만만찮았다.
통신업계와 기존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밀착된 관계를 깰 수 있을 것인가? 통화 품질 등에 있어 기존 제조사들의 노하우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 양산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아이폰이 성공한다 해도, 이미 잔뼈가 굵은 기존 제조사들이 금세 아이폰 수준의 스마트폰을 양산할텐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스티브 잡스도 초기 아이폰의 시장점유율 목표를 1%로 잡을 정도로, 이 시장은 레드오션중의 레드오션이었다.
그러나 – 이후의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폰은 왕좌에 올랐고, 기존 강자들은 삼성 정도를 제외하곤 힘도 못 쓰고 추락하고 말았다.
테슬라 모델 3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 친환경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선이 만만찮다. 안정성, 신뢰성에 있어 기존 제조사들의 노하우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 양산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모델 3가 성공한다 해도, 이미 잔뼈가 굵은 기존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할텐데 테슬라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테슬라의 팬들과 IT 마니아들은, 아이폰이 그러했듯이, 테슬라도 이 회의적인 질문들을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분쇄해버리리라 믿는다.
테슬라를 보는 또다른 시선
그러나 모두가 모델 3를 우호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버지는 이렇게 말한다.”테슬라는 다음 세대의 애플이 아니다”.
Tesla is not the next Apple, the Verge
아이폰은 놀라운 성능과 UI로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자가 되었으나, 사실 아이폰을 직접 만드는 건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아니다. 중국의 폭스콘 등이 대규모 계약을 맺고 아이폰을 양산하고 있다. 아이폰은 자동차에 비하면 훨씬 단순하고, 양산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지 않다. 아이폰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나은 점은 어디서 조립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디자인되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느냐에 있다.
반면 자동차는 훨씬 복잡하다. 어떻게 디자인되고 어떤 성능을 보이는지도 중요하지만, 대중적인 자동차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정적이고 믿음직하게 굴러가느냐, 얼마나 잘 조립하느냐 하는 것이다. 흔한 농담으로, 컴퓨터는 블루스크린이 떠도 한 번 재부팅하면 그만이지만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테슬라는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의 전작인 모델 S가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거나, 심지어 최고 점수를 초과하는 평가를 받았다거나 하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런칭 후 실제 구매 고객들 사이에서 안정성 및 신뢰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컨슈머리포트가 수 개월 만에 추천을 가둬들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테슬라는 그리 믿을만한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다.
버지는 오히려 가격대가 높은 모델 S나 모델 X의 경우, 고소득층이 2번째, 3번째 차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테슬라 전기차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가솔린 차를 끌고 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모델 3가 노크하는 중저가의 대중적인 시장에서, 사람들은 보통 차를 한 대만 구입한다. 문제가 생기면 발이 묶인다. 신뢰도 문제가 테슬라의 발목을 더 세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테슬라가 양산 일정이나 양산 가격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아이폰이 기존 휴대전화 업계를 초토화시키는 바람에 “기존 회사들의 노하우” 같은 말을 하면 비웃음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지만, 자동차는 실제로 양산 체계를 갖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업계가 테슬라의 디자인과 속도를 따라잡는 게 더 쉽고 빠른 과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모델 X 등을 양산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물며 더 대중화된 모델인 모델 3라면?
전기차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테슬라는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전기차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충전이다.
한 번 충전에 300km 이상을 달릴 수 있긴 하지만, 장거리 운행은 무리다. 방전이 되기 전에 충전을 해야 할 텐데, 충전소를 주유소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급속충전기를 찾아 충전을 한다 해도 한 시간 정도는 충전을 해야 하며, 완전히 충전하려면 그 두 배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완속충전시에는, 그야말로 몇 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꽂아두고 하룻밤 자고 오는 수밖에.
이는 내 차의 최대 장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시간에나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현저히 깎아먹는다.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고 나면 많이 좋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반면 테슬라의 뛰어난 가속능력 등을 체감할 일은 많지 않다. 유지비는 저렴하지만 초기 구입비용 자체가 훨씬 비싸다. 배터리 효율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전기차, 충전은 어떻게 하나?, ㅍㅍㅅㅅ
부족하고 고장도 잦고… ‘전기차 충전소’ 이용자 불편, jtbc
물론 전기차는 여러 측면에서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뛰어난 점이 있다. 특히 친환경성이 그렇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전기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감히 확언할 수는 없겠으나 언젠가 전기차는 지금보다 훨씬 대중화될 것이고, 심지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날도 오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날이 얼마나 빨리 올지는 모른다.
테슬라는 로드스터, 모델 S, 모델 X에 이어 모델 3까지 멋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부품 조달과 양산에 문제를 일으키고, 고객들로부터 신뢰도와 안정성에서 큰 감점을 받는 등 의외로 부실한 내실을 또한 잇따라 보여주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오늘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숨기지 않고 있다. 모델 3가 주가를 로켓에 태워 끌어올리긴 했지만, 무려 일 년 반 후에 출고할 모델을 미리 예약받는 일종의 기행을 벌인 테슬라가 그때까지 과연 그만큼 내실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호사가들은 실패가 예상되었던 새로운 도전자가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강자로 우뚝 서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더 많은 경우, 실패가 예상되는 새로운 도전자는, 예상대로 실패한다. 테슬라는 어느 쪽이 될까.
원문: 임예인의 새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