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테슬라 Model S를 한국에서 구매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충전은 어떻게 해요?”였습니다. 테슬라는 전용 충전방식을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충전이 안 된다라는 게 널리 알려진 상식이었습니다. 과연 그게 사실일까요? 한국에서의 테슬라 Model S 충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테슬라 Model S의 충전 형태와 국내 인프라의 현황
1. 테슬라 Model S의 충전 포트
테슬라 Model S의 충전 포트는 판매지역에 따라 현재 2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북미, 일본에서 판매하는 자체규격 형태와 유럽, 중국에서 판매하는 Type 2형태가 있습니다.
자체규격 형태의 경우 공용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완속은 J1772 (Type 1) 어댑터, 급속은 일본 표준인 CHAdeMO 어댑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Type 2의 경우는 별다른 어댑터 없이 Type 2형태의 공용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한국의 충전 인프라
현재 한국의 완속 충전의 표준은 J1772(Type 1)형태입니다.
이마트나 관공서에 있는 완속 충전기는 모두 Type 1형태이며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급속 충전의 경우가 조금 복잡한데요, 지금 급속 충전의 표준 커플러 방식은 협의 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급속 충전 방식의 종류는 총 세 가지입니다. AC3상, CHAdeMO, DC 콤보 가 있습니다. 요즘은 3가지를 모두 지원하는 급속 충전기가 보급되고 있지만 CHAdeMO를 지원하는 충전기가 가장 많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문서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그럼 한국에서 충전을 어떻게 하나요?
제가 구입한 차량은 북미에서 판매되는 모델이고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의 충전 표준과 비슷하므로 북미모델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공공 충전기 사용
얼핏 보면 전기차 충전기 시설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예상외로 곳곳에 충전 시설이 마련되어있습니다. 관공서, 공영주차장, 마트 등에 설치가 되어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위와 같이 생긴 것이 완속 충전기입니다. 완속 충전기 사용은 비교적 간단한데요, 마트에 있는 완속충전기의 경우엔 보통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Type1 형태의 케이블이 지원되는 경우 간단하게 SAE J1772 어댑터를 충전케이블 끝에 연결한 후 차량의 충전포트에 꽃아두면 됩니다.
케이블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240V 32A 로 7.7kW의 전력으로 충전이 됩니다. 만약 전압 혹은 전류가 불안정할 경우 차량이 알아서 안정적인 레벨로 조절을 합니다. 7.7kW면 완충까지 대충 10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급속충전기의 경우 환경부와 한전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급속충전기의 경우 충전인프라시스템에서 위치 및 충전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급속충전기의 규격이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세 종류이지만 CHAdeMO를 지원하는 충전기가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Model S에 충전을 하기 위해선 CHAdeMO어댑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합니다. 아마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게 될 경우 일본처럼 기본 지급 품목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HAdeMO 방식으로 충전하는 것도 매우 간단한데요, 충전 케이블과 CHAdeMO어댑터을 먼저 연결한 뒤 CHAdeMO 어댑터를 차량에 연결하고 충전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CHAdeMO는 규격상으로는 400V 125A로 50kW이지만 실제로 안정적으로 충전이 되는 전력은 45kW 정도입니다. Model S P85D는 베터리 용량이 85kWh이기 때문에 한 시간에 대략 50% 이상 충전이 됩니다. 그리고 80% 이상부터는 베터리 보호를 위해 충전 전력이 조금씩 낮아집니다. 90%까지는 35~39kW 정도로 충전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2. 휴대용 충전기를 사용
테슬라 Model S를 구입하면 충전용 Mobile Connector가 기본 지급됩니다. 보통 미국에서 제공되는 Mobile Connector의 플러그가 국내랑 호환이 되지 않아 전용 충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모바일 커넥터 자체는 프리볼트(100V~240V, 50-60Hz)입니다. 다만 플러그의 형태가 국내랑 맞지 않아 콘센트에 꽃을 수가 없죠. Mobile Connector그래서 테슬라가 진출한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같은 플러그를 쓰는 국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유럽과 중국이 우리나라랑 같은 플러그 형태를 쓰고 있고, Mobile Connector도 220V 플러그 형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럽, 중국에서 제공되는 Mobile Connector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충전 포트와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변환 플러그 같은 것을 검색해보았지만 나오지 않아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보았죠.
일단 미국 Mobile Connector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플러그의 형태는 2가지입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110V 형태의 플러그와 높은 전류를 지원하는 NEMA 14-50 플러그입니다. 먼저 110V-220V변환 플러그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환 플러그만으로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분명 접지 플러그라고 해서 구매를 했는데 계속 접지불량이라고 해서 봤더니 전부 접지가 되지 않는 플러그였습니다. 그래서 110V변환은 포기하고 NEMA 14-50플러그를 220V 플러그로 변환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NEMA 14-50은 접지를 포함한 핀이 총 4개인데 그 중 Neutral핀은 Mobile Connector에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형태만 220V로 바꿔주면 되는데 검색해보니 그런 변환 어댑터는 파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NEMA 14-50의 최대 허용 전류값은 50A이고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V 플러그의 최대 허용 전류값은 16A이기 때문에 그냥 변환할 경우 과전류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Model S의 경우 차량에서 충전 시의 전류값을 조절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직접 부품을 구입해서 전기차 동호회분의 도움을 얻어 제작했습니다.
NEMA 14-50의 경우 기본 전류 설정값이 40A로 되어 있어서 차량에서 직접 15A 이하로 설정했더니 장시간 정상적으로 충전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로써 한국의 220V 콘센트에서도 Mobile Connector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정상적인 110V-220V 접지 변환 플러그가 있었다면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전 시간은 시간당 대략 3kW씩 충전이 되기 때문에 0-Full 까지는 30시간 가까이 소요되지만 매일 밤에 주차장에서 충전을 해두면 거의 매일 완충상태로 운행할 수 있습니다.
3. Wall Connector 사용
테슬라에서는 주차장에 고정식으로 설치 가능한 벽 고정형 충전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듀얼 차저 탑제 모델의 경우 최대 80A까지 지원되어 완충까지 5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용 완속충전기의 약 2배 이상의 속도로 충전이 됩니다. 저는 자가 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Wall Connector는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한국에서의 충전이 국내에 보급되는 다른 전기차량들에 비해 어렵지 않고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알아보면 충전이 충분히 가능하고 어렵지 않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데, 언론이나 소문으로 어렵다더라 안된다더라 라는 식으로 사실확인도 없이 잘못된 내용이 널리 퍼지게 되는 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글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문: 최치선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