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과 생활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반지의 제왕〉으로 친숙한 중세 유럽 스타일의 ‘검과 마법 이야기’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장르입니다.
이 같은 판타지의 하위 장르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판타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각각의 하위 장르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판타지와 가장 친숙한 ‘신화’와의 관계를 통해 이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화
동화(Fairy Tales)는 (신이 드러나지 않는) 신화 얘기입니다. 아이가 작아지고, 나무인형이 함께 생활하고, 곤충이 인간과 얘기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만, 사람들은 그 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그 결과로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즐깁니다.
아이가 작아져서 거위를 타고 기러기떼와 함께 여행하는 〈닐스의 모험〉. 이렇듯 동화에선, 신화에서 보는 듯한 신비한 일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신이 그랬겠지’라고 생각하듯 가볍게 넘어갑니다.
검과 마법 이야기
검과 마법 이야기(Sword&Sorcery)는 신이 개입하지 않는 세계의 인간들이 펼치는 모험과 대립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계에선 인간이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기며, 인간의 힘(검과 마법)으로 이에 맞서며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인간의 이야기지만, 신화와 전설 속 기사 이야기 같은 낭만이 남아 있습니다.
검과 마법 이야기의 대표격인 〈반지의 제왕〉. 신은 존재하지만 개입하지 않으며 오직 부하인 마법사들만을 보내어 사악한 세력을 감시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신화의 잔재인 엘프와 마법사 등이 모두 떠나가는 이야기죠.
초자연적 픽션
초자연적 픽션(Supernatural fiction)은 일상적인 인간 세상에 갑작스레 신화적 존재나 힘이 개입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삶을 침해받은 인간들은 이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이 현상을 극복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한 초자연적 존재와의 대립과 대결을 그려내는 작품이 많습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누구를 부를까요? 〈고스트버스터즈〉는 과학이란 현대 기술로 소환된 신화적 존재에 과학자들이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수퍼 히어로 판타지
수퍼 히어로 판타지(Super Hero Fantasy)는 평범한 인간 세상에 신적 존재로부터 힘을 얻은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세상의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들 신적 영웅은 초자연적 픽션의 존재처럼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악마로부터 힘을 얻어 악마와 싸우는 〈스폰〉. 그 모습은 악마의 그것과 유사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다크 판타지
다크 판타지(Dark Fantasy)는 ‘기사적 낭만’이 사라져 버린 검과 마법 이야기 이야기입니다. 실제 역사 속 중세 봉건시대 같은 혼돈과 폭력이 넘치는 시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 다크판타지는 더욱 잔혹하고 야만적이며 어두운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다크판타지는 ‘색채’로 드러나는 만큼, 또렷하게 여느 장르와 구분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언제 세상을 파괴할 만한 적들이 밀려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영주끼리 암투를 벌이는 〈왕좌의 게임〉. 극명한 현실 의식으로 검과 마법의 낭만을 몰아냅니다.
도시 판타지
도시 판타지(Urban Fantasy)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현실적인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입니다. 초자연적 픽션과 달리 도시 판타지의 세계는 마법이나 주술 같은 신비한 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일상에서 더 큰 신화적 존재나 힘이 등장하여 사건을 일으키곤 합니다.
근래에는 주요 수요층인 학생들에게 맞추어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학교(학원)’을 무대로 판타지 이야기를 엮어내기도 했는데, 우리가 비일상이라고 생각할만한 마법이나 술법이 그 세계에서는 평범한 것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며, 듀라한이 오토바이를 타고 택배일을 하는 등, 마법적 존재들이 이웃으로 등장합니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학교라고 할 수 있는 ‘학원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마법과 초능력이 잔뜩 등장하는 이곳은 주인공들에겐 평범한 세계이며, 간혹 기묘한 상황이라도 그 세계의 이해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술적 사실주의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는 어른만을 위한 동화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가 된 것처럼 동화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이를 평범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러한 비일상 속에 인간의 본성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한 사내가 벌레가 되어버렸는데, 그 주변의 세계는 평범하게 돌아가는 〈변신〉. 동화라면 아름답게 펼쳐질지 모르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참혹하고 끔찍하게도 현실적입니다.
역사 판타지
역사 판타지(Hitorical Fantasy)는 실제 역사에 신화와 전설을 곁들인 이야기입니다. 역사의 흐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신비한 현상이 결합되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냅니다. 때론 인간의 의지가 무의미한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
고구려 3대 대무신왕 시대를 무대로 신비한 이야기를 뒤섞은 〈바람의 나라〉. 신비한 존재가 개입했음에도 역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신마 이야기
신마 이야기(神魔)는 명-청대의 중국기담으로 ‘동양판타지’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신과 마귀가 구별되지 않고, 요괴와 귀신, 요정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신선조차 악할 수 있고 요괴가 세상을 구하기도 하죠.
귀신과 인간의 사랑이 펼쳐지는 〈천녀유혼〉. 요재지이 중 ‘섭소천’을 원작으로 한 작품. 영화에선 마지막에 귀신인 섭소천이 소멸하지만, 원작에선 귀신인 섭소천과 주인공이 결혼을 하여 평범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다른 세계 모험물
다른 세계 모험물(차원 이동물)은 현실을 떠나 판타지 세계로 오가는 이야기입니다. 일상을 떠나 환상 세계를 모험하는 건 전형적인 신화적 영웅의 형태지만, 우리 세계 사람의 눈으로 환상계를 보면서 세계관의 차이를 잘 느끼게 합니다. 자칫 잘못 만들었다가는 이른바 ‘이고깽(다른 세계에 고등학생이 가서 깽판 치는 내용의 작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느 한쪽 세계의 기술이나 설정만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만들거나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에 가서 돌아오는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 온갖 이상한 일이 펼쳐지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듭니다.
마치며
이처럼 다양한 판타지의 하위 장르는 제각기 장점과 단점, 그리고 독특한 재미로 사람들을 매혹하며, 그만큼 많은 이가 판타지에 몰입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원문: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