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유명인들의 일상 사진을 통해 인테리어 유행이 흔들리곤 하는 모양이다. 그런 현상 때문인지 인스타그램에 슬쩍 노출되는 인테리어 사진들을 ‘인스타-테리어’라 부른다고.
그걸 노출하는 사람이나,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은 무슨 심리일까?
관음증의 발현? 글쎄…
관음증은 훔쳐보기다. 상대가 보여줄 생각이 없는 무엇인가를 보는 것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이 관음증이다. 이런 심리적 ‘강제침입’의 요소와 덧붙여 이렇게 훔쳐보는 내 모습이 남들에게 발견될까 두려워하는 스릴감이 관음증의 핵심이다.
물론 SNS속에도 이런 관음증이 존재한다. 심한 경우 개인 계정을 해킹해서 숨겨둔 사진을 본다거나, 상대방에게 내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숨겨가며 몰래 구경한다면 관음증일지 모른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기웃거리는 행동도 관음증일까? 관음증이라고 보기엔 강제성도 부족하고, 스릴감도 결여되어 있다. 남들 다 보라고 공개한 사진이 아니던가.
‘유명인의 삶 구경하기’는 경우는 삐뚤어진 성적 욕망보다는 자아 즉 에고(ego)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전, 그러니까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기 전의 사람들은 평범함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그 평범함조차 아무에게나 허용되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하게 살 수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남들 눈에 띄는 걸 기피했다. 유명해지는 건 그걸 감당할 자원을 가진 자가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행운이 아니라 위험과 재난의 시작이었다. 중용, 평형, 중도, 적당히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이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와 함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신분의 종말』을 쓴 로버트 풀러 교수에 따르면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는 평범한 삶은 아무 의미 없는 삶이다. 그저 시청율(최근에는 조회수)이나 올려주는 무명의 관객일 뿐이다.
우리의 삶이 의미를 가지려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바디(nobody)에서 벗어나 썸바디(somebody)가 되어야 한다. 남들의 주목을 받고 어딜 가도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목표가 된다. 썸바디들은 귀족이고 권력자이며 세상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노바디는 썸바디가 차지하고 남긴 것들을 주워먹는 비천한 존재들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썸바디가 될 수 있냐는 거다. (원래는 다른 방법들이 있지만) 많은 이들이 찾아낸 방법은 이미 썸바디가 된 이들을 참고하는 것이다. SNS는 그 참고의 창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리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누군가는 스타 집의 인테리어를, 다른 이는 그 스타의 일상 헤어스타일을, 또 누군가는 그 집 강아지의 품종을 본다. 아직 충분한 썸바디가 못된 내가 썸바디가 되기 위해서 채워야 하는 것을 거기서 발견하는 거다.
현대인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점도 원인이다. 우리는 이제 소비를 통해 에고를 표현한다.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고 집을 채우는지를 보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상품 선택지들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멋진 선택일까. 역시 모범적인 참조대상이 필요하다. 이때도 스타들의 인스타그림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SNS 메시지의 전면과 후면
그렇다면 스타들은 왜 SNS에 자기 것들을 보여줄까? ‘독불장군의 원칙’ 때문이다. 혼자서 장군이 될 수 없다. 누군가가 나를 장군으로 인정해줘야 가능하다.
사치품들의 효용은 그 물건의 소비 그 자체만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비싸고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남들이 모르면 의미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자랑하자니 내 에고의 다른 면에 손상이 간다. 사치품을 의도적으로 자랑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오만하고 천박한 속물로 드러내는 길이다.
따라서 겸손하고 소탈한 에고를 유지하면서도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자랑해야 한다. SNS에 올려지는 메시지의 전면과 후면이 나뉘어지는 이유다. 그게 스타들이 전면에는 강아지에 대한 소박한 애정을 표시하면서 후면에는 갖가지 실내장식을 배치하는 이유다.
스타의 일상을 참조하는 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그랬다. 단지 이전보다 발전했다. 외모를 참조하는 것에서 시작해, 참조의 대상은 의상, 악세사리, 자동차, 그리고 이제는 그 사람의 사적 공간인 집으로까지 확장이 된 거다. 자기 노출의 깊이가 사적인 영역으로 깊어질수록 정보의 가치는 더 커진다. 평소 안 보여주던 것들일수록 더 귀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유행도 대중매체에서 먼저 시작했다. 유명인의 육아가 주제인 프로가 그 유명인의 집이나 자동차를 화제로 만들었지 않던가. 사람들이 이렇게 유명인들의 더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려는 건 거기에 썸바디가 되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일지 모른다.
즉 사람들은 썸바디가 되는 방법을 이미 썸바디가 된 유명인들처럼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건 큰 착각이다. 유명인들이 유명해지는데 성공한 이유는 누군가를 따라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정말 썸바디가 되려면 내가 가진 나만의 것을 찾아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키워야 한다.
이 세상에 노바디는 없다. 각자의 세상에서 모두가 썸바디다. 오히려 남의 SNS를 기웃거리고 비교하고 흉내내려들수록 허접한 노바디가 될 뿐이다.
원문: 싸이코 짱가의 쪽방
※ 이 글은 <텐핫> 2015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