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술에는 패러다임이 있다.
아주 예전, 삼성의 이재용이 BW를 이용해 상증세를 포탈했을 때, 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무릎을 쳤다. 시민단체는 땅을 쳤겠지만 그분들의 사고체계는 다르다. 한동안 유행이 됐다. 워런트, BW, CB 등등. 신종이라고 이름이 붙은 증권은 다 가져다가 장난을 쳤다. 그 구멍이 막히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정의선이 글로비스를 만들어 현대차의 물류 일감 몰아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증세 절감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그들 나름으로는 환호(?)했다. 한때, 자녀명의의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상증세 절감 컨설팅의 대표적인 방식이 되었다. (나도 컨설팅 많이 했었다.) 이건 아직도 잘 못 막는 것 같다. 아직도 그 짓을 하고 계신 분들이 눈에 많이 띈다.
법인을 새로 만들고, 부실 자산을 넘기거나, 쪼개고 다시 붙이고… 한 때는 금융업계의 유행이었다.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나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한 때는 그런 것을 모두 금융혁신이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그 패러다임을 탈세에서도 많이 쓴다.
탈세 혁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없는 이재용이 그렇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합병비율 산정 직전까지 이재용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은 최대한 띄운다. 반대로 이재용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을 밟아 놓는다. 그리고 합병비율을 산정하면, 어마어마한 이익이 나온다. 한 번 한 것도 아니고 여러 번 했다. 이 방법은 3세 상속에서 큰 획을 긋는 혁신(?)이다. 요즘, 이 방식으로 장난을 안 치는 놈이 없다.
그 분들의 혁신(?) 경쟁에 비하면 중소기업의 탈세 방식은 귀엽다. 전문성이 떨어지니 대충 봐도 걸린다. 그런데, 중소기업보다 더 열악한 곳이 자영업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쳐야 하는데 탈세기술의 트렌드를 익힐 틈이 있나? 그냥 무식하게 한다. 그러다가 많이들 걸린다.
상속세, 증여세 탈루는 세법으로 막을 수가 없다. 탈세와 규제는 금융혁신(탈법 아닌가?)과 규제와도 비슷하고, 해킹에도 비유하는데, 일단 뚫려 봐야 어디를 어떻게 막을 지 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기기 힘든 게임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포괄주의 도입으로도 막기 힘들다는 것. 형태를 막론하고 부가 이전된 것이면 상증세를 과세하자는 개념으로 잡기에는 로펌의 지원이 막강하다.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를 통해 부가 이전된 것이라고 로펌이 막강한 지원사격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기기 힘들다. (물론, 나도 과거에 일조했었다.)
굳이 막자면 상법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보수의 가치를 세우는 일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만들어진 법치의 원칙, 우리나라에는 존재한 적이 없었던 법치를 세우는 일. 조중동이 민노총 등에 떼법이라고 나무라는 논리를 그대로 재벌에 적용하면 된다. 법을 지켜라. 원칙을 지켜라.
경영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고, 이것을 벗어나 배임을 하면 끝장을 내야 한다. 오함마로 손을 쳐야 한다. 이건 보수의 아이콘 전원책 변호사도 충분한 동의할 것이다.
원문: 홍순탁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