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불행해 보입니다. 인간은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요? 단순히 돈과 여가 시간이 많으면 행복해질까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과 행복해지기 위한 작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괴짜심리학』 『59초』 등 사회과학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실험을 분석해온 리처드 와이즈먼의 책을 참조했습니다.
우선, 행복을 느끼는 감정 수위의 절반 정도는 이미 태어날 때 결정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특정한 유전자가 행복감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특별히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의 50%는 유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분명히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더 우울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행복한 정도가 정해져 있다니 억울한가요? 하지만 절반만 그렇습니다. 후천적으로 변화시킬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나머지 50% 중 10%는 소득, 교육수준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가 흔히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야”, “대학 가면, 취직하면, 승진하면 행복하겠지” 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10% 내에서만 행복감을 좌우합니다. 생계에 필수적인 것들을 해결하고, 일정 문화수준을 유지할 정도가 되면 돈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복권 당첨된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일시적으로 올라가지만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한 번 돈맛을 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추구하려 합니다. 마약처럼 약기운이 떨어지면 “더!” “더!”를 외치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40%를 좌우하는 건 뭘까요? 이 부분은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합니다. 나의 행동, 자신과 타인을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40%가 변화하면 불과 몇십 초 만에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행복지수 구성요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전적 요인 50%
- 돈, 학교, 직장 등 환경 10%
- 행동, 태도, 사고방식 40%
행복지수 40%를 업그레이드해줄, 행복을 위한 14개의 작은 습관을 소개합니다.
1. 규칙적으로 웃어라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엘라 휠러 위콕스의 시 ‘고독(Solitude)’의 첫 구절입니다. 행복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웃음이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과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했고, 실험을 통해 이를 밝혀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한 동작이 심리를 좌우합니다. 이런 실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기사를 읽게 합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 한 집단은 무조건 고개를 가로젓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고개를 끄덕거리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고개를 끄덕거린 집단의 사람들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 기사를 더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반면, 고개를 가로저었던 집단의 사람들은 기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행복할 때 웃지만, 웃기 때문에 더 행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억지로라도 웃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웃음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0% 더 줄어들고, 수명도 4~5년 더 길어진다고 합니다.
웃을 때는 웃는 표정을 최소한 15~30초는 유지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 규칙적으로 웃는 것이 좋습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신호가 울릴 때마다 규칙적으로 웃는 연습을 해보세요. 때로는 실성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웃는 얼굴에 누가 침을 뱉을까요?
2. 연극배우처럼 행동하라
인간은 누구나 연극배우입니다. 당신도, 나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주연이든 조연이든 역을 맡아 연기하는 중입니다.
세상에 연극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극은 인간이 원시 시대부터 즐겨온 원초적인 욕망을 표출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뻣뻣하고 근엄한 사람도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걸을 때 팔을 약간 더 흔들고, 발에 탄력을 주면서 편안한 자세로 걷고, 대화 도중 손을 더 많이 쓰는 제스처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땐 고개를 더 많이 끄덕이고, 색이 더 화려한 옷을 입고, 감정 표현이 담긴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 보세요. 목소리 높이에 변화를 많이 주고, 약간 빠르게 말하고, 악수를 할 때는 꽉 잡으세요. 객석에 아무도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행복은 상대방에 의해 결정되는 감정이 아닌, 내가 오롯이 느끼는 나의 감정이니까요.
3. 스트레스 받을 땐 수다 떠는 대신 글을 써라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그동안 많이 알려졌던 것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는 분노를 표출하고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그래서 샌드백을 치거나 친구를 만나라고 하지요.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행복감을 끌어올리는데는 효과가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질지 몰라도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말거든요.
분노를 표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우고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 열받거든요. 행복해지려면 분노하지 말고 차분해져야 합니다.
또, 수다를 떠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의 차이는 의외로 꽤 큽니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잡담한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대신 글로 쓰면 더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말로 할 때는 흥분할 수 있지만 글로 쓸 때는 흥분하다가도 이내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글쓰기가 행복감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매주 배우자나 애인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쓴 사람들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확률이 20%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들은 스트레스가 줄었을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마저 현저하게 감소했습니다. 행복을 위한 글을 쓸 때는 감사의 표현, 미래에 대한 상상, 사랑의 감정을 담은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4. 녹색 식물을 사무실과 집에 놓아 두라
식물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창조성을 자극합니다. 일본의 한 심리학자는 사무실에 식물을 둔 경우와 두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식물이 있을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건수가 15% 증가했다고 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이 수천 년 전 수렵, 채집을 하던 인간의 속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초록색의 건강한 나무는 근처에 식량이 많다는 것을 뜻했기에 옛날 사람들은 식물을 보며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식물이 가진 이런 속성은 색깔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도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녹색은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느낌과 연결됩니다. 빨간색이 부정적인 느낌을 유발하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은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각각 빨간색 글자와 녹색 글자로 내면서 비교했는데 사람들은 빨간색으로 쓴 문제를 녹색에 비해 3분의 1 밖에 풀지 못했다고 합니다.
5. 물건보다 경험을 사라
어렵게 번 돈을 어디에 쓰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멋진 차를 살까요? 예쁜 옷을 살까요? 아니면 여행을 떠나거나 외식을 할까요?
물건을 사면 그 효과는 단기적이라서 금세 사라집니다. 그러나 경험을 사면 그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새로나온 멋진 전자제품과 옷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고 들뜹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낡고 유행이 지나면 더 매력적인 물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미 행복한 느낌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 외식, 콘서트, 영화, 연극, 춤, 번지점프 등 경험을 산 경우는 어떨까요? 경험은 사람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줍니다. 또 경험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돼 나쁜 기억은 지워지고 좋은 기억만 남습니다. 목표를 이루거나 상당히 노력이 필요한 경험일수록 뇌에 긍정적인 자극이 조금씩 변하면서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훨씬 오랫동안 행복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건과 경험의 선택은 자존감과도 연결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들이 물질주의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물건을 탐하면서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 한 것이죠.
6. 받는 것보다는 주라
많은 사람들은 받고 싶어합니다. 선물이든 사랑이든 돈이든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연구들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막연히 기부가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부가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냅니다.
돈을 받은 경우와 준 경우의 뇌를 비교해 촬영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신의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것을 볼 때 뇌 속 깊은 곳에 있는꼬리핵과 중격의지핵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기부할 때 두 영역의 활동은 매우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두 영역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크게 인정 받을 때에도 활발해지는 부분입니다.
자선 단체 혹은 친구, 가족, 동료에게 작은 돈이나 선물을 줘보세요. 남을 위해 단돈 몇천 원이라도 쓰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7. 거절하지 않을 부탁을 하라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친구입니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한 친구를 갖는 것은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집단에서 외톨이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 딱 한 명만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당한 행위를 당해 일어서야 할 때 동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죠. 그만큼 마음이 맞는 친구나 동료를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많은 인간관계 전문가들은 가까워지고 싶으면 먼저 다가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요?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친해질 수 있나요? 이것은 비단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사람이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무조건 친절하게 대하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너무 친절하면 부담스러워합니다. 무엇보다 임팩트가 없으면 금세 잊혀집니다. 그렇다면 이를 반대로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나에게 친절을 베풀도록 유도해서 임팩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친절을 받은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을 더 좋아한다.”
‘프랭클린 효과’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의 모델인 18세기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따온 용어입니다. 주의회 서기가 된 프랭클린은 라이벌 정치인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업무적으로 협력을 구해야 할 일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프랭클린은 그가 진귀한 책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씁니다. 그는 책을 빌려주었고 다음에 의회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책을 통해 우정이 시작된 것이죠.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친구로 남았습니다. 나중에 프랭클린은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적이 당신을 돕게 되면, 나중에는 더욱 더 당신을 돕고 싶어 하게 된다.”
8. 머뭇거리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어떤 일이 있습니다. 할까 말까 당신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겠죠. 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거나 혹은 닥친 일의 규모에 압도되어 엄두가 나지 않거나.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말은 한다고 해서 나쁘지도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안할 이유가 있을까요? 안하는 것을 상수로 놓지 말고, 하는 것을 상수로 놓고 안할 이유를 찾으세요.
후자의 경우라면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일단 시작하면 관점이 바뀝니다. 스스로의 다짐이든 타인의 설득에 의해서든 그저 몇 분 동안 그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끝까지 해내려는 충동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식당에 가면 단체손님의 복잡한 주문내역을 한 번에 외우는 종업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특별히 더 기억력이 좋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머릿속에 주입한 것을 음식을 서빙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손님이 식당을 나가고 나면 뭘 주문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복잡하고 힘든 일일수록 일단 시작하세요. 그러면 인간은 중간에 멈추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해서 얻은 성취감은 행복감을 증대시킵니다.
9.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누워 있어라
행복하다고 느끼는 특정한 자세가 있나요? 누워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요?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를 실제로 검증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누워 있을 때 좋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심리적으로 편안해집니다. 인간은 편안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둘째,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릅니다. 막힌 생각이 정리되면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뇌 속에 청반이라는 작은 부위가 있습니다.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 약간의 생각만으로도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더 많이 방출시킵니다. 서 있을 땐 중력이 상체의 피를 아래로 끌어당겨 청반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반면, 누워있을 때는 청반의 활동이 감소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됩니다.
10. 햇빛을 30분 이상 쐐라
화창한 봄날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죠? 항온동물인 인간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혹은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는 행복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해가 따사롭고 날씨가 좋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직접 쐬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기억력도 향상시켜 줍니다. 다만 실외에서 30분 이상을 보내야만 그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30분 미만 동안 햇볕을 쬔 사람은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더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햇볕을 마음대로 쬘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기 때문이라네요. 행복해지고 싶다면 화창한 봄날, 태양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주 밖으로 나가세요.
11. 고양이보다 개를 길러라
개를 기르면 일상생활에서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개는 충직하고 유대감을 갖기 쉬운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은 심장마비 발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를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개를 기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2개월 뒤 생존 확률이 약 9배나 높았습니다. 개를 기르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삶에 대해 훨씬 느긋한 태도를 가지며, 자존감도 높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낮았습니다. 심지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배우자보다 개가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개가 옆에 있을 때 심박동 수와 혈압이 더 낮았고, 숫자를 셀 때에도 실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개일까요?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매일 개와 함께 산책할 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아진다는 견해, 개는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견해, 개를 쓰다듬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견해 등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를 통해 다른 사람과 사교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가면 낯선 사람끼리도 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개를 기르기 힘든 상황이라면 로봇 애완견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 애완견 아이보 역시 환자에게 개와 똑같은 정도의 감정적 유대감을 발생시켰습니다.
또 동물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는 것 역시 직접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과 같은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드라마를 보는 것은 텅 빈 화면을 보는 것과 생리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12.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려 애쓰지 마라
우리는 나쁜 일을 겪으면 자꾸만 그 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더 커집니다. 부정적일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겨울에 쓴 유럽의 여름 인상기>에서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그 생각을 떨치려고 애쓸수록 북극곰이 계속 생각날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이런 효과는 정치적으로도 이용됩니다. 조지 레이코프가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분석해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는 선거를 앞두고 의제를 던져 프레임을 공고화하는 정치 전략가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어떤 의제를 던지면 그것이 프레임이 되어 상대방은 그 이슈를 부정하더라도 더 말려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거를 앞둔 유권자에게 멍청이를 뽑지 말라고 하면 그들은 더 멍청한 후보를 뽑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니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결과적으로 네거티브 덫에 걸린 후보를 당선시킬 확률을 높입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그는 오히려 초콜릿을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중독성이 강한 어떤 노래가 자꾸 떠오를 때 그것을 의식할수록 계속해서 귓가를 맴돕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쫓아내려 하면 할수록 괴로움을 줄이기보다 늘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식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잊으려 하는 시도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의를 딴 데로 돌려야 합니다.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13. 결정은 무의식에 맡겨라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고민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둑 격언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회과학에서도 입증된 행위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과 잠시 고민하다가 두뇌게임을 하며 머리를 한참 쓴 후 무의식적으로 내린 결정을 비교한 실험이 있습니다.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 후회할 확률이 더 낮았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상황을 파악해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려 하지만 능력이 제한적이라 한 번에 적은 수의 사실과 수치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이 복잡해지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것에만 몰두하게 되고, 따라서 오래 고민할수록 후회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의식은 복잡한 결정을 처리하는데 훨씬 뛰어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나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나서 의식을 딴 데로 돌리는 행위를 한 뒤 무의식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입니다.
14. 결정에 후회하고 있다면 장점을 생각하라
어떤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후회는 불행의 씨앗입니다. 후회하면서 행복한 인간은 없습니다.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기회가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관계를 복원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회사를 창업하면서 다시 시도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저만큼 멀어져서 되돌리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해서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긍정적인 결과는 버리고, 부정적인 결과만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때 그 선택을 했을 때 분명히 나쁜 결과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세 가지쯤 꼽아보세요.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좋은 점 세 가지도 꼽아보세요. 이때 단점과 장점을 세 가지 이상 너무 많이 꼽으려 하지는 마세요. 단점을 많이 꼽으려 할수록 더 이상 단점이 없는 것 같아 반대로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장점을 많이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 나쁘게 보이는 법이니까요.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데 있습니다.
원문: 양유창의 창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