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요청받고서 약간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나 역시도 실행력이 ‘부족’을 넘어, ‘결여’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원고도 마감을 하루 넘겨서 쓰는 중이니 오죽하겠나.
그러나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실행력은 일본에서 만든 말이지만, ‘실행력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미루는 습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미국 심리학계에도 이 증상에 대한 명칭인 ‘procrastination’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 실행력 결핍증의 유병율은 15%-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 주변에도 10명 중 2명 정도는 실행력 결핍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행력 결핍은 실행을 못해서 생기는 말썽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이가 아파 치과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라. 실행력 부족으로 인해 결국 간단히 치료할 수 있던 치아를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잃는 결과까지 올 수 있다. 마감 직전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 일을 뒤늦게 허겁지겁 끝내느라 밤을 새우는 습관도 결국 몸에도 나쁘고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여기서 심리학 연구결과를 기초로 실행력 결핍의 세 유형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자.
실행력 결핍증의 3가지 유형
- 스칼렛 오하라형
- 용두사미형
- 24시간이 모자라형
우선 내일로 미루는 ‘스칼렛 오하라형’은 가장 흔한 실행력 결핍 유형이다. 실행력 결핍분야 전문가 닐 피오레(Neil Fiore) 교수에 따르면 이 유형의 근원적 원인은 두려움이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뒤로 미루는 학생은 말로는 마음만 먹으면 시험공부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떠들지만, 사실은 시험공부를 시작하는 순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 현실에 직면하기 두렵기 때문에 계속 미루는 것이다. 이렇게 미루면 미룰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고 결국 더욱 더 미루고 싶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 유형은 포식자를 피해야 숨어야 하는데 머리만 땅 속에 처박고 숨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타조와 비슷한 상태다.
두 번째, 목표가 지나치게 큰 ‘용두사미형’은 사실은 목표가 큰 게 아니라 너무 막연한 게 문제다. 대개 이 유형은 막연하게 최종 목표만 생각하고 있을 뿐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를 생각하지도, 실행하지도 않는다. 이러면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아는데 그걸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머뭇거리게 된다. 그저 막연하게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계속하면서 일을 시작 못하는 거다. 그 결과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거창하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24시간이 모자라형’ 은 실행력의 부족이 아니라 시간 관리의 원칙을 잊은 것이 문제다.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시간관리의 기본을 중요한 일과 시급한 일을 구분하고, 당장 시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부터 먼저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일은 대개 내 가족, 내 업무, 내 취미, 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직결된 일들이다. 회사에서 부여한 잡다한 업무를 앞에 쌓아두고 “내가 지금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 적 있지 않으신가? 그 이유는 저 시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방기해 두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일들을 먼저 해 두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하고 여유가 생겨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회사 일에 집중하고 실행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실행력 결핍증 치료법
그렇다면 이 실행력 결핍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용두사미형’의 치료법은 메모다. 이번 분기에 달성해야 하는 큰 목표가 아니라, 내일 아침에 해야 할 일을 메모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쓰지 말고 3-4개 정도로 시작하시라. 그리고 그 다음날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메모했던 항목들을 전부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라. 중요한 건 올해 목표가 아니라 당장 내일 할 일이다. 그것들을 하나씩 끝내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24시간이 모자라형’의 치료법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만드는 거다. 핵심은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거다. 이 유형의 환자들은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명확치 않다. 회사에서 미루다 못 다한 일을 가방에 싸서 집에 들고 오지만 집에서도 미루다가 다시 회사로 들고 가는 일을 반복한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집에서는 쉬고, 회사에서 일하시라.
마지막으로 ‘스칼렛 오하라형’의 치료법은 일지 쓰기다. 내일 할 일 보다 먼저 오늘 해낸 일을 적어보시라. 그렇게 작은 실천을 통해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충전하고, 한 단계씩 진전될 때마다 그 진전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두려워하던 큰 일도 결국 해내게 되어 있다.
우리 마음은 관성이 있다. 멈추어 있을 때는 계속 멈춰있으려는 힘이 우세하기 마련이지만, 일단 실행하려는 힘이 우세해지면 삶 전체가 실행하려는 힘에 의해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작은 실천이다. 지금 당장, 아주 작은 일 하나를 마무리하시라. 실행의 관성이 시작될 것이다.
원문: 싸이코 짱가의 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