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ew York Times에 게재된 Justin Wolfers의 “Growing Up in a Bad Neighborhood Does More Harm Than We Thought“를 번역한 글입니다.
당신이 자란 동네가 어른이 되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최근 그 영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시간 대학 경제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에릭 췬(Eric Chyn)의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 수준과 같은 요인들을 통제하고 나서도 자란 동네가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의 경제적 성공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꽤 오랫동안 학회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안 좋은 동네 자체가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아니면 안 좋은 동네로 이사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환경 자체가 그 주요 원인인지를 분간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연방 정부가 실시한 “기회를 위한 이사 (Moving to Opportunity)” 프로그램은 이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1994~1998년 시행된 이 정책은 저소득층 공영 주택에 사는 가구 가운데 추첨을 통해 몇 가구를 선발해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나은 동네로 이사하는 데 드는 집세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에 참여한 가족들을 설문 조사한 연구 결과들은 실험에 참여한 것 자체가 부모가 얼마나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이 실험에 참여한 저소득층 부모들은 자녀들을 나쁜 주변 환경에서 최대한 차단하려고 무척 노력했으며, 따라서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자신의 집 밖의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정이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정부가 실시한 “기회를 위한 이사”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가계 중에서 안 좋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가장 덜 받았을 가계를 상대로 그 효과를 측정하게 된 셈입니다.
선택적 추첨 참여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모든 저소득층이 강제로 추첨에 참여한 경우를 찾아야 합니다. 에릭 췬은 1990년대 후반 시카고의 많은 공영 주택이 재건축을 위해서 강제로 철거되었다는 점을 눈여겨봤습니다. 1995~1998년 시카고 공공 주택 사업체는 시카고에서 있는 많은 고층 공영 아파트를 철거했습니다. 따라서 이 공영 아파트에 살던 저소득층 가계들은 어디론가 이사를 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모두 추첨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에릭 췬은 추첨을 통해서 다른 지역에 가게 된 사람들의 경제적 상황을 살던 건물이 철거되지 않아서 계속 안 좋은 동네에 남아 있어야 했던 사람들의 경제적 상황과 비교했습니다.
에릭 췬은 공영 아파트 철거로 추첨을 통해서 더 나은 동네로 이사를 해야 했던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았던 어린이들에 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이 16%나 높으며 일자리를 찾을 확률도 9%나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공영 아파트에서 강제로 이사를 나와야 했던 것이 어린이 한 명당 평생 소득을 4만5천 달러씩 높였습니다. 이 효과는 공영 아파트에서 이사했을 당시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존의 연구들이 보고한 효과보다 훨씬 큰 수치입니다.
이 중요한 연구는 주택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 분야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부가 유용한 사회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심을 보내는 보수주의자에게 이 연구는 강제성이 없는 한 정부 정책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을 사람들을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정부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에릭 췬의 연구는 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효과를 측정한 연구들이 효과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번역: aren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