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결과를 복기해 보면 혹독하게 참패 당하고 심판 당한 곳이 새누리당 한 군데가 아니다. 다들 짐작 하겠지만 새누리당 만큼 비참하게 박살 나고 그 밑바닥 거품이 드러난 곳이 바로 소위 SNS 야권진보 여론이다.
SNS 야권진보 여론만 보면 비례대표는 정의당이 국민의 당을 압도해야 정상이고 녹색당, 노동당은 원내 진출해야 정상이고 안철수, 박영선, 이종걸 등은 낙선하는 것이 기정사실이며 SNS 야권진보 최고 스타 은수미는 압도적인 승리를 해야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다.
근데 결과는 정의당 비례대표 득표율은 국민의 당의 3분의 1도 안되고, 녹색당, 노동당은 원내 진출은 커녕 다 합쳐야 기독교당 득표율도 못 미치며 안철수, 박영선, 이종걸 등은 SNS 비토를 무색하게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으며 은수미가 출마한 성남중원구는 성남 지역구 중 야당이 유일하게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한 지역구가 되었다.
나는 예전에 SNS 여론이 기껏해야 현실에 1%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때 SNS에 대해 너무 후한 평가를 내린 것 아닌가 싶다.
이번 총선 결과만 보면 1%가 아니라 한 0.1% 정도 영향력이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SNS 정치 여론이 내가 봤을 때 그냥 파고다 공원에서 할배들이 낮술 드시고 정치 가지고 떠드시는 것 만큼의 영향력이라도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그래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파고다의 할배들은 자신들이 떠드는 게 SNS처럼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치 여론을 주도 한다는 정신승리나 망상은 하지 않고 최소한의 주제파악은 하시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야권이 선거를 이기고 정권 교체를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SNS 야권진보 여론을 지금보다 더 철저히 무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위 SNS에서 스타 취급 받고 SNS 여론 등에 엎고 정치하려는 정치인들이 당의 간판이 되는 건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이건 새누리당이 파고다 할배들에게 스타 취급 받고 파고다 할배들 여론 등에 엎은 정치인을 당 간판이니 당 대표로 내세우겠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미친 짓이라 본다.
그냥 만년 야당, 그것도 계속 소수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듣보잡 야당으로 가고 싶으면 계속 SNS 여론에 제일 민감해 하고 소위 SNS 스타들을 당 간판으로 만들어도 상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내년에 새누리당 정권을 끝내고 정권교체를 하고 싶다면, 야권은 SNS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
이번에 확 꺼진 SNS 야권진보 여론의 거품을 목도하고도 SNS로 정권교체 어쩌고 떠드는 사람을 당 간판이니 당 대표로 삼는다면 나는 일찌감치 내년 대선 승리니 정권교체니 하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 지워버릴 작정이다.
원문: 한청훤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