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망의 화보 촬영일이 왔다. 스트라입스 이벤트 담당자는 일주일 사이 얼굴이 부쩍 수척해졌다.
염경석(스트라입스 마케터, 이하 염): 기왕이면 진짜 도전을 해보려고 정말 작정하고 뽑았는데, 막상 선정된 분들을 만나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너무 걱정돼요. 우리 괜찮을까요?
김고기(ㅍㅍㅅㅅ 편집충, 이하 김): … 지금이라도 새로 뽑을까요…?
염: 그건 좀… 이미 옷이 다 만들어져서…
2016년 4월, 가로수길 근처 어느 스튜디오에서 그렇게 촬영은 시작되었다.
1. 옷이 없는 박정훈 님
김: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조에서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이라고 합니다.
김: 어쩌다 신청하게 되셨나요?
박: 같이 일하는 친구 중 한 명이 단톡방에 이벤트가 망했다, 지금 댓글 달면 100% 당첨된다고 올렸더라고요. 그렇잖아도 옷이 별로 없어서 맨날 같은 옷만 입는다고 조합원들에게 타박을 받았는데, 이참에 한번 도전이나 해보고자 하고 신청했습니다.
김(이벤트 기획자): 처음 반응이 저조해서 그렇지 망한 건 절대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벤트 이름이 ‘패션고자’ 이벤트였는데 망설임은 없었나요?
박: 사실 이벤트 제목은 댓글을 달고 나서 알았어요. 이벤트 제목을 미리 알았다면 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사회적 지위 때문에…
김: 네… 당첨됐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박: 다들 기대를 많이 하더군요.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다 보니 괜히 쑥스러워서 옷을 받고도 안 입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뜯어서 입혔습니다. 근데 막상 입어보니 정말 말끔해서 다들 놀랐어요.
김: 헤어 스타일링을 하는 게 처음이실 거 같은데, 어떠세요?
박: 너무 어색해요, 진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하려니 좀 그렇지만… 사실 저한텐 옷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탈모죠…
김: (둘 다 문제인 거 같지만…) 힘내세요… 메이크업은 어땠어요?
박: 메이크업도 처음 해보는 거였는데, 이걸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메이크업이 강제되고, 때로는 그걸로 지적까지 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박: 죄송합니다. 직업병이라…
김: 옷 이야기를 좀 해보죠. 스트라입스 수트는 어떠셨어요?
박: 맞춤은 처음이었어요. 보통 기성 정장을 사면 아무리 맞춰도 어디는 크고 또 어디는 작던데, 정말 이 옷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딱 맞는 느낌. 어깨선이 맞는 옷은 처음입니다.
김: 평소에 옷을 사기가 쉽지는 않았겠어요.
박: 아무래도 그렇죠. 기성복이 잘 맞는 체형은 아니잖아요. 어깨와 허리 사이즈, 길이 등이 안 맞다 보니 옷을 사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더욱 패션에 관심이 안 간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김: 맞춤을 처음 이용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거 같나요?
박: 사실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있죠. 근데 돈 걱정이 없다면 당연히 맞춤입니다. 입어보니 정말 다르더라고요.
김: 공통 질문입니다. 패완얼, 패완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패션의 완성은 얼굴? 몸? 아닙니다. 패션의 완성은 머리입니다. 이 땅의 탈모인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스트라입스의 스타일링은 정말 제 생애 최고였는데, 탈모는 해결이 안 되네요…
김: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박: 이 땅의 청년들이 마음껏 옷을 사 입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김: 선생님…
박: 죄송합니다. (…) 직업병이라…
2. 모태솔로 이춘희 님
김: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28살이고 패션왕을 꿈꿉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중입니다.
김: 어쩌다 신청하게 되셨나요?
이: 아는 동생에게 이벤트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야말로 이 이벤트에 최적인 사람이다, 모태솔로를 구원하기 위해 자기가 응모해주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응모를 했더라고요.
김: 훌륭한 친구를 두셨네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이: 응모해준 동생은 밥 사라고 했고, 부모님은 정말 좋아하셨고(물론 이벤트 제목은 당연히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불효를 저지를 순 없죠.) 친구들은 웃었어요. 그냥 웃었어요. 과연 정장으로 구원될 수 있을까 하며…
김: … 먼저 본인의 패션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죠.
이: 저 정도면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성비 측면에선 충분히 중상위권이죠.
김: 응모해주신 사진을 보면 좀 심각한데요… 보통 평범한 아이템을 갖춰 입으면 어느 정도는 되는데…
이: 저 사진 귀엽지 않나요?
김: 굳이 일부러 웃기려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이: 귀엽다는 건 진심입니다.
김: (안 되겠다. 빨리 화제를 바꿔버렷!) 받은 옷은 마음에 들었나요?
이: 맞춤은 처음인데, 다른 것보다 셔츠가 정말 최고예요.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요. 제가 목이 좀 두꺼워서 맞는 셔츠 사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몸에 잘 맞는 옷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냥 신세계였어요.
김: 그럼 앞으로 계속 이용하실 거 같은가요?
이: 셔츠는 무조건 계속 이용합니다. 제가 선물로 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강추합니다.
김: 신청 사연을 보니 모태솔로라고 하던데요, 진짜인가요? 선물 받고자 설정한 거 아닌가요?
이: 사랑 가지고 장난치지 않습니다. 사랑은 진실된 겁니다.
김: … 본인의 패션 감각과 모태솔로인 게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 솔직히 제 패션은 무난하다고 봅니다. 패션은 문제가 아니죠.
김: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이: 그걸 알면 제가 이러고 있겠습니까…
김: 넘어갑시다… 공통 질문입니다. 패션계의 격언, 패완얼, 패완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기본적으로 패완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패션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부분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걸 명심하세요.
김: 나쁘지 않은 패션 감각을 지니신 분으로서(…) 패션 감각이 하위권인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이: 베이직한 아이템을 활용하되 포인트를 주세요. 그 정도만 하더라도 하위권은 탈출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는 이게 개그인지 진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혼란에 빠진다.
김: 뭐… 여하튼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제가 왜 뽑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는 배웠어요. 앞으론 더 신경 써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짜 패션왕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
3. 패션 테러리스트 안길수 님
김: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 백화점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안길수라고 합니다. 회사가 아무래도 의류와 관계가 깊은 직종인데, 넌 왜 그렇게 입고 다니냐고 타박도 받고 놀림도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김: 응원합니다… 이벤트는 어쩌다가 신청하게 되셨어요?
안: 친구가 몇 년 전 사진을 대신 올렸더라고요. 친구들이 연례행사로 놀리던 사진이었습니다. (…) 사실 뭐 당첨이 될 거라곤 생각도 안 해서 올리든 말든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당첨이 됐네요.
김: 그래도 이벤트 이름이 ‘패션고자’ 이벤트 아닙니까… 망설임은 없었나요?
안: 친구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 떠드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제 치부를 보이는 거니 사실 좀 많이 망설였죠. 그런데 만약 된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결국 응모하게 됐어요.
김: 말씀 들어보니 주변에서 이미 악명(?)이 높으셨던 듯한데, 당첨됐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별말 안 하던가요?
안: 다들 엄청 웃었죠. 설마 진짜 되겠냐 했는데,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공인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부모님은 기뻐하셨고, 여자친구도 이 기회에 패션 센스 좀 바꿔보라며 응원해줬어요.
김: 선물로 받은 옷은 마음에 드셨나요?
안: 제가 수트를 자주 입는 직종이라 수트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무엇보다 맞춤은 처음이었는데, 잘 맞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 앞으로 스트라입스 계속 이용하실 건가요?
안: 무조건 이용할 겁니다.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체형 자체가 좀 커서 커버할 만한 옷을 구하기가 만만찮은데, ‘맞는 옷’이라는 느낌을 처음 받아본 거 같습니다.
김: 자, 공통 질문입니다. 패완얼, 패완몸이란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 확실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서 꾸미는 것이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김: 본인의 패션 감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안: 솔직히 저는 제가 그래도 보통(!)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 이벤트를 겪다 보니 보통 이하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 … 뭔가 각성의 계기가 된 거 같네요. 이 땅의 패션고자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세요.
안: 지금 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꾸며보니 패션 피플이랑 크게 다를 거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자신감이 중요하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일단 자기 단점을 직시하고 보여줘야 바꿀 기회가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김: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신기한 경험, 정말 좋았습니다. 단순히 옷뿐만 아니라 자신을 꾸미는 게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앞으로 옷은 당연하고, 헤어와 메이크업에도 신경 쓰면서 살 겁니다!
4. 백수룩 배인호 님
남자친구 몰래 이벤트에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된 이봄이 님, 그래서인지 두 분이 함께 오셨다.
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배: 성균관대 재학 중인 배구 선수 배인호라고 합니다.
봄: 안녕하세요. 인호 이벤트 신청했던 이봄이에요.
김: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어쩌다 신청하게 되셨어요?
배: 사실 제가 신청한 건 아니고… 저는 당첨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봄: 제가 신청했었어요. 인호가 운동선수라 옷만 잘 갖춰 입으면 진짜 멋질 거 같은데, 맨날 추리닝만 입고 동네 PC방과 당구장만 다녀서 속상했거든요.
배: 도대체 제가 왜 당첨된 걸까요…
김: 그래도 이벤트 이름이 ‘패션고자’ 이벤트였는데… 남자친구의 사진을 올리는 데 망설임은 없으셨나요?
봄: 패션이 심각한 건 맞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잘생겼으면 뭐.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김: 이벤트에 선정됐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배: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엄청나게 웃더라고요. 거기다 여자친구가 신청해서 당첨됐다니까 대박이다, 저렇게까지 신경 써주다니 하면서 많이들 놀라워했죠.
봄: 들은 거 그대로 말해! (철썩) 전생에 나라 구했다, 나한테 진짜 잘해야 된다, 그런 거 다 이야기해! (철썩)
배: 주위에서 다들 그래요. 아무래도 제가 운동을 하다 보니 자주 못 만나는데, 이것저것 다 신경 써주고 하니 고마워해야 된다. (봄: 얜 땡 잡은 거죠!) 그래서 여자친구랑 싸우면 사람들이 다 제 잘못인 줄 알아서 너무 억울해요. 사실 98%가 여자친구 잘못인데…
딱히 부정하지는 않는 이봄이 님…
김: 자자, 이제 옷 이야기를 좀 해보죠. 스트라입스 수트는 어떠셨어요?
배: 제가 운동을 하고 몸에 근육이 많다 보니 사실 웬만한 옷들은 어깨랑 가슴이 거의 안 맞아요. 허벅지 맞는 옷도 거의 없고. 근데 이 옷은 정말 제 몸에 딱 맞아서 좋았어요. 옷이 몸에 맞는다는 느낌 자체가 정말 처음이에요. 운동선수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네요.
김: 앞으로 계속 이용할 거 같나요?
배: 맞춤 자체가 처음이라 좀 긴가민가한 게 있었는데, 이젠 여건만 된다면 무조건 맞춤으로 할 겁니다.
김: 오늘은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완전히 변신했는데 기분이 어때요?
배: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모든 걸 끝내고 눈을 뜬 순간, 처음 본 내 모습이 거울에 있었어요. 굉장히 놀랐죠. 특히 메이크업, 이래서 화장을 하나 싶더라고요. 도대체 이걸 매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거지?
김: 그간 패션에 관심은 좀 있었나요?
배: 관심은 있었죠.
봄: 네가 관심이 있었다고?
김: 본인의 패션 감각을 평가해본다면?
배: 그래도 저 정도면 중상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귀찮은 것도 있고,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그냥 신경을 안 썼을 뿐이지, 저도 딱 보면 잘 입었다, 못 입었다를 알아볼 정도는 돼요.
김: 근데 왜 그렇게 다니셨어요…
배: 어차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거기다 편한 걸 워낙 좋아해서, 여름에는 추리닝에 반팔 입고, 겨울에는 추리닝에 파카 입고 다녔죠.
김: 이번 이벤트가 뭔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배: 사실 저는 정말 항상 패션에 신경을 쓰고는 있었어요. 다만 실천이 안 될 뿐. 그런데 오늘 이렇게 사진까지 찍으면서 느낀 게, 정말 조금만 신경 쓰면 엄청나게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론 추리닝 말고 다른 걸 입어보려고 해요. 여자친구가 이렇게 많이 아쉬워하고 있는 지도 사실 몰랐고요. 저한테 많이 맞춰준 거겠죠? 반성이 되네요…
봄: 예전에 오랜만에 데이트하러 나갔던 적이 었었요. 근데 글쎄, <서든 어택> 새로 나온 설현 캐릭터 받아야 된다고 PC방엘 데려가더라고요?
김: 세상에…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오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오랜만이겠어요?
봄: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에요. 그래서 저도 오늘 화장도 하고, 옷도 많이 신경 쓰고 나왔죠. 끝나면 가로수길에서 데이트도 해보려고요!
김: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할 시간이에요. 공통 질문입니다. 패완얼, 패완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 부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시면 됩니다! 배구를 하세요. 배구가 전신운동이라 몸 만드는 데 참 좋습니다.
김: 중상 정도의 패션감각을 지닌 분으로서 이 땅의 패션고자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죠.
배: 자신을 믿지 말고 주위 사람을 믿으세요!
봄: 그 말을 당사자에게 다시 해주고 싶네요. 널 믿지 마! 뭐 그래도 넌 중간은 돼.
김: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배: 오늘 정말 뜻깊고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또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요? 특히 스트라입스 정말 추천합니다. 뭐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제가 편한 걸 좋아해서 추리닝만 입었던 거였는데 정장도 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운동선수라면 무조건 추천!
봄: 이런 이벤트 기획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다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자친구가 변한 건 좋은데 앞으로 너무 꾸미게 될까 또 그게 걱정이네요…
나오며: 스트라입스 이벤트 담당자 염경석 님
화보 촬영을 끝나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붉다.
김: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단 훨씬 잘 나왔죠?
염: 네, 저도 촬영하는 거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김: 그럼 이제 패션업계 종사자에게 물어봅시다. 패완얼, 패완몸이란?
염: 하하, 패완얼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옷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옷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달라지는 자기 모습이 보일 거예요.
김: 종사자시니까 좀 더 집요하게 물어볼게요. 구체적으로 패완몸의 기준이 있을까요?
염: 아무래도… 키죠.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비율이라고 봅니다. 키가 크면 아무래도 비율이 좋은 경우도 많을 테니. 물론 키가 작다고 패션을 완성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그때 필요한 게 바로 맞춤이고 스타일링이겠고요.
김: 이 땅의 패션고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염: 사실 저도 전형적인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로 오랫동안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근데 대학 3, 4학년 때 우연히 대외활동을 하면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신경 쓰니까 확확 달라지는 거예요. 그게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고요.
중요한 건 경험과 학습입니다. 일단 주변에 옷을 잘 입는 사람이나, TV 속 연예인들이 어떻게 입는지를 보고 거기에 조금씩 변화를 줘보세요. 이 정도만 하더라도 어디서 옷 못 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새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옷을 보고, 예쁜 스타일이 있으면 캡쳐해서 모아둬요.
무엇보다 일단 한번 해보세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안 해봤던 건데 일단 해보고 나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본인부터가 가장 먼저 깨닫게 됩니다. 그럼 그다음부턴 일사천리에요. 그게 어렵다고요? 스트라입스 스타일리스트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김: 이제 이벤트가 정말로 끝났네요. 어떠셨어요?
염: 뭔가 패기롭게 시작했다가 중간엔 저도 좀 불안했는데… 솔직히 옷으로도 해결 안 되는 게 있거든요. (…) 근데 오늘 이렇게 옷을 갖춰 입고 스타일링을 하고,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에 저도 정말 놀랐어요. 촬영에도 다들 자신감 있게 임하셨고. 이런 게 옷이 가진 또 다른 힘이겠죠?
김: 이벤트 한 번 더 하자면 하실 건가요?
염: 사실 이것도 결국 마케팅의 일환인지라 저희로선 정말 도전적인 이벤트였거든요? 혹시나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기라도 하면… 근데 결과물도 정말 훌륭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던지라 충분히 또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맞춤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패션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분들인데, 이번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분들이었잖아요.
모든 참가자들이 자기가 패션에 관심이 있으며, 옷에 신경을 쓴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무엇보다 당첨자분들에게 자신감을 드렸다는 점이 기뻐요. 저희는 옷을 선물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론 스타일을 선물하게 된 것 같고요. 다들 패션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갖고 가셨으니,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김: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염: 옷만 달라져도 사람의 인상이 확 달라집니다.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스트라입스에서 일해서가 아니라, 제가 겪어봤던 일이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니까!
에필로그
우리는 당첨자들에게 자신감과 경험을 선물했고, 당첨자들은 우리에게 변화의 다짐을 남겼다.
그리고 화보 촬영 일주일 후, 우연히 한 명의 당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어, 저기요… 저희 저번 패션고자 이벤트가 뭔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이: 이거 신경 꽤 쓴 건데요… 그래도 많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김: 아니요. (단호)
패션 감각은 타고 나는 것인가? 한번 굳어진 패션 감각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인가…
이: 패션도 습관인데 어디 쉽게 바뀌겠나요. 오늘은 대충 나와서 그렇지, 신경 좀 쓸 땐 그래도 어디서 달라졌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그래, 어차피 모든 변화는 첫 걸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겠는가.
ㅍㅍㅅㅅ와 스트라입스가 이 땅의 모든 패션고자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