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작년 발행된 글을 재발행했습니다.
매해 일정히 일어났지만 특히 꽤 눈에 띄게 부각된, 5·18 광주항쟁에 대한 극우적 부정음모론에 관해 이야기가 많다. 박근혜 정권 이후 부각된 5·18 광주항쟁 담론 퇴보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거꾸로 흐르는 한국의 5·18 담론
하나는 2MB-H 정권을 이어가는 박II-S 정권의 보훈처 또한 공식추모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결정. 이들의 논리라는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왜 말이 되는지, 제게 설명해주실 수 있는 분? 하지만 어쨌든 이건 이전 기조의 연장선이다.
다른 하나는 종편 조선TV와 채널A(동아)가 앞장서서 다시 끄집어낸 북한특수부대배후설. 대단한 정치적 플랜보다는 논란으로 시청률 올리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실제로 작년 채널A로 광주항쟁 북한군 개입설을 공개적으로 뿌려대고, 동아일보로 반론하며, 논란장사 참 열심히 하고 있다) 조악한데, 그래도 딱 그런 조악한 (또는 그보다 더 조악한) 수준의 넷우익들과 그 느슨한 별 생각 없는 동조자들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어주고 있더라.
자칭 보수주의자들이여, 5·18만큼 보수에 구미가 맞는 사건도 없다
그런데 뭐랄까, 나는 우익 세계관에 잠겨있는 뭇 사람들에게 원만한 사상적 연착륙의 경로들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못된 시각을 가졌음을 인정했다가는 추락 폭발할 것 같아 보이면, 점진적 수정이 아닌 황당하게 극단화된 역사관/사회관으로 후퇴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들이 각각 왜 광주항쟁을 폄하 내지 부정하고 싶어 하는지 직시하는 것이다. 앞뒤 맞는 팩트를 훨씬 잘 정리한 곳이 많다. 그럼에도 천동설 수준으로 끼워맞춰가면서까지 왜곡된 역사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역사학이나 사회학보다 심리학의 영역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이 사안은 5·18 광주항쟁이 민주화항쟁 맞다고 인정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국가행사에서 널리 제창되어도, 보수(?) 세계관이 박살 나는 것이 아니라고 퇴로를 마련해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당장 5·18 광주항쟁은 미국식 보수주의의 관점으로 볼 때도 이상적인 영웅담에 가깝다. 국가의 억압적 개입에 맞서, 시민들이 스스로 무장한 자경단으로 일어나 애국을 표방하며 저항한 사건이니.
한국식 ‘보수’주의는 그보다 훨씬 정권의 개입을 환영하는 심히 M스러운 기질이 넘치지만, 조금만 신중하게 접근하면 뭔가 적합한 교차점이 있을 것이다. 독일 전후 지식인들이 그랬듯, 애국의 개념을 국가정권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민주사회에 대한 충성으로 바꾸어 나간다든지.
당장 4·19만 해도 오늘날 훨씬 그런 쓸데없는 천동설질이 덜한데, 그저 시간이 더 흘러갔기 때문은 아니다. 이에 앞서 공통으로 인정하고 넘어갈 지점을 그만큼 더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4·19 정신은 헌법에도 들어 있다. 그런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원문: capcold님의 블로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