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기간 세계 7위 규모의 경제 대국, 서민의 삶을 안정시켜서 전 세계의 극찬, 초등학교 학력으로 노동자당을 세우고 대통령이 된 사람, 재선 그리고 임기를 마칠 때의 지지율 83%.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빈자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하는가?” 그가 남긴 최고의 명언.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호세 무히카(우루과이) 전 대통령과 더불어 남미가 낳은 최고의 스타 정치인이었고 전 세계의 극찬을 받은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영웅과 영광은 없습니다. 집권 기간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몰락을 이끈 것은 브라질 최대의 국영회사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입니다. 브라질 경찰은 지난 2년간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뇌물사건을 조사해 왔습니다. 브라질의 주요 정치인부터 기업인으로 점점 조사대상을 확대해나간 경찰은 결국 룰라 대통령까지 정조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룰라 대통령이 인사 개입과 건설사로부터 고급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발표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페트로브라스이기에 이 스캔들의 크기는 매우 큽니다. 금액도 범위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스캔들에 브라질 국민들이 그토록 존경하던 인물이 휘말렸고, 최대수혜자라는 점으로 인해서 룰라 전 대통령은 엄청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영웅의 추락은 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세프 정권의 탄핵 명분은 지난해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은폐하기 위해서 정부회계를 조작했다는 점이지만 결정적 계기는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 장관에 임명한 일입니다. 브라질의 수석장관은 우리나라의 국무총리처럼 행정부처를 총괄합니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맡긴 것이지요.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 인해 구속위기에 처해있는 룰라 전대통령을 구제하기 위해서 호세프 대통령이 그를 수석 장관에 임명했다고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수석 장관은 연방 검찰의 수사와 연방 대법원의 재판 이외에는 면책 특권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이기에 이런 식의 꼼수를 써서 그를 구제하려고 했다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금까지 브라질에서는 총 3번의 대통령 탄핵 추진이 있었습니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 추진
- 1954년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
-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탄핵으로 쫓겨남)
- 1999년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
이번에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역사상 두 번째 탄핵으로 인해 불명예 퇴진하는 대통령이 됩니다.
물론 탄핵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연방 상원&하원에서 재적 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연방하원은 513명, 연방상원은 81명. 현재의 여론은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가까울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높지만 실제로 탄핵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고, 국민들은 왜 그들의 영웅에게 욕을 하고 있을까요?
제대로 지카바이러스를 대응하지 못한 점, 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못 한 점도 꼽을 수 있지만 결국 경제입니다.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의 비리를 보면서 분노하지만, 더 큰 원인은 경제라고 보아야 합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원자재 시장 호황으로 인해서 브라질 경제는 승승장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에 불황이 엄습하면서 브라질 경제도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최근 브라질 경제는 25년간의 경제 상황 중 최악입니다. 지난해 브라질의 GDP성장률은 -3.8%. 그런데 올해도 -3.5% ~ -4.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정적자는 계속 누적을 거듭해서브라질 정부는 공공분야의 채무를 갚는데만 GDP의 10%를 썼습니다. 지난해 실업률은 9.1%였고 물가는 10% 이상 치솟았습니다.
영웅의 몰락에는 경제가 가장 큰 이유인 것입니다. 브라질은 원래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현재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야당의 수많은 지도자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브라질은 수십 개의 정당이 연합정권을 만들고, 때에 따라서 뭉치고 떨어지는 것을 지속합니다. 현재 야당인 사회민주당도 과거 룰라 정부에서는 집권여당이었습니다. 과거 이들 중에서 깨끗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브라질은 수백 년 동안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지주의 힘이 막강하며 아직까지 정치 수준이 매우 낙후되어 있는 곳입니다. 아무리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의 비리가 불거졌어도 지금 경제 상황이 좋았다면 국민이 이들을 비판하며 탄핵까지 추진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먹고 살 만할 때엔 비리도 그러려니 했겠지만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그에 대한 분노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미의 영웅을 뛰어넘어 전 세계 좌파들의 아이콘이었던 룰라 전 대통령. 그는 지금 경제와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그의 비리는 비판해야 하지만 그가 진행한 서민 중심의 정책은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가 말한 명언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기에.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