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광고계에서 ‘패러디’라는 요소는 광고의 기발함을 강조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왔다.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타사의 광고까지도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여러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들이 등장한 이후로는 많은 브랜드에서 한 번쯤은 패러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패러디 광고를 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발함’에만 집착하지 말 것. 패러디 광고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 ‘기발함’에의 집착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들이 기발함 외의 영역을 어떻게 보여줬는지, 기발함에만 집착해 실패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본문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 1. 왕뚜껑
2013년, 이병헌이 출연했던 베가 아이언 광고는 ‘단언컨대’라는 단어를 유행어로 만들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같은 해, 왕뚜껑에서는 팬택 측에 정식으로 패러디 허가를 요청해 허락을 받은 뒤 개그맨 김준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패러디 광고를 찍었다.
그건 바로 ‘왕뚜껑’이라는 제품의 장점을 잘 전파했다는 점이었다. 기존 베가 아이언 CF에서 나왔던 문구인 “메탈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물불을 두려워않고 뛰어드는 용기와 어떤 시련에도 상처받지 않는 강인함, 차갑지만 약한 자를 감싸안는 따듯함을 가졌을 겁니다”는 왕뚜껑 CF에 와서 “뚜껑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뜨거운 김을 두려워않고 견뎌내는 인내와 어떤 시련에도 맛을 지켜내는 책임감, 덜어서 나눠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졌을 겁니다”로 바꼈다.
이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패러디의 재미와 기발함에 반응했을 뿐만 아니라, 왕뚜껑 컵라면만의 특징인 ‘뚜껑’의 존재 의의와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 2. 사라(Sara)
이 광고의 주인공은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4번 카드, ‘사라’와 연기자 유해진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어났으며 유해진에게 딱 맞게 설계된 사라, 그리고 그 카드를 접하게 된 유해진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도 잠시, 버스에서 사라에게 창밖 풍경을 보여주려던 유해진은 그만 사라를 놓치고 만다. 겨우 사라를 찾아내지만 마그네틱이 손상되었다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바일 카드로 저장해둔 사라가 휴대폰을 통해 다시금 등장한다.
이 광고는 ‘우리는 고객님을 생각합니다’, 혹은 ‘항상 고객님의 곁에 있겠습니다’와 같은 통상적인 문구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섰다. 사라와 유해진의 러브라인에 대한 스토리 텔링, 그리고 “난 해진씨가 좋아하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이제 내가 옆에서 다 맞춰줄게요”,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사라가 다 알아서 챙겨주니까” 등의 대사면 충분했다. 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전파하고자 하는 가치 또한 드러내는 대사들이었다.
또한 이 광고는 삼성카드가 모바일 카드로의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도 적확하게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사라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광고 스토리 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음과 동시에, 제품의 대표적 기능을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박성웅을 모델로 내세워 <신세계>를 패러디한 BHC의 맛초킹 광고, KDB 대우 다이렉트에서 <발리에서 생긴 일>을 패러디한 ‘증권사에서 생긴 일’ 등이 대표적인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들이다.
이처럼 패러디 광고 성공 사례들의 장점은 명확하다. 스토리라인과 적절한 유머, 그리고 기발함을 갖춘 구성을 통해 제품의 장점과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하나 더, 간결하다는 것도 이들의 장점이었다. 스토리 진행 상 필요한 장면이나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된 장면만 넣어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위메프와 네네치킨의 과도한 패러디
반면 패러디의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례들도 있다.
2013년에 쿠팡에서는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TV CF ‘내가 잘 사는 이유’를 촬영했다. 쿠팡을 통해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전지현의 모습이 주요 스토리 라인이었다. 소셜커머스 경쟁업체, 위메이크 프라이스에서는 이 광고를 패러디했다. 김슬기를 모델로 두고 ‘그녀는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로 카피를 교묘하게 바꿨다.
기발했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많이 끌었으나, 과도한 패러디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위메프는 기존에 광고를 내보냈던 쿠팡에게 소송을 당하기까지 했다. 브랜드의 가치를 확립시키거나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이미지만 실추당했던 것이다.
네네치킨의 경우에는 좀더 노골적이었다. 2015년 7월, 네네치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치킨을 합성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네네치킨은 일베 논란을 빚으며 큰 물의를 일으켰다. 다행히 네네치킨은 즉시 관련자를 해고하고, 대표가 직접 노무현 재단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통해 비교적 이 사태를 잘 수습했다.
이 사례들에서 보듯이, 의욕만 앞서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을 만한 소재를 선택한 패러디 광고들은 실패를 겪곤 한다. 물론 이 외에도 실패 사례들은 몇 가지가 더 있다. 기발함에 매몰되어 핵심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패러디에 집착해 스토리라인과 전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광고들이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
패러디는 그 틀을 가져오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장점이라는 핵심이 빠지면, 뼈대만 있는 앙상한 건축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틀을 잘못 가져왔을 때는 건축물이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사회적 물의를 빚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하게 고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패러디하고, 브랜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과 융합시켜라. 중요한 것은 ‘패러디를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패러디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고 제품을 팔겠다’는 의지이다.
원문: Contenta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