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검은 땅
그린란드라는 명칭은 여기에 첫 정착지를 건설한 전설적인 바이킹인 ‘붉은 털 에릭’이 붙인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기후가 다소 온화해 녹색 풀이 자라는 지역도 있긴 했지만, 역시 그 시기에도 대부분은 빙하의 땅이었기 때문에 이름 자체는 사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러 정착지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린란드의 위성 및 항공 사진은 그린란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래는 하얗던 설원이 사진처럼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마르코 테데스코 교수(Marco Tedesco, a research professor at Columbia University’s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 and adjunct scientist at NASA Goddard Institute of Space Studies)가 이끄는 연구팀은 저널 The Cryosphere에 수십 년간의 위성 관측 결과를 포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그린란드 표면이 검어지면서 알베도(albedo)가 감소했으며 이번 세기말에는 더 알베도가 떨어져 최대 1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알베도라는 표현은 태양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알베도가 감소하면 태양에너지를 더 흡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본래 흰색이어야 할 그린란드 표면이 검게 되는 것은 주로 여름철입니다. 대규모 산불이나 화석 연료 소비로 인한 검은 탄소 알갱이들이 멀리 그린란드까지 도달해 표면에 내려앉거나 혹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다른 먼지들이 눈 표면에 내려앉게 되면 표면에 검은 물질로 침착되게 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나 흰 눈 위에 있어 잘 보이게 되는 것이죠.
녹아내리는 얼음
물론 그린란드에서는 눈이 이런 물질보다 더 많이 쌓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대부분 흰 설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여름철에 온도가 상승하고 표면이 녹으면 물은 흘러가지만 이런 이물질을 표면에 남아 농도가 올라가면서 위의 사진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죠. 얼었다가 녹는 과정이 반복되면 이 어두운 색의 이물질은 더 크기가 커지며 쉽게 사라지지 않게 됩니다.
평소처럼 그린란드의 온도가 낮아서 쉽게 표면의 눈이 녹지 않고 쌓이는 눈이 많다면 이런 이물질은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린란드의 평균 기온은 지구 전체 기온 상승을 훨씬 추월해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표면이 광범위하게 녹으면서 표면의 알베도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상태는 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를 통해 1981년에서 2012년까지 그린란드의 알베도를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에는 큰 변화가 없던 알베도가 1996년부터는 십 년간 2% 정도 감소하는 양상으로 변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이번 세기말에는 10% 정도 알베도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와 같은 예측은 앞으로 그린란드 표면에서 더 많은 눈과 얼음이 녹아 사라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그린란드에는 해수면을 6~7m 정도 높일 수 있는 빙하가 있으므로 이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가속 현상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