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글쓰기가 지식기반 1인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글쓰기는 생산활동이자 영업활동이며 홍보활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1인기업에게 아예 책을 쓰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책을 쓸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디 책쓰기가 그렇게 쉬운가?
내 경우에는 블로그를 쓰다가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다. 거의 동시에 2군데에서 연락이 왔는데, 각 출판사에서 주제가 서로 다른 책을 내자는 제안을 해왔다. 사람도 기업도 제각기 관점이 다르니까 어쩌면 당연한 거다. 내 생각에 혼자 골방에 앉아서 끙끙거리며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완성한 다름 출판사에게 제안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다.
블로그를 비롯한 SNS 글쓰기는 조금씩 나눠서 출판(publishing)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 필요한 40~50개의 꼭지 가운데 1,2꼭지 분량만으로도 독자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Feedback을 받을 수 있다. 내 생각이 올바른 것인지, 사실관계에 틀린 것은 없는지, 이 주제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준다.
글을 계속 쓸만한 소재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일단 쓰면, 그 다음 소재는 독자들이 댓글로 알려주니 말이다. 반응도 보여주고 다음 글 소재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면벽수도’ 하듯 글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을 바라봐야 하는데 왜 말도 못하는 벽을 바라보는가?
왜 블로그인가?
글쓰기에 있어 다른 SNS 매체보다 블로그를 선호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고객과 접촉하기 편하다. ‘검색’이라는 편한 길로 고객이 찾아오기 편하고, 찾아온 고객이 컨텐츠를 읽기 편하다.
얼핏 페이스북이 더 편할 것 같지만, 페이스북 컨텐츠를 구글에서 검색하려면 “site:www.facebook.com 1인기업” 같은 검색식을 넣어야 한다. 그것도 검색되는 양이 매우 적다.
물론, 블로그는 검색 포털 간에 영업전략이 달라, 다른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검색이 되지 않거나, 검색이 되어도 블로그가 아니라 일반 웹문서로 분류된다거나 하는 자질구레한 문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봐서는 이런 건 별 문제가 아니다.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고객이 대중적이어야 하므로 검색에 노출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 문제이겠지만, 지식을 파는 1인기업은 목표로 하는 고객군이 상대적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가가호호 직접 ‘배달’하면 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세 가지가 목, 자리, 위치라고 하는 농담 같은 진담이 있다. 영어로는 location, location and location이라고 한다. 외진 곳에 위치하면 죽음이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페이스북이라는 어마어마한 유통망이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내 점포(블로그)의 위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매장 없이 배달만 하는 피자집이라고 보면 된다.
독자 눈에도 블로그가 좋다. 고객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몇 줄만 넘어가면 계속 읽기가 쉽지 않다. 글자체도 일정하고 간격은 빡빡하다. 중간에 그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무슨 매뉴얼을 대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반면에 블로그는 조절가능한 여백이 있고, 사진과 그림이 들어간다. 카카오에서 내놓은 신종 블로그인 ‘brunch’를 보면 더욱 확신이 든다.
지식기반 1인기업에게 컨텐츠를 생산하고 쌓아두는 ‘공장 겸 창고’와 그것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 컨텐츠를 일정한 장소에서 만들어 저장해 놓고, 그것을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고객들에게 실어 나르는 개념이다. 고객의 편의성을 기준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블로그가 가장 좋은 ‘공장’이다. ‘유통채널’은 단연 페이스북이다.
홈페이지가 따로 필요 없다
우리나라 정부나 유관기관에서 중소기업 지원한다며 홈페이지 만드는 것에 돈을 주고는 하는데, 대체로 제작업체 외에는 수혜자가 없다. 홈페이지라는 걸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때부터 엄청난 유지 노력이 필요하다. 때맞춰 리모델링도 해줘야지, 컨텐츠도 만들어 올려야지, 오류 나면 잡아야지… 예전에 흰코끼리는 나라 망하라고 주는 선물이었다는데, 홈페이지야말로 중소기업 고생하라고 증정하는 애물단지다.
특히나 지식으로 먹고사는 1인기업은 홈페이지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냥 자기 컨텐츠를 적절하게 잘 표현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다. 블로그의 모든 기능을 다 써보고 나서 뭔가 부족함이 있다면, 그 때 가서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도 된다.
모바일 환경을 잊지 마시라
조금은 기술적인 얘기지만, 블로그 글을 쓸 때는 지면이 모바일 화면이라고 생각하고 써야 한다. 요새는 어떤 매체가 되었든 고객의 70% 이상이 모바일로 접속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의 유입 URL 분석을 보면, 대략 90% 이상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들어온다. 그 가운데 80%P 이상이 모바일에서 들어온다. m.facebook.com으로 구분해서 그러니 블로그를 쓸 때는 모바일에서 잘 보이는지에 주의해야 한다. (내 독자층이 더 젊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혼자 좋아하는 대목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PC 앞에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초기에는 그랬다. 이걸 잊으면 안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노트북PC로 쓰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 대다수는 모바일로 보면서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편집이 달라 보인다. 이렇게 어떤 컨텐츠를 모바일로 만들었던 PC로 만들었던 한쪽에 올려만 두면 양쪽 모두에서 잘 보이도록 만든 것이 ‘반응형웹’이다.
모바일에서 연결된 링크를 따라 갔더니 PC화면이 쪼그맣게 보인다면, 그래서 짜증이 나 돌아나와 버리거나, 급한 일이라 확대한 모바일 화면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옮기면서 더 짜증이 난다면, 그 글은 반응형웹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고객을 무시하는 짓이다.
어떤 시민단체 (심지어 꽤 많은 글을 생산하는 유명 시민단체)에서 아직도 PC웹상의 홈페이지만을 고수하기에 왜 그런지 물었다. 단체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우리는 아직 PC로 일을 하고… 아니, 시민들이 다 모바일로 보는데, 시민단체가 PC에서만 읽히는 글을 열심히 쓰면 뭐하나?
심지어 이 시민단체의 정기 발간물은 웹진으로 나오는데, 웹진편집 (공짜) 서비스를 써서 마치 pdf 처럼 고정되어 보인다. 컨텐츠를 텍스트 상태로 복사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 외에는 별로 독자친화적이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PC웹 전용이다. 고객인 시민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A4 크기 지면을 5인치 남짓한 모바일 화면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읽어야 한단 말인가? 80년대 길거리에 전단 하나를 뿌려도 독자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던 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하여간 반응형 웹을 쓰지 않고 PC웹만 끌어안고 있으면 망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 고객은 꿈길이 아니라 모바일을 따라 온다.
편집에 관한 Tip 두 가지
대한민국에 블로그에 대한 전문가는 많다. 그런 분들 다 놔두고 내가 이렇게 길게 쓰고 있는 것은 월권이자 노력 낭비다. 내가 체감한 딱 2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
한 문단에 3줄 이상 쓰지 마라
모바일이기 때문에 글 쓰면서 지켜야 할 것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문단 나누기에서 문맥이고 뭐고 따질 필요가 없다. A4 사이즈에서 11폰트로 글을 쓰고 있다면, 3줄이 넘어가면 무조건 잘라라. 딱 이 문단 만큼이다.
그러고 나면, 바로 이렇게 한 줄을 띄어야 한다. 내용에 구애받지 말고 지켜야 한다. 습관이 되면 세 줄 간격으로 생각이 나뉘면서 문맥을 이루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API를 활용하라
여러분은 블로그 글을 어디에다 쓰는가? 혹시 블로그를 열어서 편집기에다 쓰고 있지는 않으신지… 그러다 혹시 인터넷 연결이 불안해 지면서 애써 쓴 글이 날아가거나, 사진이나 그림 하나 붙이고 크기 조정하기가 힘들어서 애꿎은 컴퓨터만 욕했던 기억은 없으신지…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미욱한 나는 작년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블로그가 대중화하면서 쓰는 방법에서도 이미 혁신을 이뤘던 것이다. 바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이용하면 되는데, 그 방법은 나보다 훨씬 설명을 잘하는 분에게 맡긴다. (API로 블로그 포스팅 하기 방법은 여기를 참고.)
API로 블로그 쓰기의 최대 장점은 글이나 사진 등을 편집하기가 월등히 손쉽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쓰는 MS워드나 아래한글에서 쓰고, 블로그 보내기 버튼만 누르면 된다. 한번 해보면 다시는 블로그 편집기로 돌아갈 수 없다.
블로그에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정작 블로그 쓰기의 형식에 대해서 쓰고 말았다. 다음 편부터는 진짜 주문 받은 대로 써드리겠다.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