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HDD)는 한때 저장장치의 대명사로 모든 컴퓨터와 서버에 빠지지 않고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역시 수많은 디바이스와 서버에 하드디스크가 사용되고 있죠. 하지만 최근에는 하드디스크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결국 하드디스크의 시대가 끝나거나 최소한 이전보다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난드텍에 의하면 2015년 하드디스크 출하량은 4억 6890만 대로 2015년 대비 17%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드디스크 수요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0년에의 6억 5100만 대와 비교하면 28%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지난 6년간 하드디스크 출하량은
2009년: 5억 5960만 대
2010년: 6억 5100만 대
2011년: 6억 2150만 대
2012년: 4억 8000만 대
2013년: 5억 5130만 대
2014년: 5억 6410만 대
2015년: 4억 6890만 대
로 태국 홍수의 영향을 받은 2012년을 포함해서 생각해도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하드디스크 한 개당 용량은 크게 증가해서 2014년 3분기에는 1TB, 2015년 4분기에는 1.3TB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는 물론 하드디스크 자체의 용량 증가와 더불어 노트북에서 HDD 탑재 비율이 줄면서 나타난 변화입니다. (참고: Market Views: Hard Drive Shipments Drop by Nearly 17% in 2015)
하드디스크의 수요가 줄어든 이유는?
비록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이 헬륨 충전 기술을 비롯해서 SMR 같이 새로운 방식으로 10TB급 이상 고용량 하드디스크 시장을 열었지만, 하드디스크 수요가 줄어든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첫째로 일단 PC 수요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PC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이미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PC에 탑재되는 하드디스크의 수요 역시 같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첫 번째 이야기와 일맥상통한 이야기인데, 점차 기기의 중심이 모바일로 건너가면서 하드디스크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HDD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죠. 여기에 PC 업계도 살아남기 위해 경량 노트북과 태블릿에 집중하면서 하드디스크의 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SSD의 증가가 하드디스크의 수요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히 노트북용 2.5인치 하드디스크 시장에서 두드러진 문제입니다. 2016년에도 여전히 노트북의 2/3 정도는 하드디스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소비자의 데이터 소비 패턴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드디스크에 동영상을 대량으로 저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동영상이 여전히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구매하는 이유 중에 하나지만, 최근에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새로운 대세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넘쳐나면서 이제는 굳이 USB 메모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보다 더 들고 다니기 불편한 외장 하드 역시 마찬가지죠.
따라서 이제 하드디스크 시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는 기업 시장에 더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아직 데이터 백업에서 하드디스크의 가격적 메리트가 상당한 데다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도 하드디스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결국 가격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용량대 가격에서 SSD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면, 데이터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충분히 시장성이 있습니다. 기업용이나 NAS 등 전문적 스토리지를 위한 제품들은 대당 단가도 비싸서 판매량은 줄어도 마진율을 올라갑니다.
사실 기업 및 대규모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SSD와 하드디스크의 기세 싸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앞으로 하드디스크가 20년은 더 갈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는 시간만이 답을 알려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