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오바마의 왼손이 포인트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전은 위아래를 구분하는 일종의 서열 놀음에 가깝다. 그래서 물을 따르고, 밥숟가락을 놓는 것과 차량 문을 열어주는 것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온갖 종류의 의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오죽하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점심 시간에 직장 상사의 숟가락을 놔주고, 물을 따르는 것이 의전인가 꼰대인가로 이른바 ‘퐈이어’가 난 적이 있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의전은 ‘내부 조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 의전은 같은 조직이 아닌 서로 다른 조직의 구성원 사이에 신뢰와 존중를 표현하기 위한 ‘공식 예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티비를 보면 외교 회담을 할 때, “실무자 회담”, “장차관급 회담”, “총리급 회담”, “정상 회담”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의전이 유의미한 것은 서로 다른 외부 조직과 국가 사이에서 ‘업무 처리’를 위해 서열 정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의전이란 대화와 협상 이전에 “나는 지금 몹시 진지하고,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표현으로서 하는 행위양식인 것이다. 그냥 냅다 윗사람에게 굽신거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의전은 이러한 속뜻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채, 일단 복종과 굴종의 행위양식으로 쓰인다. 사실 조직 내부에서는 개인 대 개인의 예절이지 ‘조직의 공식 예절’인 ‘의전’은 존재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방모찌(かばんもち)’란 말을 자주 쓴다. 이 말은 일본어로 상사의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는 시중꾼이나 비위를 맞춰 따라붙는 부하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즉, 낮춰 부르는 속어인 셈이다. 헬조선의 꼰대문화에서 의전이란 ‘가오’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자신이 누군가를 지배한다는 과시적 행태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꼰대는 가방과 우산을 스스로 들지 않는다. 심지어 물건을 사더라도 ‘결제’는 비서나 부하가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황교안 총리는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끌고가는 꼰대 의전의 끝판왕 모습을 시전했다.
다시 천조국의 대통령으로 돌아가자. 오바마는 왜 우산을 스스로 들었을까? 바로 경호원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은 우산을 들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우산을 들어주면 사주경계가 소홀해진다. 그리고 대통령이 우산을 든다고 자신이 할 일을 못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오바마가 옆에 영부인이 없었더라면 우산조차 귀찮다고 비를 맞으며 악수를 나눴을지도 모른다.
위의 사진을 보면 미국 대통령 경호원이 차량의 문을 잡고 있다. 이것은 의전 때문이 아니다. 바로 공격 받았을 때의 메뉴얼에 따른 행동이다. 유사시 대통령의 머리를 차 속에 구겨넣으며 문을 닫고, 자신은 외부에서 장렬히 전사하기 위한 태세로서 철저히 자신의 직무에 따른 행동일 뿐이다.
우리나라를 흔히 ‘의전사회’라고 부른다. 그만큼 기업이나 공공기관 전방에 예절을 벗어난 굴종의 ‘표현’을 강요한다. 그리고 의전의 뜻도 모르고 함부로 ‘의전’을 이야기한다.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