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야후,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인텔 등이 있는 곳. 이러면 알만 한 사람들은 이미 눈치챌 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Sillicon Valley). IT인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일해 보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바로 그 실리콘밸리.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창조적인 IT 인력 양성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배우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지인 중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startup) 회사에 입사 확정을 받은 사람이 있어서 만나봤다. 그의 이야기 중에는 혼자만 알면 좋을 것들이 수두룩했다. 세상엔 이런 정보가 구전으로만 나돌 테고,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해외 취업하겠다고 나서면 또 맨땅에 삽질을 할 테다.
어차피 지금 나는 당장 시행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래 묵혀두면 또 상황이 바뀌어 쓰지도 못 할 정보, 따끈따끈할 때 조금이라도 널리 퍼트리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은 별 것 아닌 정보일지 몰라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절실했던 정보일 테니, 이런 작은 정보들이 모이고 모이면 쓸데없이 개별적으로 낭비하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절감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이렇게 소소하게라도 작은 정보를 서로 나누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글을 통해서 유용한 정보를 얻고, 급기야 해외 취업에 성공해서 고마움을 표시한다며 실리콘밸리 행 비행기 표를 보내오는 사람까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지만, 그건 환상이란 걸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실력 있고 능력도 있으면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실리콘밸리 진출을 미루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자극을 받아서 많이 진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능력 있는 자들이 그렇게 넓은 세상으로 좀 빠져줘야, 나같이 능력 좀 떨어지는 사람들도 먹고 살 게 아닌가.
잡설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인 알맹이 내용으로 들어가겠다. 그전에 미리 알려둘 사항은, 인터뷰 대상이 익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거나, 다소 두루뭉실하게 편집했다는 점 이해하기 바란다.
개발자가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 얼마나 배워야 할까?
– 한국에서도 꽤 괜찮은 회사에 다녔는데, 왜 해외로 나갈 결심을 했는지 궁금하다.
좋은 회사이긴 했지만,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에 몸이 점점 축나는 것이 느껴졌다. 급기야 ‘이러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계에 이른 거다.
– 보통은 그런 상황이 돼도 몇 달 놀다가 다시 재취업 하는데, 해외로 나갈 생각을 했다니 특이하다. 아내도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였는데, 순순히 따라와서 유혈 사태가 없었던 건가?
사실 처음엔 해외 취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휴식도 할 겸, 놀면서 영어라도 배울 겸 해서, 1년간 해외에서 살아보자는 생각뿐이었다. 필리핀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하고, 북미에서 6개월 살아볼 생각이었다. 아내를 먼저 어학연수를 보내서 그런지, 이런 계획에 흔쾌히 오케이 했다. 참고로 나는 1년째, 아내는 2년째 놀고 있어서 통장이 바닥을 뚫고 있다.
– 초반부터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왕 나온 거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자. 돈 문제는 중요한 거니까. 그렇게 생활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1년 간 둘이서 3천만 원 정도 썼다. 아내나 나나 영어를 정말 못하기 때문에, 일단 필리핀에서 영어 기초 회화라도 배우자며 학에 다녔다. 하루 네 시간 정도 수업을 하는 기숙사 학원에 등록했는데, 한 달 평균 1인당 100만 원 정도 썼다. 학원비가 70~100 정도, 생활비가 30~40 정도 들었는데, 놀러 나가는 때는 좀 많이 쓰기도 했다.
– 그럼 캐나다에서는 얼마나 들었나?
못 본 새 국세청에 취직한 건가?
– 아니다. 뭔가 시도하는 데 돈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 많은 사람들이 돈 문제는 숨기려 하는 게 답답해서, 나는 좀 다르게 하자고 이러는 것뿐이다.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아야, 따라하든 포기하든 할 게 아닌가?
안타깝다. 국세청에 취직했다면 얻어먹으려 했는데. 어쨌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캐나다는 필리핀보다는 돈이 많이 들었다. 밴쿠버에서 살았는데, 한 달 생활비가 50만 원 정도, 월세는 쉐어를 해서 80만 원 정도 들어갔다. 캐나다에서는 집을 구해서 살았는데, 그나마도 룸 쉐어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월세의 반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정도 들었다. 그리고 학원비까지 해서, 반 년 지내는 데 대략 1700 정도 쓴 것 같다.
돈이 많이 들 걸 예상했기 때문에, 처음엔 캐나다에서는 학원을 안 다니려고 했다. 공원 같은 데 나가서,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실전으로 영어 실력을 늘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밴쿠버가 알고 보니 10월부터 2월까지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곳이더라. 밖에 나가도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나도 비가 오면 밖에 잘 안 나가는 성향이라, 이러다가 기껏 캐나다까지 와서는 방구석에서 폐인이나 되겠다 싶어서 학원에 다녔다.
– 필리핀 어학연수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도움이 되던가?
내 경우는 워낙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꽤 도움이 됐다. 내 영어 실력은, 영어로 문장을 못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기숙사 학원에서 하루 4시간 씩, 1대 1로 수업을 했더니, 대략 기초는 만들어졌다. 물론 필리핀 영어는 연음을 쓰지 않는 등, 미국 영어와 다른 점이 많아서, 여기서 배웠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이 하는 영어를 알아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내가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고, 나 역시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큰 소득이었다.
– 영어로 문장을 만들고 대화하려면, 하루 4시간 일대일 수업을 6개월간 들으면 된다는 건가?
아니다. 3개월이면 된다. 3개월 넘어가면 공부가 안 된다, 지겨워서.
– 그럼 나머지 3개월은 뭐 했나?
학원만 등록해 놓고 놀러 다녔다.
– 잘했다.
감솨.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다른 채용 프로세스
– 이제 본격적인 질문을 해보자. 지금 합격한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실리콘밸리의 조그만 벤처 회사다.
– 뭐 하는 회사인가?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데, 나도 아직 자세히는 잘 모른다. 그냥 이 부분은 비공개로 해 달라.
– 그렇다면 어떻게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됐는가?
내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하여 하산을 하게 되매, 무림에 나가서 진검승부를 펼쳐보고 싶었다… 는 뻥이고, 이왕 영어권 국가에서 놀게 된 김에, 외국 회사에 이력서나 한번 넣어봐야지 싶었다. 거의 재미로 시작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는데, 이미 떨어진 이력서가 아는 분의 아는 분에게 들어갔다. 거기서 내부 추천돼서 면접 보고 입사하게 됐다.
– 영문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그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가?
아시다시피 영문 이력서에는 사진도 안 붙이고, 개인적인 인적사항은 거의 적지 않는다. 실전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했는지를 서술한, 경력 위주의 업무 사항들을 2~3페이지 정도로 적어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기소개서에 해당하는 커버레터(cover letter)를 요구하는 곳도 있는데, 그럴 때도 한국처럼 ‘저는 2남 2녀의 가정에서 태어나 화목하고 다정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어쩌고저쩌고’ 하는 식의 내용들은 쓰지 않는다. 4~5 줄 정도의 간략한 자기소개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것이 전부다. 예를 들면 자신이 활동적인 사람인지 내성적인 사람인지, 어떤 열정을 가졌는지 등의 내용을 간략하게 쓰는 방식이다.
– 그렇게 이력서를 잘 적어서 뿌리면 회사에서 막 부르고 그러는 건가?
내 경우는 운이 좋았던 거다. 화려한 이력서를 여기저기 많이 뿌린다고 취업이 되지는 않는다. 미국 회사들은 자신들이 내건 요구사항(requirement)에 맞는지를 우선 체크한다. 한국의 회사들처럼, ‘좋은 사람이니까 일단 뽑아 놓고 보자’라는 식으로 채용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이력서에는 실제로 자기가 확실히 한 업무만 적어야 한다. 면접 때 정말 꼼꼼하게 물어보기 때문에, 거짓을 적으면 들통 나기 쉽다. 또한, 나중에라도 이력서에 거짓을 적은 게 들통이 나면 몇 년이 지난 후에라도 해고될 수 있다.
– 미국 회사들의 채용 과정은 대략 어떻게 되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간략하게 공통적인 부분들만 추려서 일반화 해보면 이렇다. 이력서를 내고, 답신이 오면 전화 면접을 한다. 그 다음에 테스트를 하는데, PC 모니터를 보면서 시험을 치는 등의 테스트다. 이것을 통과하면 본사에 가서 면접을 본다.
– 영어로 대화를 조금 하는 사람이라도 전화 통화는 어려운 법인데, 전화 면접은 알아듣기 어렵지는 않은가? 그리고 전화 면접에서는 어떤 걸 주로 물어보는가?
미국 회사들은 매니저급 사람들이 주로 인도 사람이라더라. 그래서 그런지 전화 면접으로 연락하는 사람들의 90%가 인도 사람이었다. 인도 영어가 처음엔 좀 이상하고 알아듣기 어렵지만, 대충 익숙해지면 오히려 다른 아시아 사람들보다 알아듣기 쉽다. 우리 같은 비영어권 국가의 아시아 사람들은 영어 발음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인도 사람들은 똑같은 단어를 다들 똑같이 이상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적응하면 오히려 이해하기가 쉽더라. 전화 면접도 회사마다 방식이 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이력서에 쓴 내용을 심도 있게 질문하고, 알고리즘 퀴즈도 낸다.
– 어느 날 갑자기 전화 와서는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하는 건가?
어느 날 갑자기 전화하는 건 맞는데, 그때 바로 전화 면접을 하는 건 아니다. 일단 전화를 해서는 ‘이번 주말에 바쁘냐? 안 바쁘면 면접 보자.’라며 약속을 잡는다. 물론 회사마다 다를 수는 있다.
– 피드백은 언제쯤 오는가?
미국 회사들은 피드백에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이력서를 보낸 지 두 달이 지나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와서 면접 보자고 하는 곳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력서의 합격 여부는, 일반적으로 한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 면접 후에도 합격 여부에 대한 통보가 2~3주 후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2차 전화 면접까지 가는 데 거의 넉 달이 걸리기도 했다.
– 전화면접 후에는 PC 등을 통해 시험을 치른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어떤 문제들이 나오는가?
그건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회사별 기출문제들을 정리해서 모아 놓은 사이트가 있다. 현지 사람들도 다들 이 사이트의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공부하더라.
– 사이트 이름이 뭔가? 이 부분에 버튼을 넣어서 유료로 결제를 한 사람들만 보도록 해야겠다.
http://careercup.com이다.
– 잘했다.
감솨.
해외 취업을 위한 최고의 길, 오픈소스
– 그런데 한국에 거주하면서 외국 회사에 지원해도 합격할 수 있는 건가?
이론상으로는 할 수 있다. 능력이 출중하다면야 회사 입장에서 그런 걸 가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이력서를 넣는 것이 확률이 더 높다. 일단 한국에 있으면 채용 시 비용도 많이 들 테고, 영어를 못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지, 잘 안 된다고 하더라. 준비는 한국에서 하고, 입사 지원은 영어권 국가에 머물면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 그럼 이제 최종 면접 이야기가 남았는데, 입사하게 된 그 회사 말고도 최종 면접까지 간 회사가 있었나?
있었다. 트위터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다.
– 그럼 트위터 사장을 만나봤다는 건가?
아니다. 트위터 직원들에게 면접을 봤다. 직원 한 사람이 50분간 면접을 했는데, 다섯 명이 번갈아가며 나를 인터뷰 했다. 소스 레벨 아래까지 다 물어보더라. 심지어 점심시간에는 직원 네 명과 함께 50분간 점심식사를 했는데, 그것도 다 면접이었다. 인성을 보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정말 육체적으로 지칠 정도였다.
– 그게 최종 면접이었나? 그럼 거기서 통과하면 최종 합격인가?
그렇다. 그게 최종 면접이었다. 거기서 통과하면 입사하는 거였는데… 젝일.
– 근데 여기까지 들어보니 재미로 여기저기 이력서 넣어본 것치고는, 한두 단계 정도는 쉽게 패스한 것 같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물론 있다. 이력서 정도는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고, 잘만 하면 전화 면접이나 테스트도 쉽게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 인맥을 통하는 건가?!
아니다. 사장이나 대통령 인맥이라면 모르겠지만, 매니저급 인맥을 통해도 테스트나 면접을 쉽게 통과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것 없이, 가진 것 없는 놈이 그 모든 단계를 쉽게 넘을 수 있는 궁극의 스킬이 있다.
– 그게 뭔가?!!!
정답은 오픈소스다.
– 오픈소스? 한국에서는 돈 없는 자들도 쓰지 않는다는, 복잡하고, 어렵고, 귀찮아서 외면한다는 그 오픈소스?!
그렇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서도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들이 오픈소스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시작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도 오픈소스를 이용해서 제품을 많이 개발하는 추세라고 알고 있다.
– 그렇다면 오픈소스가 어떻게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
물론 예전에도 할 사람은 했지만, 요즘은 특히 github가 생기면서 오픈소스에 공헌(contribute)하기가 더 쉬워졌다. 세계적으로도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많다.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이력서에 github 계정과 활동사항을 적어 내라고 요구하기도 할 정도다.
사실 이력서나 전화면접, 테스트 같은 과정은 모두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미 이 사람의 실력이 검증되어 있다면 어떻겠는가? 회사에서 이 사람의 실력을 이미 알고 있다면, 실력 검증을 위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그렇게 실력을 보여줄 수 있고, 검증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github을 통한 오픈소스 기여 활동이다.
– 그런 이야기를 얼핏 듣긴 했다. netty를 개발한 이희승 씨 같은 경우, 이미 이 바닥에서 널리 알려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트위터에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링크 : [이사람] “트위터에 구직정보 올려 트위터에 입사했죠”) 하지만 오픈소스 패치는 힘들다. 한국 상황에서 회사 다니며 오픈소스에 참여할 시간도 잘 없지 않나?
힘드니까 가치 있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거다. 실제로 백수로 지내면서 오픈소스 활동만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어렵고 힘들어도, 빠져들면 재미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링크드인의 1촌이 아닌, 실력으로 인맥을 만드는 오픈소스
– 그렇다면 어떻게 오픈소스에 기여할 수 있는가?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사용하는 오픈소스 툴에 관심을 가지는 거다. 사용하다 보면 버그를 발견할 수도 있고, 개선점을 찾아볼 수도 있다. 업무와 연관된 범위이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사실 큰 프로젝트에는 뜨내기들이 많다. 잠깐 하다가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거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오픈소스 컨트리뷰터(contributer)가 많이 없는 실정이다.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활발하게 많이 하는데 말이다.
– 하긴 github으로 활동을 하면, 건강 등의 문제로 회사를 한 일 년 쉬어도 현업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쳐주기도 하겠다.
그렇다. 물론 그걸 완전히 경력으로 쳐 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경력 단절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분야, 이런 툴,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열정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주위 한국 개발자들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분이, 실력이 좋아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서 좋은 곳으로 못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다. 밑바닥에 깔린 실력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계속 갈고 닦아야 하겠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활동한다면, 그 사람을 좋게 볼 수 밖에 없다. 이게 바로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확장시키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기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을 위해서는 실력이 밑바탕 되고, 그 위에 인맥이라 불리는 인적 네트워크도 어느 정도는 구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행처럼 링크드인을 하는데, 개발자의 경우에는 github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github을 통해서도 세계 각국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교류를 하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링크드인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거기도 계정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이 기본이다. 즉, 취업을 위해서는 실력과 인맥이 모두 필요한데, github을 통한 오픈소스 참여는, 이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 그렇다면 github에서 아무 프로젝트나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잡아 활동해도 되는 건가?
사실,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골라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취업이 목적이라면 가장 핫(hot) 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큰 프로젝트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내 분야에서 내가 파악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대략, 하둡(Hadoop), 레디스(Redis), 노드js(Node.Js) 등이다.
그리고 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github에서 그 회사 이름으로 검색해보라. 요즘 이름 좀 알려진 회사들은 대부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픈소스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기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좋게 봐줄 테고, 실력 검증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다.
–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정신이 확 깰 정도다. 그런데 이것만 하고 끝내면 너무 짧으니까, 오픈소스 외에 또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어떤 게 있는지 말해 달라.
해외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도 잘 활용하면 좋다. 캐나다에서 열린 한 오픈소스 컨퍼런스에서, QnA 시간에 참가자들 전원이 서로 묻고, 서로 답변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질문한 내용을, 마침 내가 알고 있던 것이라 답변을 했다. 대충 내가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사용해야 한다 정도를 말 했는데, 사실 그런 곳에서 말을 하기엔 내 영어 실력이 너무 미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지식을 접하기 위해서, 틀린 영어 표현도 참고 인내하며 끝까지 다 들어주었다. 나중에 마치고 나서 따로 내게 와서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회사에 이력서 한 번 넣어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 자신을 드러내라… 는 것이로군.
서양 사람들은 뭔가 배울 게 있다 싶으면, 한글로 된 블로그 기사도 번역기를 돌려가며 읽어볼 정도다. 그러니 영어 실력보다는 진짜 현업 실력을 계속 내비치고 알린다면, 인적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따라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에 응한 대신 나에게 밥을 사 줄 기회를 제공했으니 영광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
백수가 사는 길은 github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