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강남 3구 일반고가 합격자를 독식하는 쏠림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학년도 서울대 합격생의 42.0%를 차지했던 이런 학교들 출신 학생 비율은 2016학년도 입시에서 49.1%로 늘어 절반에 달했다. (…)
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본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는 “교내대회, 독서,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문화자본의 차이가 반영돼 계층적인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며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학생의 잠재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할당제 도입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단독] 금수저 고교 서울대 독식 더 심해졌다‘
이 기사에서 다루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요소를 짚을 수 있다.
- 2000년대 초중반부터 ‘수능 한 방’에 의존하는 평가시스템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내신 및 비교과를 포함해 고등학교 과정의 삶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수시전형 입학생 비중이 엄청나게 늘었다. 서울대의 경우 10년 전까지 여전히 입시의 중심이 정시였다면, 지금은 수시에서 3/4 가까운 인원이 들어오고 정시는 훨씬 마이너한 입구가 되었다.
- 학생부 및 각종 비교과활동은 단순히 부모의 경제력 자체보다는 그러한 활동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환경 및 네트워크의 유무에 압도적으로 의존한다. 쉽게 말해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실험실이 없으면 실험논문을 쓸 수 없고, 아무리 평범한 학생이라도 (예를 들어 모 국제고처럼) 되든 안 되든 해당 분야와 연관 있는 논문 수십 쪽짜리를 쓰도록 하는 과정 하에 있다면 산출물을 뽑아낼 수 있다. 굳이 학부모의 인맥과 경제력을 직접적으로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런 기반/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곳과 아닌 곳에서 학생 실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결정적인 요소로, 한국 중등교육 과정에서 비교과/학생부 활동을 지원하는 기반이 대학 입시평가가 다면화하는 추세를 따라갈 만큼 균등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강점은 단지 똑똑한 자원 및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상위권 대학 입시과정의 변화에 맞춘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예컨대 모 외고는 영문과 수시면접 준비를 위해 교내 동아리를 따로 만들어 진학희망자들을 모아 상대적으로 최적화된 입시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내가 졸업한 지역의 일반 인문계고가 그런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을까? 시스템 구축의 측면에서 그곳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대체로 특목고/자사고/강남3구 일반고의 인기 대학 점유율이 상승하는 과정을 보도하는 기사들은 두 가지 방향에 집중한다.
- 이것을 불평등 심화의 일부로 간주하고 학부모의 경제력과 연동시킨다.
- 입시 다면화가 가져온 폐해가 어떻게 일반 인문계 고등학생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지를 지적한다. 이런 방향은 암묵적으로 다면화된 평가 대신 수능 한 방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시선을 깔고 있다.
이것들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위에서 언급한 세 번째 항목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대입 결과의 불평등은 전국의 중등교육환경이 균질하게 발전하지 못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교육정책가들은 대학 입시 전형이 다면화하도록 풀어주는 과정에서 전국 중등교육환경이 그에 맞춰 발전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불평등 심화가 필연적으로 나타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혹은 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의 기사보도에서는 쏙 빠져 있지만, 중등교육과정은 학생-학부모-사교육 못지않게 학교-교사들이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문제는 입시 과정이 바뀌는 흐름에 따라갈 만큼 중등학교 조직방식 및 교사들의 역량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충분히 유효하게 이루어졌는가다.
학교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나는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사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10여 년 전과 비교해서 실질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 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도, 나는 그 친구들이 정말 10년 전보다 합리화된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체 교육기관이 입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시점에서, 당연히 승자는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 그 변화에 먼저 적응한 일부 교육기관 및 그 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소수의 (자본을 갖춘) 학생들이다.
결론적으로, 대입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중등교육의 불균등발전, 혹은 좀 더 정직한 표현으로 저발전 상태를 반드시 다룰 필요가 있다. 이걸 다루지 않고 단순히 “특기자 전형은 돈 없는 학생에게 불리하니 수능 한 방으로 돌아가자”식으로 주장한다면, 우리의 교육은 언제까지나 낮은 효율을 내는 과정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중등교육시스템이 개선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입시 다면화 정도를 낮출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