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메시지입니다.
사실, 휴대폰에 대한 감청 요청은 이제 와서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일찍이 클링턴 정부 시절부터 나왔던 이야기이며, 작년 10월에도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감청을 위한 백도어를 요청했다가 결국은 ‘포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포기’했음에도 불과 반년도 안 되어 다시 법원 명령으로 요청한 것은 그만큼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말에 동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테러와 같은 범죄는 우리 자신에게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 시스템이 악당의 손에 들어간다면?
영화 <다크나이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등장합니다. 고담시 전체를 향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 조커를 잡겠다면서 배트맨이 고담시의 모든 핸드폰을 감시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시스템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장치를 개발한 루시우스 폭스의 제안대로 조커를 잡은 후에 그 장치를 파괴합니다.
하지만 이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편리한 장치가 등장한다면, 한번 사용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배트맨은 몇 번이고 이 장치를 다시 사용할 겁니다.
설사 배트맨이 이 장치를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이러한 방법이 있다면, 다른 슈퍼 히어로나 빌런이 이러한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배트맨에 필적할만한 재력과 더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가진 렉스 루터 같은 사람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런 장치를 만들 수 있겠지요.
그리고 배트맨이나 슈퍼맨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죠. 쉴드에서 악당들을 감시하겠다며 만들어 둔 시스템은 결국 하이드라가 악용하기에 이릅니다.
정부는 언제나 옳은 존재가 아니다
설사 악당이 접근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부’라고 해서 항상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아랍 국가들의 ‘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 때문에 일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죠. 인터넷과 스마트폰, 트위터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들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모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러한 것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자유는 물론이고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게 되겠지요. 『1984』의 빅브라더(대형)는 비교할 수 없는 더한 ‘최대형(비기스트 브라더)’이 다스리는 끔찍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사회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설사 그로 인해서 범죄율이 훨씬 낮아지고 테러가 줄어들고, 삶이 좋아질지라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하고, 마음대로 생각하며, 대통령이건 국회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마음대로 욕하고 소리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게다가 ‘최대형’이 지배하는 나라는 대개 독재와 부패, 억압과 통제가 판치는 불행한 세상이죠.)
그런 점에서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매우 옳은 일이며 타당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 위해서 말이지요.
원문: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