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류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이마트와 쿠팡의 경쟁이다. 혁신 아이디어에서는 쿠팡이 앞섰지만 유통재벌인 신세계의 시장지배력을 보면서 역시 재벌의 힘은 다르구나 싶었다. 최근 물밀듯이 쏟아지는 쿠팡관련 부정적 기사들을 보면서 이 정도로 언론작업을 할 수 있는 기업도 신세계급이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쿠팡과 기존 유통기업들과의 경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혁신과 전통의 경쟁과 같다고 본다. 우버와 택시업자, 에어비앤비와 숙박업자등과 같이 말이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전통산업을 붕괴하게 되어 있어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스마트폰이 나온뒤 캠코더, 보이스리코더, 컴팩트디카 등등 수십개의 연관산업이 붕괴한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도 재래시장과 극심한 마찰을 일으켜 지금은 정책으로나마 전통시장을 연명하게 만들었음에도, 자신보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나오니 졸지에 갑에서 을로 바뀌어 전투태세로 전환하였다는 점.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이 작년이고 애초에 투자금의 대부분은 물류센터와 마케팅비용으로 사용하기로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유치 일년만에 고용이 어쩌니 매출이 어쩌니 하는건 너무 성급한 분석이다.
쿠팡은 지속적으로 플랫폼 지배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유동성의 경직이 온 정도의 상황. 투자금이 다 소진된다 할지라도 여러 지표에서 우위를 보이면 당연히 소프트뱅크등에서 추가 투자가 진행될 것이다.
1. 지금 이마트와 쿠팡 싸움의 본질은?
생필품 시장에서 모바일 유저 유치율을 높이는 것. 앞으로의 커머스는 Mobile Only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15년전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 지마켓과 옥션처럼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쇼핑하려는 유저를 자사 플랫폼의 충성고객으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기저귀, 생수, 생리대 등의 물품은 정기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객 1명의 생애가치(CLV)가 매우 높은 아이템이다. 이미 아마존은 Replacement service란 것을 통해 재고가 떨어질때쯤 주문없이도 자동으로 생필품을 리필해주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소비빈도가 높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모바일 지배력을 강화해야 가까운 미래에 모바일 커머스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쿠팡은 왜 적자인가?
투자유치 직후부터 했던 공격적 마케팅 모두 이익을 포기하고 진행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위에서 말한 전략목표를 위해 후발주자인 쿠팡은 제품가격을 낮추고, 물류비용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창고시설을 신축하였으며, 쿠팡맨으로 불리는 배송기사들의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고쳤다.
또한 대표적 3D 업종중 하나였던 택배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우를 파격적으로 높였으며, 고용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채용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고정비를 최소화 시키는 초기 전략에 정확히 반하는 행동인데, 그만큼 초기 시장 지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3. 소프트뱅크 투자의 숨은 의도는?
아마 현 투자금이 소진되면 나는 추가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소프트뱅크 혹은 알리바바나 그들과 컨소시움을 맺은 투자은행을 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들의 종착점은 한국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장악이지만,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목표는 모바일 결제시장이라고 추정한다.
소프트뱅크 자금으로 운영되는 쿠팡이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면, 나는 이 이후에 알리페이가 쿠팡을 통해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전장은 핀테크로 넘어간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국내에 진입하기 위해 커머스 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은 현실적인 추정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페이가 자사의 네이버쇼핑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것 처럼, 알리페이가 쿠팡을 통해 국내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4. 쿠팡은 얼마나 갈 것인가?
쿠팡이라는 브랜드는 남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목표가 달성되면 엑싯할 것이다. 옥션-지마켓과 같이 해외자본이 인수할수도 있고 아니면 IPO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쿠팡이 결국은 매각할 것 아니냐(먹튀할 것 아니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차피 투자라는 것은 투자회수를 목표로 하는 것이니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는 남기고 대주주만 바뀌는 상황이라 현대 경영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고 성장하면 3~5년 안에 Second round로 가지 않을까 싶다.
5. 언론의 문제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쿠팡맨, 물류센터건축, 배송기사의 정규직화 이런건 이미 초기부터 알려진 상황이었고 그 당시에는 혁신의 리더로 모든 언론에서 칭찬이 자자했었다. 막대한 투자금 자체도 이슈였지만 그 비용을 더 큰 비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에 대한 칭찬도 넘쳤다.
전통적인 사업자(통합물류협회등)들이 번호판 문제를 걸고 넘어질때까지만해도 이해 충돌의 정도였지만,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의 오너들의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쿠팡을 잡아라’라는 멘션을 한 기점부터 언론에 이런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니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6. 쿠팡 위기의 원인은?
한국 벤처 역사상 전대미문의 투자금을 받았으니 초유의 상황에서의 대응이 미숙한 것은 사실. 특히 자금이 말라가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큰 실책이라고 생각된다. 쿠팡맨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많은 호평이 바이럴로 발생했고.
그러나 조급한 마음으로 다른 전통적 유통 대기업들이 하는 행태로 빠르게 기업문화가 변하니 불만은 고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임원진들이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하지만 퇴사하고 엄청나게 불만을 말하고 다니는 옐로모바일의 직원들과 비슷한 상황. 기업의 첫번째 고객은 직원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조금 느슨해진 느낌이다. 특히나 배송기사는 고객들을 만나는 접점에 있는 사람이라 더욱 중요하다.
그밖에 막대한 투자금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재무 기술이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7. 그럼 앞으로 쿠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사실 위기인것은 맞다. 신세계와 이마트와의 경쟁에서 한번 밀리면 그 동안의 노력이 공염불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원 단위의 싸움을 하면서 현금전쟁을 하고 있는 것.
–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유통망을 최적화 시키고 지배해온 위 대기업들과 비용 대 비용, 유통망 대 유통망의 대칭구도로 붙는다는 것은 무모하다. 치킨게임으로 같이 출혈만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쿠팡이 그런 유통 대기업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 결국 혁신적인 시도라고 본다. 다시 본질로 돌아와서, 쿠팡이 초반에 큰 호평을 받은 이유도 모바일 시장의 선점과 더불어 쿠팡맨, 물류 데이터 사이언스 등 한국에 없었던 다양한 혁신 실험에 도전했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잘 보면 오직 카카오와 쿠팡만이 아마존에서 하고 있는 실험들을 몇 년의 시차를 두고 그대로 시도하고 있는 국내의 유일한 기업이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스피드인데, 이렇게 물류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대기업보다 빨리 시도하고 시장 선도자로 포지셔닝하면 소비자들은 그런 쿠팡의 모습에 더 열광하지 않을까싶다.
– 그리고 그런 혁신가의 모습에 미래의 확신이 든다면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는 물론 여타 투자자들의 후속투자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8. 그렇다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
– 이건 이념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편익을 느끼는 쪽을 지지하면 된다.
– 그러나 기존 유통 공룡들이 지배한 지난 수십년간 우리의 물류유통 수준이 해외에 비해 성장하였는지 답보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스마트물류 기술 수준은 미국에 비해 약 8~10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 물류유통은 대표적인 전통 산업중 하나이다. 쿠팡만이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신세계나 롯데 등 대기업이 쿠팡과 같은 빠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난 수십년 유통 역사의 답보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과 혁신 경쟁으로 가야지 물량전을 통한 경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수도 있다.
– 즉 결론은 이번 유통 전쟁은 국내 물류유통시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럴 자격이 되는 기업이 이겨야 하는 것이 맞다.
원문: 최효석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