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제조업을 다 하고, 알고리즘이 서비스업을 다 할 수 있게 되면, 도대체 사람은 왜 필요한가? 당연히 필요하지. 로봇이 만든 물건의 소비자로서,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고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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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가 눈에 보이는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사람을 위하여 말하자면, 거시경제학에서는 경제활동의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로 나눈다. 너무 쉬운 수준까지 내려온 것 같지만, 경제학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이다. 가계는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그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은 가계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 (정부는 개평을 뜯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가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올 미래이다. 우습게도 유토피아를 그리는 공상과학소설을 보면 사람은 손하나 까딱 안해도 최고급 호텔에서처럼 온갖 서비스를 다 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문제는 사람은 이제 그런 서비스를 받고 좋은 물건을 살 돈이 없게 된다는 사소한 약점이 있다. 미래 사회에서 당신의 자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기업에게서 돈을 받아서) 그 돈을 가계에 나누어주면 되지 않느냐고? 바로 그렇게 생각해서 Y Combinator같은 스타트업은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UBC (Universal Basic Income)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근본전제가 확 뒤바뀌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좌파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기본소득만 도입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가?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근거가 뭐냐고? 실제로 요즘 그렇게 살고 있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산유국이다. 임금님이 전국민에게 월급을 준다 (기름값이 올라가면 보너스도 준다). 카타르같은 동네는 꽤 잘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는 민주주의는 물건너 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뿌리는 내가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먹여살린다는, 즉 세금을 낸다는 전제이다. 그래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 다 그모양인데, 실제로 나라에서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상황이 오면, 즉 당장 여러분이 필요 없어 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뭐 어차피 민주주의처럼 아무 짝에도 쓸데 없고, 비효율적이기만 한 사상은 이미 한물 간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과문한 탓에 아직은 그런 주장을 하는 좌파는 본 적이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방법이 있는가?
로봇이 필연인 이상, 인공지능이 불가피한 미래인 이상,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심지어는 Y Combinator같은 스타트업 펀드에서조차도 리서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 lawful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