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銀河鉄道の夜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의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켄지가 1924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31년에 완성한 동화로, 그가 타계한 1933년에 이르러 출간이 된 작품이다. 미야자와 켄지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명작이며,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작품. 특히 일본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과과정에 수록될 정도의 명작이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지닌 고독한 소년 죠반니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소년 캄파넬라가 은하를 누비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이야기. 상당히 재미있고, 상당히 철학적이며, 동시에 상당히 슬픈 내용을 가진 이 명작을 일전에 “겐지모노가타리”로 소개한 스기이 키사부로(杉井儀三郎) 가 1985년에 “괴작”으로 만들어버렸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소설보다 훨씬 괴기하고, 괴랄하다. 하지만 동시에 비쥬얼은 엄청나게 아름답고, 무엇보다 호소노 하루오미(細野 晴臣)의 사운드트랙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작품. 눈과 귀가 즐겁지만 동시에 머리가 아파오는 작품이다. (은하철도의 밤은 소설로 읽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2. 王立宇宙軍:オネアミスの翼 (1987)
GAINAX의 첫 작품이자 흑역사. 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GAINAX는 회사가 문자 그대로 “망할 뻔” 했고, 이후 GAINAX의 모든 작품이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이 된 계기가 되었다.
원래는 1984년에 8분 남짓한 상연시간을 가진 단편 인디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는데, 당시 장난감 제조업에서 본격적으로 영상미디어업체로 발돋움하려던 BANDAI의 경영진이 이 기획에 3억엔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총 제작 시일이 무려 3년, 총 제작비는 8억엔이 투입된 거작이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성우를 채용하지 않고, 일본의 중견 배우인 모리모토 레오를 기용하거나, 사운드트랙에 사카모토 류이치를 기용하는 등, 제작 당시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흥행에는 대실패를 하였다. 이미 대세가 심오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미소녀 + 코미디 + 액션 혹은 메카물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당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계에 왕립우주군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을 무조건 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이 없었더라면 이후 탄생한 GAINAX 의 명작들..가령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라던가, 아니면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라던가 아니면 신세기 에반겔리온이라던가, 혹은 FLCL이라던가..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 GAINAX를 대표하는 이 작품들의 기라성같은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이 왕립우주군의 제작에 참여했고, 젊은 그들이 가장 열정을 불태운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 애니메이션을 봐야한다.
여담이지만 왕립우주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리이쿠니는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등장하는 나우시카에 대한 “재해석”이다. 그리고.. 2018년에 속편이 등장할 예정. 후후후후…
3. Memories (1996)
1996년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상연된 3부작 옴니버스 작품. 공사중지명령, 환마대전, AKIRA이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활동이 뜸했던 오오토모 카츠히로가 제작 및 총감독을 담당하고, 마지막 3부의 감독직을 수행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1988년 AKIRA이래 활동이 뜸했던 오오토모의 작품이기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일본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물론 흥행에도 성공을 했고.
이미 보신 분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작품이지만, 혹시 보지 않으셨다면 이 작품은 꼭 보시길 바란다. 오오토모 애니메이션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또 너무 일찍 타계해버린 천재 애니메이터, 콘 사토시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이 바로 이 Memories이기도 하다.
오오토모 애니메이션 답게, 사운드트랙 또한 훌륭하다. 1부에선 지아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각 장면마다 절묘하게 흘러나온다. 2부와 3부에선 이타무라 분의 멋진 사운드트랙이, 그리고 엔딩 스크롤에서는 Denki Groove의 소름끼칠 정도로 멋진 테크노가. Memories는 오오토모 애니메이션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4. a piece of PHANTASMAGORIA (1999)
a piece of PHANTASMAGORIA는 1989년에 출간된 일러스트 동화책을 베이스로 제작이 된 애니메이션이다. 총 1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회당 5분 남짓한 짧은 스토리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감독은 일러스트집의 원작자이기도 한 타무라 시게루. 일러스트집은 1995년에 디지털 일러스트라는 부제로 각각 CD수록 이미지 및 사운드트랙을 더한 형태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동화책이 원작인 작품답게, 상당히 재미있고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리로 된 바다, 하늘을 떠다니는 조각배, 오로라를 하늘에 비추는 거대 영사기, 모든 것이 8비트 디지털 폴리곤처럼 변해버리는 사막, 걸어다니는 아파트, 태엽을 감아야지만 움직이는 비행기와 자동차들. 타무라 시게루의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감수성이 마구마구 되살아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뭔가 순수하고 심쿵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해드리는 작품이다. 혼자 보셔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보셔도 좋다.
5. Interstellar 5555 (2003)
2003년에 상영된 Interstellar 5555는, 프랑스의 테크노 듀오인 DAFT PUNK의 2차 정규 앨범인 DISCOVERY의 곡이 수록된, 이른바 “뮤직비디오”이다. 각본은 DAFT PUNK가 맡았고, 감독은 “은하철도999”, “우주전함 야마토”, “캡틴 하록”, “천넌여왕” 등으로 유명한 베테랑 애니메이터, 마츠모토 레이지가 맡았다. DAFT PUNK의 두 사람이 은하철도 999의 광팬이기에 직접 마츠모토 레이지를 섭외하여 의뢰를 부탁한 작품이다.
Interstellar 5555는 기본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대사가 전혀 없다. 내용도 아주 간단한데, 우주 저편의 한 행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한 밴드가 어느날 납치되어 기억을 상실한 채 지구로 온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6. 或る旅人の日記 (2005)
2005년에 Web상에서 처음 공개된 카토우 쿠니오의 “한 여행객의 일기”는, 단편으로 제작이 된 애니메이션으로, 웹상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총 6편이 제작되어 방영된 작품이다. 이후 DVD출시를 기념하여 새롭게 제작이 된 에피소드를 포함, 총 7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주로 Web 애니메이션과 TV CF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체, ROBOT에서 근무하고 있는 카토우 쿠니오는 1977년생으로, 2008년에 “つみきのいえ”라는 작품으로 프랑스 아네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d’Animation d’Annecy)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쥔 애니메이터. “つみきのいえ”는 2009년에 아카데미 영화제의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천재 애니메이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귀중한 작품이다. 마치 동화책을 넘기는 것 같은 미려한 작화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러나 초현실주의적인 매력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다.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작품이다.
7. イヴの時間 / Time of EVE : Are you enjoying the time of EVE (2009)
2009년에 총 6화가 Web상을 통해 방영이 되고, 이후 다시 극장판이 2010년에 공개가 된 “이브의 시간”은, 최근 “거꾸로 된 파테마”로 화제를 모은 일본의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 요시우라 야스히로(吉浦康裕)가 각본과 감독을 모두 맡은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선 그의 3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조지 루카스의 영화, THX1138의 오마쥬이기도 하며, 동시에 인간으로서 인간 이외의, 그러나 인간과 동급의 지성을 가진 개체가 존재할 시에, 과연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순수한 고민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브의 시간에 등장하는 세계는 “아마도 근미래”라는 설정으로, 겉보기에는 인간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안드로이드의 보급이 아주 일반적인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세계에서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물건” 취급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안드로이드에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혹은 동정을 하는 사람들이 “괴짜”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 대해 과격한 입장을 취하는 단체의 명칭이 무려 “윤리위원회”일 정도.
이브의 시간은, 주인공 소년 둘이 우연히 찾아내게되는 “요상한” 가게의 이름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지 않는 카페이다. 이 공간을 알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과 고민 등을 상당히 “드라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AI와 인간의 충돌 가능성을 그린 작품은 과거에 수도 없이 많이 제작되었으며, 대개의 경우 상당한 폭력적 묘사를 수반하는데, 이브의 시간은 그런 기믹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과연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꽤 직설적으로 던져놓고 시작을 한다.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AI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 혹은 막연한 공포감에 대한 재해석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강력하게 추천해드린다.
8. rain town (2010)
2010년에 교토세이카대학 만화학부의 학부생 4명이 제작, 공개하여 화제가 된 rain town은, 비가 멈추지 않는, 잊혀진 동네에 들어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직을 수행한 인물은 이시다 히로야스(石田祐康). 일전에도 소개했고 이번에도 소개한 스기이 키사부로의 제자이며, 2013년에 공개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맑은 날의 봄비( 陽なたのアオシグレ)”로 메이져 감독 데뷰를 한 인물.
Photoshop CS4, Illustrator CS4, After Effects CS4, MAYA 2008, Audition 2.0, ProTool LE8 등으로 제작된 이 단편 애니메이션의 상영시간은 고작 10분. 아름다운 비쥬얼과 사운드트랙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준다. 유튜브 등에 검색하면 쉽게 찾아서 볼 수 있으니, 다들 한 번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9. サカサマのパテマ (2013)
2013년 11월에 상영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앞서 언급한 “이브의 시간”을 감독한 요시우라 야스히로(吉浦康裕)가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에도 정식 수입이 이루어져 극장에서 상영을 했으나, 상영시기가 하필이면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라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데는 실패를 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흥행을 한 작품이고, 해외에서의 평가도 상당히 높은 작품.
작화가 어마어마하게 퀄리티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판 그래비티라고 생각할 정도. “거꾸로 된 파테마”에서는 유독 하늘 깊숙히 떨어지거나 혹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갱도로 떨어지는묘사가 자주 나오는데, 극장에서 보면서 정말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태프진들이 아주 화려한 것이 특징. 특히 성공을 거둔 TV 애니메이션의 스태프들이 대거 기용된 것이 특징이다.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에서 코스튬 디자인을 담당했던 인닌토후, “코드 기아스”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마타가 다이스케, “강철의 연금술사” 시리즈의 OST를 담당한 오시마 미치루, 영상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벼랑 위의 포뇨”에서호흡을 맞췄던 오오타니 쿠미코씨가 담당을 했다. 특이하게도, 음향감독은 애니메이션 업계 출신이 아닌 야마오카 아키라인데, 이 분은 공포 게임인 “싸일런트 힐” 시리즈의 음향감독으로 유명하신 분.
기본적으로는 Boy meets Girl 장르이고, 여기에 판타지와 SF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며, 나름그럭저럭 감동적인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굳이 스포일러를 할 생각은 없으니, 찾아서 함 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원문: 성년월드 흑과장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