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페이지의 성장 속도가 다시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4년, ‘열정에 기름붓기’를 맨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처럼 페이스북 상에서 동기부여 콘텐츠를 제공했던 페이지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한 줄 명언을 모아 놓거나, 강연 영상을 짜깁기하거나, 여기저기 떠도는 글들을 불펌하는 식의 페이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던 것인지, 우리는 비교적 길고 진지한 콘텐츠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구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도달을 높이기 위해 스폰서 광고를 집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하지만 페이지의 크기가 10만을 넘어서고, 우리를 엇비슷하게 따라 하는 콘텐츠들이 넘쳐나면서 14년 8월부터 15년 6월까지, 거의 1년 동안 성장에 정체기가 왔다. 이게 우리의 첫 번째 위기였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콘텐츠 제작에 있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했고, 광고비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도달률을 억제하는 페이스북 정책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만두지 않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콘텐츠를 생산해 냈고, 최근에는 두 달 만에 구독자 수를 3만 명 이상 모으며 27만 팔로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성장 속도에 다시 탄력이 붙은 것이다.
여기서 나는 세 가지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1. 네이티브 애드를 시작한 시기가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시기와 같다.
15년 6월까지 콘텐츠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이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었던 시기가 네이티브 애드를 시작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 전까지는 광고 의뢰가 들어왔을 경우 콘텐츠의 순수성?을 해치는 것이 두려워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네이티브 애드 형태로 광고하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는데, 이건 우리에게 있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기존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츠로서 구독자들에게 명확한 동기부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광고주의 바람대로 책이 팔리는 것 모두를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렵고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게 되면서 오히려,
- 기존 방식으로 부터의 탈피,
- 고민 없이 쉽게 쓰려고 하는 안일함 해체,
-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 증가
등으로 매너리즘 극복에 도움이 됐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광고 제작자보다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구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데 더 집중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외부적인 요인을 통해 우리를 자극시키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광고비 소액 집행만으로도 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건 비교적 최근에 깨달은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2년 동안 단 한 번도 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지 광고를 돌려 본 적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그랬기도 했고, 콘텐츠의 힘만으로 도달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페이지를 전략적으로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비교적 ‘좋아요’를 잘 눌러주는 10대 후반 타깃에게 페이지 광고를 소액 집행했다. 그렇게 새로운 구독자를 조금씩 모을 수 있었는데, 의미 있는 것은 이들이 유입되고 난 후부터 페이지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좋아요를 잘 눌러주는 10대 구독자가 늘어나자, 10대 구독자들의 ‘좋아요’를 통해 그들의 친구들에게 도달하게 되었고, 다시 그 친구들이 페이지를 새롭게 구독해줬다. 광고를 통해 직접 얻은 타깃으로부터 이차적인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3.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고도화는 우리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페이지를 운영하다 보면 꽤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도달률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페이지 도달률이 증가한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궁극적으로 ‘개인별로 취향에 맞는 최고의 콘텐츠를 노출한다’라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궁극의 큐레이션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완벽할 수 없기에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콘텐츠나 페이지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학습하고 고도화시켜나감으로써 점차 줄어들 것이다.
때문에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꿔나가면 나갈수록, 콘텐츠 제작자들은 계속해서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더 좋은 콘텐츠가 더 적합한 타깃에게 뿌려지도록 진화하고 있으니까. 특히 이번에 페이스북이 단순 자극성이나 광고성 콘텐츠들의 도달률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또 한 번 변경하면서 오히려 우리 페이지의 도달률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도달률을 탓하기 이전에, ‘좋은 콘텐츠’만들기에 집중할 거다. 페이지를 단순히 ‘광고용’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지만, 우리같이 진심을 담아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다.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 26만이 특별하게 대단하거나 큰 숫자는 아니다. 당장 타임라인만 내려봐도 100만, 200만짜리 페이지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열정에 기름붓기의 26만’은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구독자 수 대비, 꾸준한 콘텐츠 도달률이다.
간혹 대기업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 구독자 수는 수십만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콘텐츠에 찍히는 좋아요 수는 100개가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 페이지가 아니더라도, 게시물 당 좋아요가 1000 이상 꾸준히 찍히는 페이지는 많지 않다. 100, 200을 유지하다가 아주 가끔 먹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수천 개의 좋아요를 얻는 등 콘텐츠 개별에 대한 반응의 편차가 심하다. 이 말은 곧, 콘텐츠 제작 역량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는 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박과 쪽박을 오간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박을 유지하다가 간혹 대박을 터뜨린다. 우리 페이지의 게시물 당 평균 도달은 30만이고, 아무리 못해도 좋아요 1000은 무조건 넘기자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콘텐츠의 질이 단순히 좋아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수치만큼은 우리가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실력의 증거’다.
둘째는 ‘콘텐츠의 분야’다.
페이스북 상에서 수백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페이지의 콘텐츠들은 대부분 킬링타임 용이다. 먹거리, 연예인, 웃긴 영상, 대중음악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츠의 분야는 동기부여, 자기계발이다. TV에서 예능 프로그램과 다큐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듯이, 우리 페이지 구독자 수를 수백만 짜리 킬링타임용 페이지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때문에 우리는 자체 제작 동기부여 콘텐츠만으로 모은 26만 팔로워가 결코 작은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에서 만족하거나 성장을 멈추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욕심은 예능 프로그램 이기는 다큐 프로그램이 되는 것, 예능 콘텐츠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자신을 위해서 꼭 봐야 하는 자기계발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아직 절대적인 크기가 작지만,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츠로 구독자 50만, 100만을 쌓을 수 있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단순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올해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서 혹은 콘텐츠 업계에서 우리를 주목할 필요는 없다. 우리를 알고 있고, 좋아해 주는 구독자들. 그들의 주목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원문: 이재선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