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피자 관련하여서 한 트위터 팔로워에게, ‘당신은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라고 물어 소비에도 윤리적 소비(이념적 소비)와 실리적 소비(합리적 소비)가 있음을 구분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 대답은 ‘그렇다, 우리는 이념적으로 소비한다’였다.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은 이제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을 확대하는 수단을 넘어 기업에게 있어서 존속 사업을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런데도 대부분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이 기업들이 가진 ‘진정성’을 쉽게 눈치채기 때문이다. 월마트가 국내 진출했을 때, 이마트는 ‘애국심 마케팅’을 했고, 스타벅스 코리아는 공정 무역 커피를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 기업의 진정성은 쉽게 훼손되어 버린다.
작년에 아베크롬비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다가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우선 이 광고를 보자.
이 자켓을 사기 전에, 혹은 다른 것들을 사기 전에 좀 더 생각해 보고, 더 적게 사시길 부탁드립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마세요. 자연이 대체할 수 있는 것만 우리가 소비하는 세상을 상상해 봅니다.
2011년 11월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제품을 더 팔려고 모든 기업들이 정말 ‘미친 듯이’ 날뛸 때, 파타고니아는 ‘우리 제품을 사지 마라’라는 광고를 내었다. 자기들이 아무리 노력하여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어도, 어쩔 수 없이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한 경우만 사라. 이런 의미로 되도록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를 자제해 달라고 광고하고 있다.
수많은 광고 가운데 눈에 띄기 위한 단순한 역발상이라면 쉽게 지나쳐 버렸을텐데, 파타고니아라는 회사의 진정성을 아는 사람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책을 두 권 정도 읽어 보았다.
우선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라는 책은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시작한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하여 자연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활동 자체로 자연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책임지는 기업이 필요하며, 주주, 직원, 고객, 지역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하여 책임 있는 자세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p.54-)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두 시민이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지만, 생산자일 때(즉 일할 때) 가장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p.108) 의미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파타고니아는 자연과 사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 왔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재능이나 교육 수준과는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p.109) 아울러 이렇게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사회와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가 회사 경영 철학에 관한 책이라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파타고니아의 설립자인 이본 취나드(이봉 쉬나르)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앞의 책은 다소 딱딱하고 특히 뒷 부분은 패션 산업에 있는 사람이 아닌 나로서는 지루하기까지 했다. 반면 ‘파도가~’는 제목도 즐겁지만 내용도 매우 재미있었다. (번역도 아주 만족스럽다. 다소 뜻이 바뀌긴 했지만 자연스럽다. 원제는 <let my people go Surfing>으로, 자기가 아니라 회사 사람들에게 서핑하도록 만들겠다는 말이며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놀림 많이 받는 어린 시절에서 젊을 때까지, 사실 그는 특별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단지 산이 좋아서 암벽을 탔고 그로 인해 전설적인 록클라이머가 되었다. 좀 더 좋은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이 장비가 점점 잘 팔려 파타고니아의 모체인 취나드 등산 장비 회사가 되었다.
그의 회사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경영상의 문제를 다 겪었다고 회고할 만큼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런 위기 속에서도 회사가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가 자기가 필요한 물건(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원하는 물건)을 만든다는 원칙 때문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운도 좋아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암벽 등반을 즐기게 되었고 회사는 매출이 더욱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 자신이 암벽 등산가다 보니 매회 등산을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자연히 훼손되는 것이 보인다. 애당초 돈이 목적이 아니고 자연이 좋아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그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암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암벽 훼손을 줄이는 상품을 연구 개발하고 팜플렛에 왜 자기들이 상품을 대체했는지 장문의 글을 써서 배포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의류를 생산하면서 이와 같이 항상 소비자, 직원, 협력 업체, 지역 사회와 환경을 우선하여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이익을 얻는 회사로 성장해 나갔다. 환경 보호에 대한 노력은 매년 이익이 아닌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매출의 1%라는 의미는, 적자가 나도 기부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회사의 노력이 마침내 2011년 이런 광고 문구로 연결된 것이다.
“우리의 옷을 사지 마세요.”
그러자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성에 공감하고,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줄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이와 같은 역발상을 사업의 꿈처럼 생각해 왔다. 팔리지 않는 옷, 불편한 UX, 맛없는 식당, 손해 보는 회사, 국회의원 당선되지 않을 것이 뻔한 후보자…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 뒤에 숨겨진 더 중요한 것을 지향하며,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
참고1. 파타고니아는 2013 한국에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 고가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친환경 원료, 해로운 화학처리 안 하기, 윤리적 근무의 협력업체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원가가 높은데 원가 대비 소비자 가격 차이가 가장 작다고 주장한다.
참고2: 영국 회사 막스앤스펜서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였다. Shwopping! 옷을 사러 올 때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더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서 옷을 꼭 사야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안 입는 옷을 재활용하게 된다. 옷 회사가 옷을 덜 사게 하는 캠페인을 하다니… 이렇게 하자 예상대로, 매출액은 7% 줄었다. 그러나 주가는 12% 상승했고, 사람들은 ‘조금 더 비싸도’ 막스앤스펜서를 사겠다고 했다.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것이다. http://www.marksandspencer.com/s/plan-a-shwopping
참고3: 파타고니아를 알게 해 준 아베크롬비 & 피치에도 감사하다. 아베크롬비도 옷 브랜드인데, 화보에 모델들이 옷을 거의 입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 직원들도 옷을 입지 않는다. 이런 역발상은 마케팅 임원들이 많이 반대했으나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반면 그 회사의 진정성은 많이 의심받는다. 아시아인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가로수길에 매장을 내고, 뚱뚱한 사람이 매장에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XL 사이즈 안 만들다가 장사 안되니 XL사이즈도 만들고, 못 생긴 사람은 안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못 생긴 사람들에게도 팔고 있다.
원문: P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