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최근에 회사 내에서 팀을 옮겼습니다. 이전에는 ‘Sales(세일즈)’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도, 친구도 혹은 저를 처음 본 사람들도 제가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 팀명을 소개하고도 꼭 질문을 한 번 더 받습니다. 그래서 뭘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 소개 겸 제가 하는 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제가 속한 팀의 공식적인 명칭은 APAC Regional Customer Solutions & Innovations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봐서는 제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무슨 일 하냐는 답변에 뭘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 건지 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렇게 늘 횡설수설 설명하다가 문득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모두에게 친숙한 ‘별다방’을 통해서요.
저는 별다방에서 커피를 팔 때, 매장에서 그 위에 자바칩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잘 얹어 팔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냥 아메리카노를 파는 것보다는 우유를 넣거나, 코코아를 넣거나 혹은 자바칩을 넣어 파는 것이 객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별다방 입장에서 수익이 많이 납니다.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별다방의 R&D 연구소에서 자바칩이라는 신상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고객들이 스스로 알고 와서 “자바칩 추가해 주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 상품이 훌륭히 잘 팔리기 위해서는 1) Pre-launch, 2) Launching, 3) Post-launch의 3 단계로 나눠서 각 단계마다 면밀한 분석 및 설득작업을 해야 합니다.
1) Pre-launch
첫 번째로 ‘왜 자바칩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자바칩도 있고, 밀크 초코칩도 있고, 화이트 초코칩도 있는데 왜 하필 자바칩인지. 차라리 아메리카노를 이만큼 더 팔면 되지 왜 자바칩을 얹어 팔아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R&D 연구소에서 개발한 자바칩 및 타 상품에 대해서 면밀히 공부를 하고(Product Knowledge), 이 각각이 APAC의 각 나라에 어느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Opportunity Sizing). 그리고 각 나라마다 특수성과 각 나라의 세일즈 리소스를 바탕으로 앞서 분석한 전체 매출 상승효과 중에 몇 %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Target Setting).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자바칩이 적은 리소스로, 많은 매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Priority Growth Area).
그리고 나면 두 번째 작업으로 각 매장의 세일즈분들이 자바칩을 잘 팔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자바칩이 어떤 상품인지도 알려드려야 하고, 고객에게 자바칩을 설명할 때 어떤 점을 콕콕 집어서 설명해야 하는지, 주방에서 제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드려야 합니다(Sales Narrative Development & Training).
또한 동기부여를 위해 자바칩 판매량을 보너스 항목에 포함시키거나 세일즈 콘테스트를 통해서 가장 많이 판매한 분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기획 및 진행합니다(Sales Incentive).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동기부여는 각 매장의 지점장님이 직접 자바칩 판매량 목표에 공감해 주시고 해당 세일즈 분들을 직접 독려해주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 앞서 준비한 내용을 다 종합해서 각 지점장님을 한 분 한 분 만나 자바칩을 잘 팔아주십사 부탁을 하고 동의를 받아옵니다(Manager Buy-in).
2) Launching
판매가 시작되면 누가누가 잘 팔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서 세웠던 세일즈 타겟을 주간으로 쪼갠 후에 매주 판매 추이를 관찰하고,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나라/매장/판매사원 단위로 얼마나 자바칩을 고객에게 설명하는지(Pitch Rate), 그래서 그중 얼마나 판매에 성공하고 있는지(Win Rate)까지도 관찰합니다(Target Tracking). 어느 누군가의 성과가 저조하다면 성과가 좋은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Best Practice), 고객들은 얼마나 만족했는지(Success Story)에 대한 내용을 개발해서 다시 교육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각 매장은 상황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매장은 주택가에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매장은 상업지구에 혹은 오피스 단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고객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오피스 단지에 있는 A지점의 경우 바로 옆 건물에 있는 S전자에서 하루에 커피를 1,000잔씩 사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개인 고객에게 자바칩을 파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S전자에게 자바칩을 파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그간의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각 매장별로 이러한 대형 고객이 될 만한 후보군들을 뽑아내어 집중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추이를 추적합니다(Strategic Accounts).
3) Post-launch
자바칩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 이젠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때입니다. 제가 언제까지고 이 상품 하나만 붙들고 있을 수 없으므로 Lanching 단계에서 제가 하던 일들을 각 지점장님께 이양해야 합니다. 세일즈 상황을 규격화해서 상황에 따라 분류를 하고, 각각의 상황에 어떠한 추가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모두 시스템화 하여 각 지점장님이 상황을 진단하고 적절히 코칭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 드립니다(Manager Coaching Tool). 또한 이제는 자바칩을 그냥 하나만 얹어 파는 것이 아니라 자바칩을 2개씩 얹거나 혹은 더 비싼 프리미엄 자바칩을 세일즈 할 수 있도록 앞서 해왔던 일에 조금씩 살을 덧붙여서 매출을 극대화합니다(Drive Product Depth).
마지막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자바칩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어떤지, 제조할 때 불편함은 없는지, 이런 고객 유형에겐 팔지 말아야겠다든가 하는 매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R&D팀에 전달하기도 하고, 제가 다음번에 다른 상품을 다시 추진할 때 프로세스에 반영합니다(Sales Feedback).
짧고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그런데도 엄청나게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무슨 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슬쩍 이 글을 보여드리면 되겠지요? 여러분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