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수년 동안 일을 하면서 크게 배운 점 중 하나는 다름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존중이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구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이러한 개개인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연구와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은 데 반해, 제가 지금껏 경험해왔던 우리 사회는 유난히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힘겨운 사회였습니다.
저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MBTI 검사에서 한 번도 “E(외향성)” 근처에 가 본 적 없는 일관되게 “I (내향성)”성향이 있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휴일엔 혼자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하고, 지인들과의 약속을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잡는 스타일이 아니며, 미사여구를 곁들인 인사치레에도 능숙하지 못하고, 종종 모임에 가더라도 신데렐라처럼 자정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이런 저에게 소위 ‘네트워킹’이란 걸 잘하는 외향적인 친구/동료들은 늘 제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또 후배로/부하로/어린 사람으로서 늘 윗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할 것만 같은 ‘형님문화’는 종종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상 이런 내향적인 성격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단점인 것 같아서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매니저분들께 이런 성향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고 어떻게 해야 더 외향적인 것에 능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물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회사, 통통 튀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은 이 회사의 매니저분들은 제 예상과 다른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제 성향이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으니 굳이 고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 이후로 이런 내향적 유형의 리더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내용을 정리해보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모든 분에게, 그리고 또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봅니다.
- 내향적이면서도 성공한 리더가 많다 –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등 (참고 기사)
-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고, 조직에 균형 잡힌 의견을 전달하며,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하다 (Business Insider의 참고 기사 / Forbes의 참고 기사)
- 필요한 네트워크는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가면 저절로 쌓인다.
특히 저는 위에서 언급한 3번 내용을 믿고 싶습니다. 실제로 제가 일본으로 가게 된 것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기회가 스스로 찾아왔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에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 믿구요.
네트워킹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조금 내향적이어도 스스로 하는 일을 잘 해나가면 어느새 훌륭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저는 이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문: Jeremy Cho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