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 세계 주식시장에 큰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구글, 아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4분기 실적 공시와 동시에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는 뉴스였습니다.
구글이 큰 회사이긴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750억 달러(약 90조 원) 정도로, 애플의 $235B, 마이크로소프트 $88B, 삼성전자의 200조 원(약 $167B)에 비해 유달리 큰 회사는 아닙니다. 회사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구글은 생긴 지 20년이 채 되지도 않은 비교적 젊은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전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높은 영업이익률,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성, 높은 직원 만족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분기 알파벳의 Earnings Call을 듣다가 또 다른 단서를 발견하였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Ruth Porat을 CFO로 영입한 후에 지주회사 알파벳의 설립과 더불어 2015년 4분기부터 구글과 그 외 지주회사들의 매출액 및 비용을 구분하여 공시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동안 구글이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을 핵심사업인 구글 외의 분야에 (무분별하게) 투입하고 있지만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투명하지 못하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간에 공개된 구글 외의 분야에 대한 영업손실액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매출은 고작(?) 4억5천만 달러(약 5400억)에 불과한데 영업손실액은 그 8배인 36억 달러(약 4.3조)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대우조선해양(DSME)의 2015년 적자 금액과 맞먹는 정도의 금액입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에 달하니, 고작 5400억 원의 매출을 가진 ‘Other Bets’가 4.3조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글은 그 많은 돈을 어디에다가 썼을까?
알파벳 아래에 있는 회사 혹은 프로젝트들의 면면들을 살펴보면 실로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습니다.
잘 알려진 Google [X]의 무인자동차와 구글 글래스 외에도 전 세계에 와이파이를 제공하고자 하는 Project Loon, 드론을 활용한 무인택배인 Project Wing,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Google Fiber, 암과 노화를 정복하는 생명공학 자회사 Calico, 로봇을 개발하는 Boston Dynamics, 그리고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Nest 등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1년에 수십 개에 달하는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기도 합니다.(2014년에는 1~2주에 하나씩 인수를 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나하나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하나의 분야에만 집중을 해도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드는 분야들인데 ‘Moonshot Thinking’ (보편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사고)이라는 기치 아래 거침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글의 기업철학은 그동안 투자자들을 포함한 외부인들에게 늘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남다른 기업 철학과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구상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케 하여 기업가치를 전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 주기도 한 반면, 공상과학영화 같은 터무니없는 도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표현으로 냉소적인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구글은 정말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일까
2006년 구글이 YouTube를 16억 5천만 달러(약 2조 원)에 M&A를 했을 때 정말로 많은 사람이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익이 미미하였던 YouTube를 터무니없이 막대한 금액을 주고 인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비판은 그 이후로도 수년 동안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6년 현재, 그때의 그 결정은 구글의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현재 YouTube의 단독 가치는 700억 달러(약 85조 원), 매출은 82억 달러(약 1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여 어지간한 기업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최근에 구글이 보여주는 몇몇 프로젝트는 이와 유사한 구글의 장기적인 포석이 깔린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검색 및 동영상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구글로써는 조금이라도 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시장의 크기’ 자체를 늘리는 것이 더 주효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지구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Project Loon), 값싼 모바일 기기를 제공하며(Android One), 일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동시간’에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무인자동차, 구글 글래스), 집에서 쉴 때에도(Nest), 혹은 수명을 늘려서라도(Calico) 인터넷 사용자 및 사용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큰 그림이 아닐까요. 이러한 뉴스를 통해서 얻어지는 마케팅적인 효과는 덤으로 차치하고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2013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Sergey Brin이 Founder’s Letter에서 언급했던 구글의 가치관을 공유합니다. 어쩌면 구글은 이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들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It’s also true that over time many companies get comfortable doing what they have always done, with a few incremental changes. This kind of incrementalism leads to irrelevance over time, especially in technology, because change tends to be revolutionary, not evolutionary. It’s why we continue to invest for the long term, in our next generation of big b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