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뉴스를 어떻게 보는가? 기성세대는 조간신문, 9시 TV 뉴스, 그리고 출근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뉴스를 본다고 말할 것이다. 또 혹자는 포털 검색 순위와 포털 뉴스 서비스로 본다고 말할지 모른다. 조금 더 트렌디한 사람이라면 SNS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메신저 앱으로 뉴스를 본다면 어떨까? 생소한 말이지만, 이미 시작되었다. 세계 최고의 언론 중 하나인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메신저 앱, ‘라인’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새로운 시도를 다룬 기사를 소개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인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소셜 미디어의 다음 단계는 메세징 앱이라는 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계 유수의 메신저 앱 중 라인을 고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이미 유저들이 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 이미 대화 인터페이스, 봇 등 뉴스 소비에 적합한 기능을 보유 중인 메신저다.
-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거대 유저 풀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강점을 인정받아, 이미 이코노미스트뿐만 아니라 ‘월 스트리트 저널’, ‘버즈피드’, ‘BBC’, ‘테크 크런치’, ‘Mashable’ 등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라인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인에서의 경험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연구중이기도 하다. 예컨대 포스팅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푸쉬는 1주일에 몇 번 정도 보내는 것이 적절한지 등이다. 그리고 이렇게 라인에서 배운 정보를 스냅챗 등의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한다.
네이버 뉴스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한국을 점령하는데 거대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금 네이버의 미래인 라인이 뉴스 산업에 발을 뻗고 있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네이버는 다른 방식으로 뉴스 플랫폼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네이버뿐만 아니다. 국내 최고의 메신저 앱을 가진 카카오 또한 뉴스 서비스와 메신저의 결합을 준비중이다. ‘카카오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오락성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편, 메신저를 통해 뉴스를 공유하는 것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뉴스를 포함한 ‘콘텐츠’가 메신저를 통해 소비되고 유통되는 상황을 꿈꾸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뉴스 소비의 핵심은 포털 서비스다. 그리고 포털 검색어 위주의 뉴스 소비 형식은 결과적으로 자극적인 낚시 기사를 범람시켰고, 제작자(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도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자극적인 경쟁 구도로 몰아갔다. 이는 특정 세력의 잘못이라기보다 포털 위주의 뉴스 소비 형태가 만든 시스템적 문제라고 본다.
만약 메신저 서비스들과 언론들이 준비하는 대로 메신저 형태로 뉴스가 소비된다면 어떻게 될까? 포털보다 좀 더 모바일에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으니 그것은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메신저 위주의 소비 형태는 새로운 문제점을 불러올 것이다. 친한 사람들끼리만 자신에 입맛에 맞는 기사를 소비한다든지, 특정 기사를 ‘붐 업’하기 위해 정치 조직과 같은 단체 메신저 방을 동원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일단 당장 떠오른다.
포털 뉴스가 대두하면서 (적어도 특정 세대에서) 기성 언론은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잃었다. 언론의 사업적 실패다. 또한 포털 뉴스를 통해 단순 자극 기사, 검색어 낚시 기사가 대량 생산되며 대중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 상실했다. 언론은 사회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에, 언론의 신뢰 하락은 어쩌면 사회적인 손실이기도 하다.
포털 뉴스 트래픽의 핵심을 만드는 것은 포털 검색을 활용해서 선정적이고, 가벼운 기사를 양산한 연예부 기자들이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기자의 로망을 가진 신입이 연예부 기자의 현실에 부딪히며 겪는 갈등을 그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모바일로 콘텐츠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다시 한 번 뉴스에 새로운 물결이 시작되려 한다. 메신저 앱은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뉴스의 유력한 정답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만이 가능한 정답은 아니다. 새로운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고객의 필요를 미리 반영하는 언론이 사업적 성공은 물론, 사회적 책무마저 가져가게 될 것이다.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