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이와 함께 새해 결심의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사람이 ‘이번만은’ 하면서 여러 가지 결심을 한다. 하지만 2007년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약 12%의 사람만이 (8%라는 통계도 있다) 새해 결심을 지킨다고 하니, 이런 결심은 열에 아홉은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 왜 대부분의 새해 결심은 실패하는 것일까? 우선 실패하는 결심 / 목표의 유형을 다음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 명확하지 않은 목표: 달성되었는지를 알기도 어렵다.
-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쉬운 목표: 동기부여가 어렵다.
- 실천 계획이 없는 목표: 일회성 결심으로 끝난다.
필자는 데이터 기반의 목표 설정 및 추적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안갯속에서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면, 데이터는 우리 목표를 항상 최적의 경로로 안내하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길 찾기에 필요한 정보만 간결하게 추려 지도를 만들듯이, 목표 달성에 관련된 현상의 단편을 추출해 자료화하는 것이다. 이제 새해 계획을 세우는 데이터 기반의 접근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목표를 지표로 표현한다
우선 목표를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지표로 표현하자. 목표가 지표화되면 뜬구름 잡는듯한 목표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면서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체중이나 허리둘레만 지표화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은 행복도, 생산성, 글쓰기 등에 대한 다양한 지표화 사례를 참고하도록 하자. 아래는 필자가 2012년부터 사용해 온 행복도 측정의 기준이다. 순간적인 느낌과 장기적인 행복에의 기여도를 결합하여 1부터 5까지의 행복도가 산출되는 것이다.
지표를 설정하고 정확한 값을 얻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심지어 체중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지표를 얻는데도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다. 체중은 매일 같은 시간에 측정해야 하고 (가급적 아침 기상 직후, 벌거벗은 상태로) 그날 그날의 체중은 0.5kg 정도 변화하기 때문에 7~10일 정도의 체중을 이동 평균하여 사용하면 좋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데이터 수집에도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다. (체중 조절에 대한 참고자료로 The Hacker’s Diet를 추천한다) 데이터 수집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사항은 필자의 예전 글을 참고하도록 하자.
현재 상태를 숫자로 파악한다
목표를 지표화했다면 현재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지도가 있더라도,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면 목표를 세우는 데 사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표의 유형에 따라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도전일 수 있다. 체중과 같이 변화가 심한 지표의 경우 위에서 설명한 대로 여러 번 측정하여 얻은 평균값을 사용하도록 하자. 아래는 필자가 예전에 미디엄에서 접한 몸무게 기록표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FitBit이나 미밴드 같은 스마트밴드를 사용해 건강 상태를 측정하려는 분들이 범하는 오류가 있다. 밴드를 사고 나서 호기심에 바로 이런저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운동이 얼마나 추가적인 칼로리를 소모하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분들께 밴드를 사고 한 일주일 정도는 그냥 차고 다니시다가, 그 이후에 뭔가 시작해 보시라는 충고를 한다.
현재 위치와 함께 정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어떤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다. 자신의 페이스를 알아야 하루에 10km를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일주일에 1,000km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경우 평균적으로 주당 0.5~1킬로그램 정도를 추천하지만, 이 역시 궁극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다. 자신의 페이스를 파악하고 나면 6개월 동안 10킬로를 감량하겠다고 결심하는 대신 한주에 0.5킬로만 감량하겠다는 좀 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행동>측정>학습’을 반복한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목표 달성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습관이나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그리고 업무에 관한 목표라면 업무 프로세스를 살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습관이 목표 달성에 가장 도움을 주는지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수치화된 목표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방법이 있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비교하여, 이중 최적의 대안을 실천하면 될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체중 감량 사례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실험한 후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은 가공 식품을 줄이는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꾸준히 기록한 몸무게 기록표였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목표 달성은 ‘행동>측정>학습’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이는 Lean Startup 방법론에서 Build>Measure>Learn을 반복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과정은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큰 목표를 (6개월에 10킬로 감량) 한 번에 달성하려고 하는 대신,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다. (매주 0.5킬로 감량) 목표에 따라 매 순간 측정이 가능한 예도 있고 (예: 손목 밴드의 스텝 카운트), 측정을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예도 있다. (예: 체중계) 필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다양한 목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궤도를 수정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데이터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과정을 알아보았다. 그 핵심은 목표를 지표화하고, 현재 상태를 파악한 이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에 대한 많은 조언이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면 ① 자신의 현재 위치, ② 목표의 위치, ③ 자신의 속도, ④ 목표까지 최적의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하면 데이터 기반의 목표 설정은 이 글의 머리말에서 소개한 실패하는 목표 설정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해결한다.
- 명확하지 않은 목표: 목표를 수치화된 지표로 설정한다.
-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쉬운 목표: 목표와의 거리와 자신의 페이스를 바탕으로 최적의 목표를 설정한다.
- 실천 계획 없는 목표: ‘행동>측정>학습’의 사이클을 끊임없는 반복하며 작은 성공을 쌓아나간다.
이 모든 과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다행히 이런 데이터 기반의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도구가 존재한다. 대부분 모바일 앱의 형태를 띠는 이런 도구를 선택할 때에는 ① 목표가 되는 지표뿐만 아니라 관련된 정보도 입력할 수 있는지, ②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설정을 바꿀 수 있는지, ③ 데이터를 손쉽게 파일 등의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는지 꼭 살피도록 하자. 자신의 목표에 꼭 맞는 도구를 찾기 힘들다면 iPhone의 Reporter와 같은 범용 측정 도구를 사용하여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