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터』, Business Insider, Bloomberg의 기사를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세금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현재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도 모두 세금을 내기 싫어하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큼이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상대성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절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탈세입니다. 국가의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세금이기에 많은 나라들이 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과 고민이 더해져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구글세입니다.
구글이 영국에서 2011년에 벌어들인 매출은 5조 4000억원. 그런데 이 기간 낸 법인세는 약 100억원 정도입니다. 영국의 법인세율이 20% 정도임을 감안하면 세금을 거의 안 냈다고 봐도 무방한 금액입니다.
- 구글세
영국 자국 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타국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린다.
구글세의 정확한 명칭은 ‘우회이익세(diverted profits tax)’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 말을 사용한 곳은 영국입니다. 영국은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서 2014년 10월 우회이익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지난해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성이 있습니다. 구글이 영국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일랜드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구글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취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적정한 세액을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다국적기업들이 워낙 복잡하게 자사의 이익을 나눠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국적기업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정보 공유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BEPS입니다.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란 우리나라 말로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을 의미합니다. 좀 어려운 감이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 곳곳에 회사의 이익을 뿌려놓고 그를 통해 세금을 덜 내는 행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BEPS는 구글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지만 이 역시도 한계성은 있습니다. BEPS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세금 정책이나 조세 협정 등을 바꿔야 합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칫 잘못하면 국가 간의 갈등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BEPS가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곳은 EU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글과 함께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애플. 애플의 조세회피 기법은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애플의 조세회피 기법,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
- 직역하면 ‘네덜란드식 샌드위치를 곁들인 아일랜드식 커피’
- 유럽 안에서 가장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아일랜드와 조세 협정을 맺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네덜란드
- 애플이 1980년대 만들어낸 조세회피 기법
- 2개의 아일랜드 법인 + 1개의 네덜란드 법인 + 1개의 조세 천국 현지 법인 등 총 4곳에다가 신규 회사 설립
- 아일랜드에 A, B 회사 + 네덜란드에 C 회사
- A 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IT 기업에 지적재산권을 저가로 이전받음
- B 회사는 A가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미국 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A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
- C 회사는 A 회사와 B 회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
- 법인세가 0%인 지역에다가 D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A 회사의 실질적 경영을 담당한다고 신고
- 이 방법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애플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비용을 결제하면 그 비용은 그대로 B 회사로 들어가게 되고, B 회사는 벌어들인 수익을 A 회사가 아닌 네덜란드의 C 회사로 보냄. 그리고 C 회사는 B 회사로부터 받은 수익의 99% 이상을 다시 A 회사로 송금
- 이는 지적재산권 사용료 명목. 이런 식으로 송금 경로를 우회하면서 납세액을 최소화
- 왜 아일랜드인가?
아일랜드는 실질적 거주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기에 A라는 회사가 아일랜드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다른 나라에 있으면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됨
애플은 이 기막힌 방법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세금을 절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불법이 아닙니다. 애플의 사내유보금은 232조 7395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돈은 미국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아일랜드에 묵혀두고 있죠. 애플은 아일랜드 코크 지역에 2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내유보금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왜? 35%에 이르는 미국 내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수입들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보내지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미국 본사 등으로 환송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구글의 해외수익 비중도 80%에 달합니다.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조세회피처로 사용되는 국가를 tax have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이 국가를 통해서 세금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Tax Haven
- 애플: 해외보유액이 1,811억 달러
- GE: 18개 조세회피처에 1,190억 달러 이전
- 마이크로소프트: 1,083억 달러 이전
- 화이자: 151개 자회사에 740억 달러를 이전
Fortune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tax haven에 자회사를 운영.
다국적 기업들의 연간 조세 회피액은 최저 116조 5000억원에서 최대 279조 7000억원.
스타벅스의 조세 회피 방법
- 미국 본사 + 스위스 소재 법인 + 네덜란드 소재 법인 + 영국 소재 법인
- 전 세계의 원두를 스위스 소재 법인이 구매
- 스위스 소재 법인은 구매한 원두를 20% 이익을 붙여서 다소 비싸게 네덜란드 법인에 판매
- 네덜란드 법인은 이 원두를 가지고 로스팅을 하고 포장해서 전 세계에 판매
- 이는 ‘단순 가공’에 불과.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은 영국 법인이 제공한 로열티 형식으로 영국 법인으로 넘어감
- 로열티는 영업비용의 9~12% 수준
- 네덜란드에서 로스팅을 하고 전 세계에서 판매할 제품을 만들지만 실제 이익은 스위스 법인과 영국 법인으로 들어감
- 스위스는 10% 수준의 낮은 법인세율. 영국 법인은 로열티가 미국으로 흘러간다고 보고 네덜란드에서 과세 안 함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은 비용에 속합니다.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그들이 비용을 내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윤리적 행위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아울러 어느 국가에서 돈을 벌어가면 그 국가를 위한 사회적 환원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죠. 기업들은 나가는 돈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변하고 있는 ‘착한 기업’ 인식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구글세와 BEPS는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을까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천차단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국적 기업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시작점은 될 것입니다.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