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다. 현실에선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한다면 그 ‘정도’가 유의미한지 아니면 미미한지 깔끔하게 검증하기는 어렵고, 그걸 ‘검증’하는 것이 보통 ‘연구자’의 역할이다.
3개 멀티플렉스 과점 시장, CGV와 CJ 배급 영화의 밀애
멀티플렉스의 경우 CGV가 5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확보했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나머지 40~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메이저 영화배급사는 CJ, 롯데, 쇼박스, NEW 네 곳이다. CJ-CGV의 연합이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CGV에서 CJ 배급 영화를 어느 정도 밀어주리라고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과연 ‘시장을 흔들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가? 애초에 영화가 부실하거나 아니면 작품성이 좋아도 홍보가 부족한 영화들이 망하고 작품성 나빠도 흥행성 좋은 영화들이 뜨는 것에 대해, 이런 수직계열 담합은 ‘아주 작은 힘’만 더 보태는 것은 아닐까.
담합’만’으로 보기는 힘든 이유
2위인 롯데시네마의 경우 아직도 천만 관객 영화가 없고, 2015년에는 총 7편의 국내영화를 배급해서 얻어낸 성적이 도합 438만 명(…)에 그쳤다. 중형 국내영화들도 있지만, <협녀>, <서부전선> 등 꽤 큰 영화도 있었고 여기에 12월말에 개봉한 <조선마술사>랑 이번에 나온 <로봇,소리>도 폭망.
반면 쇼박스는 <사도>, <암살>, <내부자들>, <조선명탐정>, <극비수사>, <강남1970>으로 총 3446만 명에 편당 387억원. NEW는 15년엔 좀 부진했으나 그래도 <연평해전>, <스물>, <뷰티 인사이드>가 성공했고 13년에는 <7번방의 선물>, <신세계>, <변호인>, <숨바꼭질> 등등 나오는 영화마다 대박으로 그 해 1위를 하기도 했다.
비록 시장지배자는 아니더라도 롯데시네마의 멀티플렉스는 무시 못할 수준인데, 이렇게 망하고 또 망하는 게 ‘담합’을 생각하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논란의 <검사외전>, 배급사는 CJ가 아닌 쇼박스
또한 멀티플렉스의 자사 몰아주기가 극심하다면, 그렇게 ‘부당하게’ 영화관을 차지한 영화들은 영화관 상영횟수의 해당좌석수 대비 좌석점유율이 낮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한때 논란이 된 연평해전 역시 애초에 배급사가 NEW였으며 그 주 좌석점유율 1위였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검사외전>의 경우 역시 배급사도 논란의 CJ가 아니라, 쇼박스다. <검사외전>의 좌석점유율 1위를 넘어서 무려 48.9%. 2위와의 격차가 20%가 넘는다. 애초에 <검사외전>이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다른 영화로는 눈길조차 별로 주지 않은 것이다.
특히 <검사외전>에 앞서서 개봉한 한국영화인 <오빠생각>과 <로봇,소리>가 완전히 실패하면서, 해외 블록버스터도 없는 설시즌에 영화관을 휩쓸 영화는 이미 일찌감치 결정나버렸다.
점유율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영화시장
물론 한 영화로 한 관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외전>을 피크타임에, 다른 영화들을 아침이나 심야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런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점유율 차이가 그렇게 쉽게 설명되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멀티플렉스의 경우 말 그대로 여러 관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섯 개 상영관의 피크타임을 모두 검사외전에 주고 다섯 개 상영관의 아침이나 심야를 <로봇, 소리>에 몰아주지는 않는다. 즉 그래도 소수 상영관은 1관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
끝으로 분명한 불공정행위에서 대해서는 현재도 공정위에서 개입하여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과징금 양이 많지 않다고는 해도 위법은 체크하고 있는 셈이다. (참조 링크: 자사·계열사 제작 영화에만 특혜… CJ CGV·롯데시네마에 55억 과징금)
영화관 독점, 감정으로 접근하기 앞서 ‘검증’이 필요하다
정확한 ‘검증’을 하려면 전 상영관의 개별 관객수를 조사해서 상영시간을 통제하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매번 상영회차마다 영화관 위치, 멀티플렉스 이름, 상영시간 정도 확인되면 이건 실증분석하면 어렵지 않게 검증 가능하다.
담합의 힘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어느 쪽도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또한 애초에 영화산업 전체에 있어 대기업이 영화산업 모든 단계를 손대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향후 이런 잡음을 없애려면 애초에 중소형 영화, 독립영화, 그리고 특별전 등을 전담할 영화관들이 더 많아지고, 멀티플렉스 쪽에서도 이런 부분을 더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순위를 보면, 분명히 호평을 받고 있는 <캐롤>과 <빅 쇼트>의 좌석점유율은 여전히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대놓고 관객들의 버림을 받고 있는 <로봇,소리>나 <오빠생각>이 대형 영화사들의 독점 운운할 자격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