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대통령이 말한 그 즈음에 강남에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한 찌라시가 돌아던 기억이 나시는가?
오늘 집에 강남의 대표적인 사교육 안내 신문인 ‘내x신문’이 왔길래 넘겨보다가, 소프트웨어 학원 광고와 같은 신문에 실린 그 학원 원장님의 컬럼을 보았다. 컬럼의 내용은 ‘소프트웨어, 코딩이 중요하다’ 인데… 광고는 대학입시다.
코딩 교육’만’으로 대학 가려는 욕심을 비우자
코딩 교육과 대학 진학, 내가 보기엔 둘 중의 하나이다.
A. 어쩌다보니 (‘억지로 학원에 다니다 보니 운좋게도’를 포함하여) 재미있어서 뭔가 만들어보다가 코딩을 잘하게 되면,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대학에 대한 고민이 덜한, 더 어릴 때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치 우리 아이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잘 모르니 피아노, 태권도, 수영, 스케이트, 댄스, 아이스하키, 바둑 등을 시켜보듯이 말이다.
코딩을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런 재능, 재미의 발견을 위해서라면 위와 같은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위 광고처럼 이제 학교에서 배운다. 거기서 배우고 어땠는지 물어보면 된다. 재미가 있으면, 학교에서 배우는 걸로 성이 안 차서 동영상도 알아서 찾아보고, 뭔가 막 만들고 그럴 거다.
B. 그런데 느즈막히 (즉, 중학교 후반부, 또는 고등학교에 이르러서) 우리 아이가 다른 공부에 재주(?)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코딩이라도 배워 대학을 들어가려고 한다면 대학진학 가능성이 높아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수학·과학이 안 되서, 영어가 안 되서, 성적이 나빴던 아이가 하필 코딩만 유달리 잘해서 대학 갈 수준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리고 아직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포함한 대부분 대학은 국영수사과 등 전통적인 주요 과목 성적이 입시에 훨씬 중요하다. 또, 수학과학이 안되는 아이가 심각한 코딩을 잘 할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의 입시용 수학·과학 평가 시스템은 단점이 많다. 흥미와 재주는 있는데, 하필이면 입시용 수학·과학에는 적응을 못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허나, 코딩도 대학 가려고 억지로 하면 수학, 영어, 호환마마보다 어렵고 무서워진다.
시중의 진정성 있는 선수급 개발자들을 모셔다 중고등 앞에서 ‘소프트웨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강연을 시키면, 다들 ‘국영수’ 중심으로 코딩공부를 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대학가기 위해 오직 코딩 공부만하는 것은 좀 바보짓이다.
자격증을 비롯한 코딩 입시 스펙 욕심도 버려라
우선, 학원에서 혹시 자격증, 1급, 2급… 그런 평가를 하면 다 사기라고 보면 된다. ITQ, 전산 활용, 검색, 등등 이런 류의 자격증은 대입과 상관이 없으며, 대부분 코딩 능력과도 상관없다. 개발능력은 급수로 따져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타자’는 대입이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들보다 입출력이 빠르면 놀 시간이 조금 더 생긴다.
정보올림피아드… 이게 뭐냐면 알고리즘 경진대회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신·수능 시험에 안 나오는 것만 물어보는 수학 시험으로 소위 영재들 놀이터이다. 아이가 수학·과학 천재가 아닌 것을 아는데도, 일부 부모들이 아이들을 올림피아드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요즘 학원들은 물관리를 위해서, 이 아이가 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지 아닐지 거짓말 안하고 알려준다) 올림피아드를 배우는 과정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의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내신·수능의 선행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올림피아드는 그 긍정적인 부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보 올림피아드 공부해도 기하벡터 수학문제 푸는 능력 거의 안올라간다. (물론 정보 올림피아드가 논리적·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입시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집중해보면 그 효율이 매우 낮다) 하지만 코딩에 정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정보올림피아드 공부를 하면, 재미도 있을 수 있고 나중에 대입 뿐 아니라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
공모전? 대치동의 모 학원은 장관급 시상이 있는 모든 종류의 대회, 글로벌 메이져 업체들이 주최하는 여러대회를 다 꿰고 있고, 수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학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공모전도 꽤 많다. 당연히 그 가운데 장관급 이상의 시상이 있는 것도 부지기수 있다. 자기는 별 관심 없는데 남이 다 해준 걸로 상받아서 대학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대학가서 분명히 전공 바꾼다는데 500원 건다. 재미있어서 시작했고 공모전이 동기가 되어 더 열심히 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모전도 비추다. 억지로 공모전 스펙 쌓는 것은 내 몸에는 진보의 피가 흐르는데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되려고 노력하는 격이다. 위 광고의 사교육 선생님들이 얼마나 개발 경험이 있는 분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공모전에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진성성이 있는 학생이라면 공모전 수상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요즘에 특목고 등등에서 고딩들도 논문을 쓰곤 하는데 정보-소프트웨어 쪽도 논문지 꽤 많고, 고딩들도 받아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허나 엄청난 선수들만 논문내서 5: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 채택되는 그런 컨퍼런스 논문이 아니면, 역시나 별 의미없다. 이 소프트웨어 바닥에서는 교수들이 쓴 논문도 엄청난 거 아니면 잘 안 읽는다.
학원에서 언급하는 대학들의 입시 절차에는 모두 면접이라는 것이 들어있다. 주커버그나 워즈니악이 지원하면 그냥 뽑겠지만 수상 실적있다고, 논문이 있다고 무조건 뽑아주지는 않는다. 직접 면접해보면 쉽게, 정말로 ‘거짓말 안하고’ 1분만에, 이 지원자가 소프트웨어를 정말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열나게 면접 연습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말을 믿으셔야 한다.
혹시 (입시 연령의) 자녀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쳐볼까 하는 부모님들에게
요즘 잘 찾아보면, 코딩 캠프가 많이 있다. 위 광고에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들이나 소프트웨어 특성화사업 대학 등 이런데서 특히 방학이면 여러 프로그램을 개설하(려)고 있고, 지역 사회 초중고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도 있고, 소프트웨어 캠프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이 열리고 있다. 또 SW 중심사회, 오픈튜터리얼즈 등 좋은 사이트들도 있다.
요즘엔 다행스럽게도 스크래치, 엔트리,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비쥬얼베이직 등등, 초중고 학생들이 쉽게볼 수 있고 금방 따라해 볼 수 있는 책도 적지 않게 있다. 비싼 학원에 보내시지 말고, 일단 거의 공짜로 할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쓰게 하고, 온라인 교육 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게 하시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아이가 무엇을 하고 노는지 보시기 바란다.
원문: 쉽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