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본지에서 발행한 <압박 면접이 아니라 ‘면접 성희롱’입니다>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는 면접 과정에서 면접과 관련이 없는 성적인 농담을 하여 구직자가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면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면접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어떻게 증거를 확보하여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번 글을 보신 많은 분이 저에게 성희롱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하였는데요, 그 분들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문의를 하셨던 분께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한 분들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입증입니다.
보통 성희롱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증을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다 보니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목격자가 있다 하더라도 직장 성희롱의 경우에는 증인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성희롱 가해자를 고소하더라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100% 성희롱 사실을 부인하고, 이로써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면접은 어떨까요?
보통 채용 과정은 1차 서류면접, 2차 실무진 면접, 3차 임원 면접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면접 유형도 구직자 1명만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으며 단체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증하기 어려운 최악의 유형은 면접관 1명, 구직자 1명인 상황입니다. 면접관이 여러 명인 경우 성희롱 발언을 듣는 다른 면접관이 있고, 구직자가 여러 명인 경우 성희롱 발언을 다른 구직자가 듣기 때문에 관련 증인을 찾는 일이 그나마 용이합니다.
그렇다면 면접 성희롱을 어떻게 입증할까요?
면접 성희롱은 다른 직장 내 성희롱과는 다르게 언어적 표현에 의한 성희롱이 대부분입니다. 면접관과 구직자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체적 접촉에 의한 성희롱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면접 성희롱 입증의 관건은 면접관이 한 질문이나 면접관들끼리 나눈 대화의 내용을 어떻게 입증하는가, 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면접 내용을 녹음한 파일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면접 대화 내용을 녹음한 녹음 파일입니다. 보통 면접 스터디를 진행하는 구직자분들은 모의 면접을 한 대화 내용을 녹음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습을 하신다고 합니다. 또한 떨어졌던 면접 중 녹음한 면접 내용을 복기하여 실수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습을 하신다고도 하네요.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녹음기 어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면접 복기 뿐만 아니라 면접 성희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면접 시 녹음을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녹음파일이 없거나 녹음을 할 수 없는 경우는?
그런데 녹음을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요즘 일부 회사들은 면접 내용의 녹음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지품을 별도로 보관하게끔 지시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녹음을 제외하고 가장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증거는 CCTV일 텐데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면접 성희롱은 주로 언어적 표현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신체적 성희롱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성이 녹음되지 않는 CCTV만으로는 성희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더더군다나 면접을 보는 구직자가 회사의 CCTV를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증인을 통한 입증 문제
같이 면접을 보았던 구직자 여러 명이 있다면, 그들의 증언을 기초로 하여 성희롱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면접관이 여러 명이라면 그 사람들도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면접관이 과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할까요? 99% 아닐것입니다. 그러면 같이 면접을 봤던 사람은 어떨까요? 막상 자신도 면접을 보느라 정신 없는데 다른 사람의 질문을 쉽사리 기억할까요? 당장 면접을 보았던 경험을 떠올려 봐도, 같이 면접 보았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그 사람 주소를 알고 계신가요? 일단 같이 면접 봤던 사람을 증인으로 찾기도 매우 힘들 것입니다.
같이 면접을 보았던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이름을 알기 위해 피고인의 회사 또는 피고 면접관에게 같이 면접을 봤던 사람의 명단 제출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회사는 관련 채요절차가 종료되어 관련 문서를 모두 폐기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증인을 찾지 못하여 입증 부족으로 종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어떻게 입증하라는 이야기인가?
예전에 성범죄 형사 사건을 변론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의 특징은 목격자가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만이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대개 다릅니다. 결국 법원은 관련 정황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죄의 유무를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 객관적인 녹음 파일이 없다면, 면접을 전후한 정황 증거를 최대한 확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황 증거로는 이런 자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면접 직후 친구나 가족과 나눈 카톡 내용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한 구직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 때 혼자서 울고 참기보다는 관련 내용을 면접 직후 친구나 가족에게 구체적인 면접 내용을 정리하여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련 카톡 대화 내용은 면접 성희롱을 입증하는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2. 페이스북의 글
면접 직후 페이스북에 면접과정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둘 필요성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수정이 된다는 점에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페이스북에 글을 구체적으로 남기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답글을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답글에 성희롱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면, 답글은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3. 성희롱 관련 상담기관 방문하여 기록 남기기
현재 성희롱과 관련한 상담기관이 많습니다. 상담을 받으시면 상담 내용이 기록됩니다. 물론 면접관은 관련 내용이 허구라고 주장할 것이지만, 그래도 면접 직후나 단기간내에 이루어진 상담 내용은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구직자도 면접이 끝나면 그 회사의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면접관은 면접시 슈퍼갑입니다.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해도 구직자는 속으로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고, 고용노동부도 농담으로 가볍게 웃어 넘기라는 황당한 조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면접관이 ‘을’로서 대했던 구직자는 그 회사에 취직하지 않을 경우 그 회사의 고객이 됩니다. 고객을 가족과 같이 극진히 모시겠다 말했던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인 구직자도 당연히 극진히 모셔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성희롱 입증 자료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법무법인 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