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심장 NC 다이노스가 LG를 상대로 한 목요일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기록했다. 흐름을 탄 NC는 이어진 SK와의 주말 시리즈를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가져가며 1군 무대에 적응을 마친 모습이다. 반면 한화는 13연패로 개막 이후 최다 연패 신기록을 세우며, 다른 팀들에게 경쟁이 아닌 동정의 대상이 돼 버렸다. 문제는 어딜 하나 손 본다고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메이저리그의 2승 투수와 4할 타자’가 있다 해도 13연패를 막기는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디펜딩 챔피언 삼성과 전통의 두산은 다시금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공동 1위 : 전국민에게 야구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화 이글스
6패, 팀타율 0.239, 팀평균자책점 6.95, 팀홈런 1, 팀득점 32, 팀실점 93
13연패로 개막 이후 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한화의 모든 것이었던 류현진이 LA에서 활짝 웃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께서 국민행복기금도 만드신다는데 그래도 희망적,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1승을 위해 필요한 건 장타를 통한 대량득점이다. 한화는 5, 6점 이상 앞서지 않고서는 상대방을 따돌리기 힘든 전력이다. 실제로 상대편이 시작하기 전 5점을 접어준다고 가정하면 7승 1무 5패의 플옵권 성적이 나온다. 때문에 김태완, 김태균, 최진행, 정현석 등 한화가 자랑할 수 있는 타자들이 분발해야 한다. 득점권타율이 저조한 편은 아니지만 이들의 장타율이 0.275~0.295 사이에 머물고 있는 것이 문제다. 김태균이 홀로 0.420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찬스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결국은 이들이 터져야 한다. 에어진행이 됐든, 김홈런이 됐든 뭐든 터져야 한다.
1승을 위해 이브랜드를 불펜에 대기시키고, 김혁민을 이틀 휴식 후에 다시 선발로 올리는 김응룡 감독의 마음이야 이해를 하지만 이는 오히려 1승 달성 시점을 더 늦출 수 있다. 선발등판 간격을 지킨 이브랜드, 바티스타, 김혁민이 호투하고, 우연히 좋은 수비가 나오는 날 승리할 확률이 모든 투수를 때려부어서 이길 확률보다 높다. 모든 투수를 때려부어봐야 실점만 많아질 뿐이다. 다음주는 NC와 두산을 만난다. 주초에 1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주말엔 메가파워웅담발사포를 맛볼 가능성이 크다.
– 한화가 좋아합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
: 만약 회장님께서 건강하셨다면 야산에 파묻힌 채로 빠따질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최근 공판 때문에(?) 건강이 안 좋으셔서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었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한화 이글스
: 가뜩이나 3일 휴식이 생기며 조금 쉴 수 있게 됐는데, 한화 덕택에 3일을 더 쉬는 더블 휴식 코스가 생겼다. 아무튼 신기록 달성은 했으니 1위로 올렸다. 한화에 대해 쓰려면 끝도 없으니 키니님의 글과 배지헌님의 글을 참조하자.
2위 : 올라갈 팀은 올라가는 삼성 라이온즈
5승 1패, 팀타율 0.315, 팀평균자책점 3.71, 팀홈런 7개, 팀득점 57, 팀실점 34
지난 주에만 5승(1패)을 추가하며 KIA와 함께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타선과 마운드의 균형이 잡힌 것이 주효했다. 이번 주 6경기에서 삼성 마운드는 단 한 번도 상대에게 5점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베일에 감춰 져있던 외국인 투수 로드리게스가 선발로 출전해 5와 2/3이닝 무실점, 삼진 네 개를 잡아내는 모습으로 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공격에서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각각 15점씩, 총 30점을 뽑아내며 폭발했다. 정형식, 조동찬, 박한이 등 빠르고 힘 있는 타자들이 상대투수를 괴롭히고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이 마침표를 찍는 식이다. 이러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삼성은 여전히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삼성이 좋아합니다: 박한이
: 2번, 6번 타순에 주로 배치되면서 이번 주에만 7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율은 무려 0.424까지 치솟았다. 중심타선도 무서운데 그 앞뒤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박한이의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김상수
: 삼성 타순의 진행요원이자 자동아웃이다. 10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타율 0.16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장타율도 고작 0.194. 유격수라는 점 때문에 타격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행요원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류현진의 3안타에 자극을 받아 분발할 필요가 있다.
3위 : 부상은 너무 익숙해서 무시하는 KIA 타이거즈
1승 2패, 팀타율 0.268, 팀평균자책점 4.65, 팀홈런 3개, 팀득점 67, 팀실점 52
지난 주중 3경기 이후 휴식을 가졌으나 홈에서 두산에게 1승 2패로 시리즈를 내줬기에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강한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고는 하나 불펜진의 모습은 아쉬움 투성이였다.
팽팽하던 화요일 경기는 박준표-진해수-이대환이 이어 던진 불펜이 대거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패배했고, 남아 있는 모든 투수를 투입한 목요일 경기 역시 서재응이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0:9 완패를 당했다. 연장 끝내기로 승리한 수요일 경기에서도 앤써니가 양의지에게 9회초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유동훈, 최향남이 불펜의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는데 젊은 투수들이 하루 빨리 힘을 보태야 한다.
– 기아가 좋아합니다: 나지완
: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비는 훨훨 날았다. 화요일 경기에서의 투런홈런에 이어 수요일 경기 끝내기 안타까지 타격감이 상당하다. 0.333의 득점권타율로 벌써 12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에 올라있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불펜진
: 유동훈(4게임, 3과 1/3이닝, 1승, 무실점), 최향남(5게임, 6이닝, 3홀드, 1실점) 정도를 제외하면 불펜진은 쑥대밭이다. 지난해 KIA 불펜을 책임졌던 박지훈은 일찌감치 2군으로 내려갔고 기대를 모았던 좌완 듀오 박경태(평균자책점 9.00)와 진해수(평균자책점 13.5)는 상대에게 땡큐를 외치게 만들었다. 두 투수의 내용은 다소 상반적이다. 박경태가 5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면 진해수는 4이닝 동안 단 하나의 볼넷만 허용했다. 문제는 홈런 두 개를 비롯해 다소 높은 피안타율(0.368)과 피장타율(0.684).
4위 : 10년간 방망이 깎던 노인 LG 트윈스
5승 1패, 팀타율 0.280, 평균자책점 3.23, 팀홈런 7개, 팀득점 75, 팀실점 45
봄이다. LG에게 봄은 환희다. 지난 주 상대는 NC와 한화로 봄맞이 꿀대진의 완성판. 5승 1패라는 성적표를 통해 꿀대진의 이득을 톡톡히 봤다. 주키치, 임찬규가 시즌 첫 승을 거뒀고 우규민은 데뷔 이후 첫 완봉승을 거뒀다. 상대가 모두 한화라는 건 함정.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홈에서 NC 첫 승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 정도.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 누구라도 NC에게 첫 승을 줘야 했고 최고의 인기구단 LG가 그 정도 아량은 베풀 수 있지 않을까.추운 날씨 탓에 팬들이 유광점퍼를 입고 있으니 그만큼 마음도 너그러울 것이라 짐작해 본다. 봉중근은 소화전만 멀리한다면 LG의 오랜 고민인 뒷문 문제를 강점으로 바꿔놓을 수 있어 보인다.
– LG가 좋아합니다: 오지환
: 3게임 연속 홈런의 주인공. 홈런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것도 모두 밀어 친 타구로 멀어진 대전구장 좌측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선두타자로 나와 타율 0.327, 홈런 4개,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 0.435, 도루 3개까지, LG팬들은 이제 1번 타자 이대형은 잠시 잊어도 좋을 듯하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오지환
: 수비에선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없었으나 수요일 NC와의 경기에서 3회초 이호준의 타구를 놓치며 NC의 추격을 허용했다. 4:2로 쫓긴 LG는 경기막판 봉중근까지 등판하며 NC의 추격을 따돌려야 했다. 잘 맞은 타구인 건 사실이지만 이 수비가 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오지환은 기록까지 지배하는가.
5위 : 곰 같은 힘이 솟아나지 않는 두산 베어스
4승 1무 1패, 팀타율 0.268, 팀평균자책점 2.86, 팀홈런 13개, 팀득점 78, 팀실점 50
라지에이터가 아닌 웅담포가 터졌다.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선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굳이 꼽자면 배트와 헬멧을 내동댕이 치던 홍성흔 정도가 틈이었다면 100만 원의 힘으로 이번 주에만 5게임 연속타점을 기록하며 8안타 6타점을 쓸어 담았다. 동점타점, 달아나는 타점 등 영양가도 만점.
대포는 상위타선(이종욱, 민병헌)에서부터 하위타선(양의지, 고영민, 오재원)까지 타순도 가리지 않았다. 화요일 4개의 홈런을 시작으로 이번 주에만 8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이 버틴 중심타선이 못 쳐도 상관이 없을 정도. 허경민과 손시헌까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화룡점정의 기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준석, 고영민 등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게 만드는 두터운 선수층과 다소 불안한 불펜진. 하지만 필승조가 흔들리는 대신 오현택, 이정훈이라는 겁 없는 투수 둘을 얻었다.
– 두산이 좋아합니다: 홍성흔
: 100만 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담감을 떨쳐 버려서인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덕분에 결정적인 순간에 타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중심타자답지 않게 소극적인 자세로 공을 보다 항의하고 퇴장 당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주장이 살면 팀이 산다. 더군다나 그 주장이 홍성흔이라면 팀분위기는 더욱 더 좋아질 여지가 많다. 어느덧 홍성흔의 타율은 0.268까지 올라왔고 득점권에서는 0.389로 업그레이드 된다. 11타점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훌륭한 성적.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올슨
: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금요일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했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1회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다. 2주 동안 한국의 이천 쌀밥맛을 볼 예정. 피안타율(0.325), 피출루율(0.413), 피장타율(0.425) 모두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한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두산으로써는 올슨이 이천 쌀밥맛에 푹 빠지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6위 : NC, 한화와의 꿀대진이 끝나고 본실력 보이는 롯데 자이언츠
1무 2패, 팀타율 0.266, 팀평균자책점 3.61, 팀홈런 3, 팀득점 39, 팀실점 42
한화-NC 꿀대진 버프로 쌓아놨던 5승을 꾸준히 까먹었다. 주중 휴식을 가지며 체력을 보충했지만 숙변은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금요일 5시간 동안 숙변해결의 의지를 보였지만 7안타 6사사구로 단 3점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전준우, 황재균 등 해줄 거라 믿었던 선수들이 부진하자 두 선수는 다음날부터 특타를 치며 숙변제거에 매진했다. 하지만 약을 잘못 먹으면 증세는 더 악화되는 법. 토요일 경기에서 많은 출루(12안타 3사사구)를 만들어냈지만 더 심각한 득점빈곤(2득점)에 시달렸다. 일요일 경기 막판, 결정적인 승리 기회를 잡았지만 금요일부터 롯데 타선을 괴롭힌 오현택에 가로막혀 이번 주 단 1승도 가져오지 못했다. 강민호의 복귀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대우가 그나마 희망이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두 외국인 투수가 걱정이다. 예년만 못한 유먼과 봄이 없어진 듯한 한국기후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인 옥스프링.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불펜 역시 김승회, 김성배 정도가 고군분투할 뿐 김사율은 회계감사 대상이고, 여왕벌 정대현은 꽃이 피었지만 어느 꽃으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 롯데가 좋아합니다: 손아섭
: 롯데 타선의 핵심이자 전부다. 손아섭만 피할 수 있다면 그 뒤는 전혀 무섭지 않다. 전준우, 황재균 등 해줘야 하는 젊은 선수들이 바늘로 공을 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이들과 정반대다. 성적이 증명한다. 타율 0.419에 출루율 0.490을 기록 중이다. 3개의 타점, 0.250의 득점권 타율이 아쉽지만 이번 주 전까지 손아섭의 뒤를 받치던 4번 타자는 전준우였다. 당연히 손아섭과의 승부는 까다롭게 갔다. 새로운 4번 타자 김대우가 적은 경기지만 3할대 타율에 0.500의 득점권 타율을 보여준 것이 손아섭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준우의 득점권타율은… 밑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자.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전준우
: 차세대 롯데의 4번 타자로 거론되던 전준우. 5툴 플레이어의 대명사 메이저리그의 카를로스 벨트란의 이름을 따 전트란으로 기대를 받던 그가 땅을 뚫고 들어간 구황작물에 비유되고 있다. 타율 0.205, 4타점, 득점권타율 0.231은 특타 후 하위타선에 배치된 일요일 2안타를 추가한 결과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8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눈야구를 했다는 점. 일요일 경기 1타점도 눈야구의 결과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준우가 눈야구를 해서는 숙변은 해소될 수 없다는 점이다.
7위 : 야구 전문가들의 기대를 저버린 넥센 히어로즈
2승 4패, 팀타율 0.236, 팀평균자책점 6.00, 팀홈런 11, 팀득점 53, 팀실점 81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강력한 4강 후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SK의 외국인 좌완 원투 펀치 세든과 레이예스에게 침묵한 타선은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 특히 불펜이다. 큰 점수차로 패한 세 경기 모두 불펜진이 어느 정도만 버텨줬더라도 경기 후반부에 접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오는 투수들 족족 장타와 폭투를 허용하며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수요일 경기에서 6과 1/3이닝을 1실점으로 호투하던 김영민에 이어 등판한 한현희, 박성훈, 문성현이 총 8점을 실점하며 경기에 맥이 풀렸다. 토요일 경기에서도 3점 차까지 따라붙은 상황에서 등판한 장효훈이 6실점, 문성현이 추가 2실점하며 15:4로 대패했다. 다음날 역시 7회까지 6대 3으로 비교적 팽팽하게 맞섰으나 마정길, 김상수가 2이닝 동안 무려 9실점하며 15:4로 데자뷔 스코어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한현희, 장효훈 등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염경엽 감독의 시도는 좋아 보인다. 이제 그 기대에 선수들이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 넥센이 좋아합니다: 강정호
: 박병호가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가운데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금요일 경기에서는 상대 불펜의 핵심 안지만으로부터 결승 쓰리런 홈런을 뽑아냈다. 0.270의 타율에 2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 승리한 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기록해 기여도도 높다. 득점권타율도 0.364로 찬스에 강한 모습. 이택근, 박병호가 제 활약을 해준다면 훨씬 더 폭발력 있는 공격을 기대할 수 있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불펜진
: 이정훈 (1.29)을 제외하면 모든 중간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두 자리 수다. 아, 박성훈도 한 자리 수이긴 하다. 9.00.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거라 기대했던 장효훈은 평균자책점이 14.29에 달한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2.47으로 부진하다. 필승조로 분류했던 한현희, 문성현도 각각 20.25, 10.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언젠가 떨어지긴 할 수치이지만 지금 이 성적은 수치스러울 뿐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화(56개)보다 많은 59개의 팀사사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8위 : 부자가 망해도 버틴다는 3년을 맞이한 SK 와이번스
3승 3패, 팀타율 0.229, 팀평균자책점 3.27, 팀홈런 7, 팀득점 42, 팀실점 39
최근 5년 동안의 SK를 생각한다면 7위라는 성적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SK답지 않은 수비가 가장 눈에 띈다. 좌익수의 홈송구가 1루 덕아웃을 겨냥한 듯 날아가는 모습, 유격수가 알을 까는 모습은 한화야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신생팀 NC에 첫 위닝 시리즈를 허용했다는 점도 되짚어 볼만하다. 승부처마다 타격은 무기력했고 일요일 경기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지략에 당했다. 예전의 SK야구라면 이런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였을 거다.
하지만 SK는 타이트한 승부에서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주 일정이 삼성-KIA임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NC에게 위닝시리즈를 가져가야 했지만 이에 실패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도 계속 입으면 제 옷이 된다. 7위가 SK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라면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7위가 어울리는 팀이 될 수도 있다.
– SK가 좋아합니다: 세든, 레이예스
: SK가 자랑하던 좌완 투수 김광현, 박희수, 정우람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좌완 외국인 투수가 메웠다. 두 선수 모두 선발으로 게임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지난 주 넥센과의 경기에서 세든은 8이닝, 레이예스는 9이닝을 책임지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세든이 등판한 일요일 NC전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세든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SK로써는 이런 외국인 선수는 처음인데 이런 불펜, 이런 수비도 처음이라 위력이 반감된다. 2, 3년만 빨리 왔으면 40승 합작도 가능했을 듯하다.
–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박정권, 김강민
: 롯데에 전준우, 황재균이 있다면 SK엔 박정권, 김강민이 있다. 2,3년 전만 해도 흐뭇한 웃음을 지을 말이었겠지만 이제는 미간에 주름을 부르는 말이다. 해줘야 하는 선수에 속하는 박정권, 김강민이 지난 주에 친 안타는 다 합쳐서 단 하나. 합치고 말 것도 없다. 박정권이 토요일에 기록한 안타 하나가 유일하다. 타율은 박정권이 0.067, 김강민이 0.042다. 소수점 잘못 찍은 게 아니다. 정말 육푼칠리와 사푼이리다. 출루율도 각각 0.067과 0.148이다. 정말이다. 육푼칠라와 일할사푼팔리다. 자동아웃이자 진행요원이다. 이렇게 보고 나니 롯데팬들과 전준우, 황재균에겐 미안하다. 비교 자체가 모욕이다. 결론은, 이들이 살아야 SK가 산다는 거다.
공동 1위 : 승리하는 방법을 깨달은 NC 다이노스
3승 3패, 팀타율 0.242, 팀평균자책점 4.13, 팀홈런 5, 팀득점 34, 팀실점 52
역사적인 한 주였다. 구단 창단 후 첫 승과 홈경기 첫 승, 첫 위닝시리즈 등 의미 있는 기록들이 만들어졌다. 이재학의 호투를 앞세워 목요일 첫 승을 거둔 이후로 선수들의 심리는 안정을 찾은 느낌이다. 주초 두 경기에서 실책 6개를 쏟아낸 반면 목요일 승리를 기점으로 홈으로 돌아온 주말 3연전에서는 단 3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기대 이상의 빠른 적응을 빌미 삼아 한화와 공동 1위를 선정. 공동 1위니까 뭔가 미안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감독의 역할이 무엇인지 매 경기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요일 경기 9회 말에서 보여준 모습은 ‘어, 저기 앉아 계신 분이 김성근 감독님이 아니시네?’라고 묻는 듯했다. 무엇보다 장타가 터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다. 권희동이 홈구장 첫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최고참 이호준도 마수걸이포를 쏘아 올리며 NC타선의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권희동은 0.265라는 평범한 타율이지만 득점권타율 0.429, 장타율 0.441을 기록하며 겁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NC의 첫 승 스파크가 어디까지 튀어갈지, 다음주 한화와의 단두대 매치로 지켜보자.
– NC가 좋아합니다: 이재학
: ‘딸기’ 이재학은 NC 첫 승의 주인공이다. LG 타선을 6이닝 7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뛰어난 무브먼트가 위력적이었다. 작년 퓨처스리그를 씹어 먹은 실력을 입증했다. 외국인 투수 세 명에 이재학까지 선발로 자리를 잡아 준다면 어떤 팀도 NC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상대팀이 좋아합니다: 유격수-좌익수
: NC의 가장 큰 약점은 유격수와 좌익수로 이어지는 좌측 라인이다. 처음에는 풍부한 경험의 이현곤이 유격수를 맡았지만 넓은 활동 범위와 강한 어깨라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안경 낀 유격수’ 노진혁이 유격수 자리를 맡고 있지만 역시 문제는 경험이다. 전반적인 센스나 기량의 미달이라기보다는 경험부족에서 오는 실책이 많아 보인다. 좌익수 역시 마찬가지. 권희동, 조평호가 번갈아가며 좌익수로 출전하지만 사소한 실책으로 상대에게 한 베이스씩 더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들의 공격력을 벤치에 둘 순 없다. 시간이 해결하는 문제이니만큼 그 전까지는 상대팀은 ‘좋아요’를 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