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비롯한 곤충들은 아주 쉽게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거미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스파이더 맨은 사실 영화나 만화가 아니라면 쉽게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크기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이빗 라본트 박사(Dr David Labonte)와 그의 동료들은 저널 PNAS에 자연계에서 접착식으로 벽을 타고 오를 수 있는 한계가 도마뱀붙이(Gecko) 정도 크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접착력은 접착하는 면적에 비례합니다. 다시 말해 몸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피와 무게는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간단한 수학이 생물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몸집이 아주 커지면 엄청나게 큰 접착 패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작은 개미의 경우 몸표면적의 0.1% 미만의 접착면이 있어도 체중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집이 커질수록 이 비중은 점차 커지게 됩니다. 연구팀은 225 종의 생물에서 필요한 접촉면의 비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적인 한계가 도마뱀붙이 정도 (체표면적의 4.3%)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도마뱀붙이는 벽을 타고 오르기 위해서 주름이 아주 많은 흡판같은 발바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보다 훨씬 큰 동물들은 자신의 몸 전체가 흡판으로 달라붙어야 할 만큼 큰 흡판이 필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체표면적의 40%가 흡판이라면 사실 몸의 앞뒤로 벽에 붙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몸전체가 흡판이라도 불가능한 셈이죠. 결국 발바닥의 면적을 고려하면 도마뱀붙이 정도가 한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이보다 더 간단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흡판으로 안되면 붙잡으면 되는 것이죠. 큰 동물들은 발톱이나 쥘수 있는 형태의 손과 발을 이용해서 나무를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수직으로 된 유리까지 기어오르는 개미 정도의 능력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무 정도는 탈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스파이더맨이 이런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크기가 도마뱀붙이 수준이라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