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과 디지털 기기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고 싶어 합니다. 특히 요즈음 아이들은 부모님들 손에 반짝이는 조그마한 기계에 무척 흥미도가 높죠. 이 기계는 만지면 반응하고, 재미있는 만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책을 읽어주고 영상통화를 하게도 해 줍니다. 네, 예상하시겠지만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은 제가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눌러보고 싶어합니다. 덕분에 쓰지 않는 마우스나 키보드를 장난감으로 내어주곤 하죠. 어린 아이들에게 디지털기기 노출하기를 꺼리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무분별한 자극에 대해 방치하는 것은 통제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반대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키워드도 등장했습니다. 디지털 읽기쓰기의 수단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조되는 요즘, 디지털기기와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은 오히려 발달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는 부모와 함께 하는 적절한 콘텐츠를 적절한 수준으로 보여주고 경험을 시켜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를 중지했을 때 아이들은 더 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할 테지만, 그런 아이들의 특성이 비단 디지털 기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레고를 하며 놀거나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줄 때에도 아이들의 반응은 정도가 다를 뿐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들은 걱정하시더군요. 자기 아이들이 혹여나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대개의 자극에는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데 왜 특정 매체나 기기에 대해서만 ‘중독’이라는 별명을 붙였을까요? 직업이 소프트웨어 계열인 저로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하여튼, 전 이 지나치게 매력적인 기기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유익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남들보다 일찍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놀며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자꾸 나쁘게 보니 오기가 생겨서, 컴퓨터로 공부한 자료를 정리하고 일기를 작성하는 일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죠. 그때 작성한 플로피 디스크 일기가 어디로 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네요.
2.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찾아보자.
서론이 길었는데, 그러한 취지로 저는 아이들에게 디지털기기를 하나 선물해주고 싶어 알리익스프레스를 찾았습니다. 한국의 키즈 태블릿은 삼성에서 나온 게 있는데, 가격이 중국산 하이엔드 스마트폰급입니다. 그 외의 장난감 태블릿은 정말로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찾아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격의 성능의 제품이 올라와 있더군요.
제품의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CPU의 이름으로 통칭하는 것 같더군요. 이런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Cheap NEW 7inch Kids Tablet PC With Children Educational Apps RK3126 Quad Core 8G ROM Android 5.1 Dual Camera PAD for Children
간단한 스펙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 7인치 (1024*600) 해상도
CPU : 쿼드 코어 (RK3126, Coretex A9)
GPU : VR SGX 540
RAM : 512MB
메모리 : 8GB
카메라 : 전면 30만, 후면 200만화소
네트워크 : Wifi b/g
배터리 : 3000mAH (실제 사용시간 약 2시간)
무게 : 400g
색상 : 핑크, 블루, 오렌지, 그린
가격 : 39$ (약 4만 7천원)
간단히 말해서 그냥 태블릿입니다. 혹시 사전에 국내에 리뷰가 있을까 하고 검색해봤으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겁니다. 아무튼 이왕 사는 거 배송이 한 달 걸릴 것 같아 여기에 실리콘 케이스와 가죽 케이스를 포함한 키보드까지 시켰습니다.
한글 각인이 없는 게 좀 문제지만, 아들내미가 있으므로 120.4$ (약 14만3천 원)으로 두 대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을 기다리자 문제의 물건이 배송되었습니다.
3. 드디어 도착, 개봉 샷
상품소개는 디즈니였는데 박스는 지브리! 저작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구성품은 조촐합니다. 220V 어댑터가 인상적이었죠. 진짜 그냥 2.0A 어댑터고요, 마이크로USB충전어댑터 아닙니다. 뒤에 적겠지만 다 이유 있는 구성품이었죠. OTG케이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모습입니다. 그냥 7인치 태블릿입니다.
뒤. 스피커는 오른쪽 아래에 소리는 충분히 크나, 음질은 그냥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못 들어줄 수준은 아니구요. 장난감보다는 좋습니다. 상단에 아답터 전원연결구와 마이크로USB포트, 이어폰 단자, 마이크, 볼륨 및 전원키가 있구요, 하단에는 Micro SD카드 단자가 있습니다. 16기가까지 꽂아봤는데 인식 잘됩니다.
전원을 켜니 드디어 디즈니가 나오는군요. 그러나 해당 제품은 디즈니랑 일절 관계 없습니다. 그냥 안드로이드예요. 그리고 이상한 홈 화면이 가로막았습니다.
일단 설정이 필요하므로 X를 누르면 계산기가 하나 뜹니다. 간단한 곱하기 문제를 내는데, 이를 풀어야 부모(Parent)모드나 Child Desktop 런처가 종료됩니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설정을 못 바꾸게 하기 위한 장치죠. 그리고 설정을 가보니 롤리팝이 떡! 구글플레이도 제대로 동작합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영문이 기본값입니다.
아래 과정을 좀 거치셔야 쓸만해 집니다. 아주 빠릿빠릿한 기기는 아니니 인내심을 좀 가지셔야 하고요.
1) Setting > Langauge > 한글로 변경
2) Wifi 설정
3) Google Play 로그인
4) Keyboard검색하여 한글 키보드 설치
키보드까지 OTG에 연결했습니다. 마이크로 USB와 어댑터 어느 쪽으로 충전해도 무방합니다. 어댑터를 별도로 사용하므로 OTG에 키보드를 사용해도 충전할 수 있죠. 저렇게 놓으니 완전히 PC 같네요.
성능은 쿼드란트 기준 1224점, 2010년에 나온 삼성 넥서스S보다 성능이 낮은 수준입니다.
안투투는 14000점정도 나옵니다. 최신 스마트폰의 1/4 정도 성능으로 보시면 되니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4. 기본앱과 런처(홈화면)
기본 홈 화면은 아이들의 사용자 등록이 가능하고, 부모가 앱을 Game, Book, Video, Study의 4가지 분류별로 배치해둘 수 있습니다. 사용 시간 설정도 되는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옆에서 지켜볼 거라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기본 앱들은 의외로 충실하며, 테스트가 이미 잘된 앱들이라 그런지 괜찮습니다. 특히 파닉스 같은게 맘에 들었어요. 제 경우에는 일단 게임들은 전부 숨겨버렸고요. 8G바이트의 용량이 좀 부족하다고 여겨 사용 안할 앱들을 모두 사용안함으로 바꾸었습니다. 기본 앱들이 사용함으로 되어있으면 구글플레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용량이 커집니다. 우리 딸 아들이 곱하기를 할줄 아는 날이 되면, 게임을 설치하거나 되살릴지 모르겠습니다.
5. 그 외 제가 사용하고 배치한 앱
게임앱은 기본 앱 중 제 생각에 아이한테 적당한 것만 골라 8개 배치했습니다. 카드 맞추기 뭐 그런 정도의 게임이죠.
BOOK은 ‘리디북스’ 앱도 테스트해봤는데 음성 읽기까지 잘 되더군요.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행사 때 받은 브리티니카 백과사전도 설치했습니다.
VIDEO에는 쥬니버, 호비도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고, 어린이 전용 유튜브가 기본앱인데 괜찮아서 올려뒀습니다. 나머지는 안드로이드에 기본 탑재된 사진, 갤러리, 비디오입니다.
다음은 Study. 기본 앱과 Kahn academy, SW교육을 목적으로 라이트봇과 스크래치JR 까지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외에 깜부의 한글놀이도 유료 구매해서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영어사전의 목적이 있었기에 네이버 사전도 설치. 초록색 배경에 원색 계열의 앱은 기본 앱입니다.
6. 몇가지 단점과 총평
한가지 안타까웠던 건 ‘열려라 지식문’ 앱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특이한 건 SD카드로 이동되지 않습니다. SD카드에는 보여줄 만한 동영상과 사진을 넣는 용도로 밖에 못 씁니다. 512MB의 메모리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요.
총평을 드리자면, 7만 원짜리 장난감 치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파워풀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이 이러한 단점은 아무것도 아닌 것럼 만들고, 오히려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 걸 미안하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제조사는 과연 뭘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출처: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