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뉴스에서는 그해의 이슈나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분석 기사를 연재하곤 합니다. 작년부터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던 ‘인구 절벽’ 문제나 ‘저출산’문제는 역시나 올해도 연초부터 뉴스에서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지속할 경우, 2030년에는 노동인구가 280만 명이 부족하게 되고, 2060년에는 10명이 8명의 노인을 부양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부 역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작년 12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해 심의·확정했다고 합니다. 올해부터 초음파, 1인실, 제왕 절개시 무통 주사 등 산모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된다고 합니다. 비급여 항목별 비율을 보면 초음파 35.1%, 검사 21.7%, 병실차액 19.1%, 선택진료 2.4% 등이라고 합니다.
또한, 임신·출산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본인 부담금은 현재 20~30% 수준에서 2017년부터 암 환자 수준인 5%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위 뉴스 기사를 보면서, 임산부를 배려하는 정책이 실질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위 기사 내용대로 의료비 지원이 추가된다면, 많은 임산부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다만 염려가 되는 것은, 정부가 검토 중인 다양한 정책들이 단기간 시행되다가 중단되거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뭔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는 법에 도입한 제도가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위 의료비 지원과 관련하여서 생각해보고 싶은 정책이 바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태아검진 휴가 제도’입니다.
태아검진 휴가 제도?
연월차 휴가나 출산휴가만 알고 계신 분들은 ‘태아검진 휴가 제도’가 무엇인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태아검진 휴가 제도’는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에서 규정하는 법정 제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태아검진 휴가 제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태아검진 시간의 허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반차’개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럼 ‘모자보건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임산부 정기 건강진단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번에는 ‘모자보건법’ 제10조를 보겠습니다.
위 규정만 보면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럼 대통령령에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임산부의 정기 건강진단은 무한정 허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기 건강진단의 시행 기준은 ‘모자보건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 별표 1에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장인 임산부들께서는 굳이 반차 휴가나 연차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에 근거하여 사업주에게 ‘태아검진 휴가’ 또는 ‘태아검진 시간의 허용’을 신청할 수 있고, 업무 도중 태아 검진을 위해서 자리를 비우시더라도 임금이 삭감되는 등의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모든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태아검진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가?
근로기준법에서 ‘태아검진 휴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에서는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에서는 ‘태아검진 휴가 제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를 그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5인 이상 상시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임신한 여성근로자만이 ‘태아검진 휴가 제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태아검진 휴가 제도의 제도적 맹점은 없는가?
태아검진 휴가 제도에 관하여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에서는 “허용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가 처벌을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74조의 2 위반과 관련한 처벌 규정이나 과태료 부과 규정이 없습니다.
훌륭한 사업주께서는 임신한 여성근로자를 위해서 당연히 ‘태아검진 휴가 제도’를 도입하시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악덕 사업주는 ‘태아검진 휴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으실까요?
“연차 휴가 쓰고 가! “
훌륭한 정책이나 제도가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인 거 같습니다. ‘태아검진 휴가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임산부에 대한 배려 부족, 처벌 규정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태아검진 휴가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 기업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정부는 그럴듯한 출산 장려 정책이나 육아 지원 정책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실행된 정책이 있는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한다는 임산부를 위한 의료비 지원 제도는 누리과정이나 임산부 배려석, 그리고 태아검진 휴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출처: 법무법인 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