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88>이 인기리에 종영을 마쳤습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가졌던 덕선이의 남편이 유명 바둑 기사 최택으로 밝혀진 가운데, 제 눈에는 덕선이의 가정환경이 보이더군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덕선이네 가족은 반지하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사는 주된 이유는 아버지 성동일이 빚보증을 잘못 섰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던 말이 ‘빚 보증 서지 말아라’라는 것이었고, 옛말에 ‘보증을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은행원들은 지인들로부터 빚보증 부탁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의리를 위해서 보증을 선 남편들로 인해 힘들게 산 가족들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소재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신용평가 기술이 발달한 서구 사회에서는 한국과 같은 인적 보증 제도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 한국은 개인의 신용평가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은행이나 금융권은 대출할 때 꼭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적 보증은 관행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보증인 보호와 관련한 법률이 미비하였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만으로는 부족한 보증인 보호
민법에서는 보증계약과 관련한 규정만 있을 뿐, 보증인 보호를 위한 규정은 없습니다. 이에 보증인 보호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지난 2008. 3. 21.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호의 보증’ 즉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이루어지는 보증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채권자가 금융기관인 경우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보증인 보호에는 한계점이 존재하였습니다. 즉, 가장 문제가 되는 사채업자나 대부업자에 대한 보증은 그 적용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증인 보호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꾸준히 제기되었고, 민법학자들과 실무자들의 오랜 논의 끝에 일반법인 ‘민법’에 보증인 보호와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기에 이릅니다. 신설된 민법 규정은 민법 제482조의2와 민법 436조의2 조항인데요, 모든 보증계약 그리고 ‘사채업자, 대부업자’를 포함한 모든 보증채권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민법 규정이 올해 2월 4일부터 시행됩니다.
보증의 방식 제한
민법 제428조의2에서는 보증계약이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증을 서면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금액이 적은 보증이나 친구들끼리의 보증계약 경우에는 구두로도 보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와 같은 보증은 무효입니다.
다만, 주의하실 것은 민법 제428조의2 제3항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보증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증 대상 돈을 일부 갚아버리시면 향후 보증 방식의 하자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돈을 갚으실 때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채권자의 통지 의무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주채무자인 친구의 신용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은행 보증이나 대부업자 보증은 섰더라도 현재까지는 그 보증의 효력을 다투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신설된 민법 제436조의2에서는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신용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이를 반드시 보증인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만약 통지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보증채무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나아가 개정 민법에서는 채권자가 주채무의 이행 상태 등이나 신용정보의 변동 상태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바로 보증인에게 관련 내용을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채무자인 친구가 야반도주하여 흔히 말하는 뒤통수를 맞는 일이 많았는데, 개정된 민법 규정에 따라 보증인은 자신이 보증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상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보증의 감면을 주장하는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
개정된 민법에서는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향후 보증 관련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민법에서는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신용정보를 알았을 때 이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채권자의 이와 같은 인식 여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재판과정에서 다양한 입증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민법 제436조의2 제4항에서 법원의 보증액 감경이나 면제와 관련하여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제 위 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증, 신중 또 신중해야 합니다
민법 규정이 신설되어 보증인이 보호받을 길이 넓어졌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위 규정에 따라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보증을 서는 당사자 스스로 신중하고 또 신중을 기해서 보증사고를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가장 좋은 것은 어머니 말씀처럼 보증을 서지 않는 것입니다.
출처: 법무법인 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