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여전히 ‘땅콩항공’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조현아 부사장의 잘못된 갑질로 인하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그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와 함께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더욱더 춥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1.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연봉 37% 인상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사측은 기본급과 비행수당을 각각 1.9%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으니 노조와 사측과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현재 대한항공의 조종사는 2400여 명이고 평균연봉은 1억 4000여만 원입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안을 받아들이면 기장의 연봉은 1억 7000만 원 ~ 1억 8000만 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평균적으로 1인당 5000만 원이 인상되는 것이고 회사에는 약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더 나가게 됩니다.
조종사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최근 저가항공사들이 늘어나고 중국 항공사들이 많아지면서 조종사들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이들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2명의 조종사 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 중에서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만 50여 명 이상입니다. 경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도 40명 이상이 이직했습니다.
이런 조종사들의 이직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중국 항공사들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면서 기장급 조종사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근무조건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중국 항공사의 근무조건
연봉- 최대 28만 8,000달러(약 3억 5000만원) + 별도 보너스
근무-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정규직 보장
비교도 되지 않는 높은 연봉을 생각해서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 것입니다. 게다가 꼭 해외 항공사가 아니더라도, 빠른 승진을 위해 저가항공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부기장에서 기장이 되려면 민간 출신은 평균 13년, 공군 출신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는 빠르면 4년이면 기장으로의 승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빨리 기장이 되고 싶은 조종사들은 대한항공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직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고 있습니다.
2. 저가항공사와 중동항공사에 샌드위치가 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우리나라는 진에어, 에어부산 등이 하늘을 점령하고 있고 유럽은 라이언에어와 이지젯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주춤하나 중동의 3개 항공사(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 카타르에어)가 빠르게 세계 하늘을 야금야금하면서 기존의 대형항공사들은 힘든 상황입니다. 짧은 노선도 긴 노선도 모두 뺏기고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유럽의 대형 항공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지난 11월 구조조정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다가 60년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에어가 하와이 노선까지 진출하면서(물론 자회사이지만) 장거리 노선까지 넘보고 있고, 기존의 유럽이나 미국 노선은 중동 항공사들이 먹고 있으니 경쟁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3. 달러 강세
지난해부터 보이기 시작한 달러 강세는 대한항공의 경영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저유가 기조로 인해서 유가에 따른 경영 위협은 크게 없으나 유류비와 정비비, 보험비, 항공기 구입 비용까지 모두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에 따라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3분기 대한항공의 외화 순 부채는 약 10조 8000억 원 수준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5년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약 4일동안 진행된 파업으로 인해서 항공편 1000여 편이 결항하였고 26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하였습니다. 다시금 이런 손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이지만,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현재 많은 언론의 논조는 조종사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받는 연봉이 과연 과한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에다가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함,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업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조종사가 받는 연봉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작정 임금인상분을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고 회사의 발전을 위한 노동자와의 상생으로 생각을 전환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조종사는 숙련이 필요한 전문직이고, 아무렇게나 뽑아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닙니다.
과연 대한항공의 2016년은 어떻게 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항공업 쪽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기에는 너무 버겁다는 것이며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