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루머의 진원지, 교회 SNS
교회 단체 카톡방이 온갖 악성 루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밌게도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
세상에 관심 없고, 정치에 관심 없는 것을 경건한 신앙인의 자랑인 것처럼 생각하는 교인들의 분별 없는 카톡 루머 퍼나르기가 이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거룩한 교회 일’에는 관심이 많고 헌신하지만, 교회와 구별되는 일반 사회를 ‘(천박한) 세상’으로 규정하며 ‘세상은 악하고 두려운 곳, 정치는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혐오와 적의를 가지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와 명분이 복잡하게 얽힌 ‘진짜 현실 세상’에서 ‘진짜 기독교인답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치열한 사유나 고민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뉴스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싫어하며 오직 교회 봉사나 교회일에만 관심을 쏟는 소위 ‘독실한’ 신자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세상 물정과 현실정치의 복잡한 역학관계에 무지한 채 그저 목사들이 시키는 대로 종교적 헌신이나 열심만 내면 내 할 일을 다 한 것이라는 나태함과 이기주의, 종교제일주의가 결국 이런 악성루머들을 퍼 나르기 좋은 정신적 토양을 만들어 냈다.
현실정치나 세상 돌아가는 원리와 이치에 관심이 없으니 기독교를 반대하고 해가 되는 듯한 뉘앙스나 명분만 적당히 갖다 붙이면 된다. 자신이 퍼 나르는 정보의 사실 여부는커녕 그런 이슈들의 전후 관계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할 능력이 없으니 팩트 체크, 기사검색도 해보지 않고 생각 없이 퍼나른다. 게다가 이런 사안들을 반대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당장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꼭 “긴급기도요청!” 이라는 말을 갖다 붙인다.
지금까지 생각나는 것만 대충 나열해봐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익산 할랄단지에 대한 루머, 국정교과서에 대한 루머, 세월호 유족 배상금에 대한 루머, 차별금지법에 대한 루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루머, 박원순 시장에 대한 루머, 송도 이슬람 대학에 대한 루머 등이 모두 교회발 단체 카톡방을 통해 퍼져나갔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거의 똑같은 패턴, 똑같은 혐오, 똑같은 허위사실, 똑같은 과장으로 교회 단체카톡방에서 루머가 돌아다니는데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생각 없이 또 그걸 퍼나른다. 눈썰미만 있다면 이런 루머의 최초 발신 단체가 어디인지 알아보거나, 쓰여진 문장의 첫 부분만 읽어봐도 대략 괴담과 거짓 루머인지 금방 분간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변함없이 이런 루머들은 SNS에 끝없이 퍼져나간다.
이에 간단한 팁을 몇 가지 알려주고자 한다. 기독교인들 중에 현실정치에 관심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짓 루머를 퍼나르는 부끄러운 기독교인이 되는 것도 싫은 분들은 이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거짓 악성루머를 퍼나르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거짓 루머를 퍼뜨리지 않기 위한 4가지 원칙
- 교회 밖 현실정치와 관련된 “긴급기도요청!” 또는 타 종교 혐오나 동성애 혐오와 관련된 “긴급기도요청!” 따위의 글은 읽지도 퍼나르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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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그 이슈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면 구글 검색이나 포털 검색으로 최소한 3~4개의 기사는 상세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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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신중하게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보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SNS에서 반박글들이 이제는 빠르게 올라오니까. 기독교 단체 카톡방이나 SNS에서 퍼지는 동일한 패턴의 괴담과 루머에 지쳐가는 게 나만은 아닌지, 이제는 제법 많은 분들이 빠르게 기사나 반박글을 통해 내용을 교정해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당신이 지금 당장 긴급하게 퍼나르지 않아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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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다 귀찮으면 그냥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안 옮기면 된다. 그 발신자가 설사 신앙적으로 성숙하거나 존경스러운 목사나 장로, 권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분들이 모든 사안의 전문가는 아닐뿐더러, 그분들조차 그저 생각 없이 퍼나를 가능성이 농후하니 말이다.
또한, 대체로 교인들은 목사, 장로, 권사 등 권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퍼뜨리는 정보는 덮어놓고 믿는 경향이 강하기에 그런 위치에 있는 분들은 더욱 신중하게 허위 정보들을 퍼나르지 않도록 신경 쓰면 좋겠다.
참된 신앙은 무지와 맹신에 대한 경각심으로부터
몇 년 전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와 관련된 루머를 마구 퍼나르던 교회 후배와 교인들에게 그것과 관련된 기사나 법안 내용을 실제로 읽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었다. 놀랍게도 십여 명이 넘는 그들 중에 단 한 명도 실제 법안이나 조례 내용은커녕 기사 한 줄 읽어본 사람이 없었다.
내 한 몸 앞가림 하기도 만만치 않은 시대에 현실정치에 관심 없을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소식에 관심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정직과 진실을 소중히 여기고 진리를 따른다고 자부하는 기독교인이라면 혐오를 조장하고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선동하기 딱 좋은 먹잇감─숫자는 많고 생각은 없는 기독교인들을 이용해서 거짓과 왜곡이 가득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려는 악한 자들과 특정집단에 대한 경각심을 마땅히 가져야 한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로마서 12:2]
※ ‘분별력’을 기르라는 권면은 비단 초대 교회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성경말씀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독교인들이 ‘복된 소식’을 퍼뜨리기는커녕 ‘거짓 루머’만 양산하는 무지와 맹신의 어리석은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하나님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심을 주시고 뇌를 빼앗아갔나?”는 비아냥을 듣겠나? 창피한 기독교인이 되지 않으려면 아무거나 막 퍼나르지 않기만 해도 된다.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진리의 하나님 여호와여 나를 구속하셨나이다 [시편31:5]
시편 31편의 말씀처럼 예로부터 신앙인들은 자신들이 믿고 예배하는 하나님을 ‘진리의 하나님’이라 찬양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믿는 자에게 임할 ‘성령’을 ‘진리의 성령’이라 말씀하셨다. (요한복음 15:26) 그런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리의 하나님’을 믿고 따른다는 교인들이 ‘거짓과 과장, 혐오와 왜곡’으로 얼룩진 루머들을 퍼 나르는데 누구보다 열심이어서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창피하다면 좀 더 신중하자. 그리고 혐오와 거짓을 퍼나르는 행위를 혐오하자.
그리고 교회 일에만 관심 쏟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정치에도 관심을 좀 갖자. 우리가 지금 당장 살아내야 할 삶의 터전은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이 척박하고 복잡다단한 현실이니까. 그리고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미련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에게 부탁하신 것처럼 세상 물정에 밝고 사리분별에 강해져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제자가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비둘기처럼 멍청해서 뱀처럼 사악한 이들에게 잡아먹히지는 말자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16]
※ 이런 ‘기독교발 루머’의 진위를 알려주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기독교 루머와 팩트’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으니 여기에 가입해서 정보의 진위를 파악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원문: 권대원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