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말은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이 증상은 타인의 감정이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인격장애이다. 참고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라는 식의 글은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 병을 확진할 수 있는 정신의학적 검사 도구는 없다.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내 감정같이 느끼는 것. 나아가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감정을 ‘공감(Empathy)’이라고 한다면, 요즘 우리가 사는 곳이 공감 부재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비단 살인사건같이 자극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교내 폭력사건, 직장 내 따돌림은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데, 언제부터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았던 걸까. 아니 그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후천적으로 기를 수나 있을까? 아래 소개할 사례에서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아기의 성장으로부터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
메리 고든(Mary Gordon)은 대가족 생활을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교감으로부터 오는 공감이 아이들의 인성과 지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았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그녀는 그 생각에 확신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교육에 가족 간의 교감을 녹여낼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공감의 뿌리는 일종의 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교실에서 생후 9개월 된 아기의 성장 과정을 아기의 부모와 학생이 1년 동안 함께 지켜보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은 부모와 아기가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며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기른다. 굳이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훈계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저 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을 뿐이지만, 아이들의 공감능력은 월등히 높아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60% 이상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재단 및 대학 연구팀의 조사를 따르면 교내 집단 괴롭힘을 90% 가까이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의 133개 학교에서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되어 공감교육의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아쇼카 펠로우이기도 한 메리 고든은 이제 캐나다를 넘어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미국에서도 공감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삶의 태도를 바꾸다
국내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교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부산에 있는 해운대 여자 중학교에서 가출, 무단결석, 다른 학생들의 금품 갈취, 심지어 교사들의 소지품에도 손을 뻗어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이 아이들을 내쫓는 대신 엉뚱한 처벌을 내렸다. 학교 뒤뜰에서 강아지를 키우라는 것.
출처: KNN
이 방법 역시 효과적이었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후의 심리 검사 결과에서 아이들은 4개월 만에 반항하는 정도와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외곬 기질도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학교를 나오는 것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마치 공감의 뿌리에 참여한 아이들이 아기들을 통해 공감능력을 키우듯, 강아지를 기르며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삶에 더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어린아이나 강아지처럼 가장 순수한 존재들이 공감능력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어쩌면 이건 ‘공감하는 우리’가 가장 ‘순수한 우리’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직장인이 가장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을 찾는 것처럼, 타인에 냉혹했던 자신을 위해 가장 순수한 존재들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소시오패스라서, 불량해서가 아니다. 공감하는 사람, 공감하는 삶이 누리는 풍요로움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도 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원문: 베네핏매거진 / 글: 김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