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구직자의 83퍼센트가 외국어 능력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론조사나 기사를 볼 필요도 없이 내 주변에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영어가 나오면 즉각 긴장하는 사람이 많다.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맡게 된 영어 사회
나는 2008년 10월부터 영어를 시작했다. 직장을 한창 다니고 있을 때다. 물론 대다수 대한민국 청장년이 그러하듯 초, 중,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했고 대학교에서도 했으며 살아오면서 영어학원, 독학, 학원 수강 등 영어를 잘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대다수 청장년이 그러하듯 헬로, 하우두우듀, 파인 땡큐 이상의 영어능력은 갖추지 못했었다.
하루는 대외협력과의 선배가 내가 있는 사무실로 찾아와서 회사 행사의 영어사회를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없느냐, 왜 내가 영어사회를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선배는 지난번 회사창립기념일에 사회를 보지 않았느냐, 그때 목소리가 괜찮더라, 그런데 너 영어 못하냐고 되물었다.
목소리가 좋다고 밀려서 사회를 보긴 했는데 영어는 잘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어째서 영어사회를 봐야 하느냐, 나보다 영어 더 잘 하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도 있지 않으냐, 할 일도 많고 근본적으로 내 업무도 아니라고 말했다.
선배는 너만한 사람이 없다느니 외국에 살다 왔지만 영어발음이 꽝이라서 사회를 시킬 수가 없다느니 하다가, 내가 끝까지 고사하자 얼굴 표정을 바꾸면서 ‘이건 회사 일이야. 너에게 부탁하러 온 게 아니니까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공문 보내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암에 걸릴 것 같은 나와 부장님과 대외협력과와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나는 영어 사회를 보게 되었다. 행사는 외국 계열사의 주요 직위자들을 모아놓고 하는 리셉션이었다. 다행히 영어 사회 스크립트는 대외협력과에서 만들어 주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전혀 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어를 못했었다. 일주일 정도를 영어 사회 스크립트를 외우고 발음을 녹음해서 듣고 고치고 친구의 친구가 아는 외국인과 커피숍에서 만나 발음교정을 받았다.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만큼의 긴장과 압박 속에서 영어 사회를 끝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번의 영어 사회를 더 맡은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통역 의뢰가 들어왔다. 아주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영어를 잘하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은 한번 영어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잘 알고 있었 다. 그래서 그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딱 잘라서 거절을 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거절 같은 거 잘하는 타입이 아니었던 나는 말하자면 ‘당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회사 통역까지 맡게 된 이유: 어차피 다 못하니까(…)
어찌 되었건 지금 생각해보면 다 내 탓이다.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그 뒤로 종종 인사 대신 ‘영어는 어디서 그렇게 했어요?’ 라든가 ‘역시구만. 영어까지 잘 하면 어떻게 해?’ 라고 말을 걸어왔는데, 나는 그 말에 ‘네. 뭐, 그냥 평소에 조금씩 했어요’ 라든가 ‘잘하긴요. 기본만 합니다’라고 대충 대답했었다.
정말 뭔가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라 인사치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내 입으로 ‘저 영어 못해요. 하나도… 그냥 다 외워서 한 거예요’ 라고 말하기도 이상스러웠기 때문이다. 딱히 잘난 척하거나 못하는 영어를 잘 하는 척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더는 영어에 관계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 사실대로 솔직히 못 하는 건 못한다고 못을 박아 말했어야 했다.
그리하여 통역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나는 그것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부서에서 주관하는 회의였고 우리 부서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며 지금까지 남의 부서 영어 관련 일은 하다가 정작 우리 일은 안 하냐는 말을 듣게 되면 정말 난처할 것이었다.
게다가 과장이 못을 박았다. ‘괜찮아. 이번 통역은 사전에 실무협상은 다 마쳐놓고 의례적으로 하는 거야. 질문과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 외의 사안은 일절 서로 꺼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영어 사회나 다름이 없잖아. 당신이 그냥 맡아. 부장님께는 이미 보고 다 했단 말이야.’
그래서 영어 통역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사회를 볼 때처럼 질문과 답을 거의 다 외웠다. 순조로웠다. 그런데 회의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참고 차 참석한 인접 부서의 인원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와… 그때 정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귀에서는 ‘웅~~~’ 하는 소리가 나고 얼굴이 뜨거워져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손가락 끝에서는 무슨 스프링클러라도 된 것처럼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임기응변으로 인정 받은 통역: 정말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하다(…)
그가 한 질문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것이었다. ‘사무실 내에서 최근 수직적 위계구조가 깨지고 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팀을 묶고 전문가가 있다면 하위 직급자를 상위 직급자의 위에 두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럴 경우 팀 내에 마찰은 없느냐는 것이다.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조금 어려운 일이다. 당신들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을 줄로 한다. 고견을 부탁드린다.’
실은 이것도 상당히 줄인 것이다. 나는 위의 저 말을 정말이지 하나도 통역할 능력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고비를 못 넘기면 평생 기억에서 떨쳐지 않을 망신, 놀림감,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회의 전에 영어 통역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쓸 만한 문장을 하나 외워두었는데 그것을 써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OK. He just makes a difficult and long question. Let me take five seconds. (5초) OK. Let me make it simple. There are two peoples in your office. One is senior and the other is junior. They are in the same team and the junior has a power. Are there any problems?
아, 지금 굉장히 어렵고 긴 질문을 하셨네요. 5초만 좀 생각해볼게요. (5초) 좋아요. 질문을 쉽게 바꾸죠. 여기 사무실이 있습니다. 한 명은 상급자고 다른 한 명은 하급자예요. 같은 팀이죠. 그런데 하급자가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없나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통역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측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안 그래도 회복되지 않은 시차 속에서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회의 좌석에 앉아 있자니 죽을 지경이었는데, 긴 질문을 단 몇 초짜리 질문으로 바꾸니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원더풀, 판타스틱이라고 외쳤고 회의가 끝나고 났을 때 ‘내가 최근 참석한 회의 중에 최고의 통역이었다’고 악수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 참. 대답도 약간은 긴 것이었는데 당연히 나는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고 받아 적는 척하다가 또 ‘네. 아시다시피 대답도 깁니다. 줄여서 말하죠. (OK. As you know, long answer again. I’ll make it simple.)’라고 영어로 양해를 구하자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우리말로 ’아무 문제 없답니다‘라고 말하자 더 큰 박수와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유쾌한 분위기에 힘입어 그 뒤의 업무협약서 작성, 공식행사 뒤에 이어진 술자리, 다음날의 시내관광도 일사천리였다. 마지막 날 회사 대표와의 간단한 면담에서도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고민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영어 문제를 때울 수 없었다. 특히 우리 부서에는 영어 능력자가 제로 상태였기 때문에 향후 영어와 관련된 일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 뻔했다. 안 그래도 심심치 않게 외국에서 오는 영어 팩스, 외국으로 보낼 감사 서신의 수정 및 검토 업무가 나에게 떨어지던 참이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게 물어서 혹은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내고 개인의 여가를 쪼개서 학습을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어디가 문제가 어느 정도나 불필요한 시간을 버렸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여기에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도 계속해서 하는 영어 공부법만을 소개할 수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영어 공부법. 5 / 2
매일 단어 5개를 ‘읽는다’. 매일 문장 2개를 ‘본다’. ‘영어를 잘해야지. 올해는 영어 기초를 마스터 해야지’라고 다들 생각은 하겠지만 정작 실상은 일 년 내내 영어를 ‘하나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일 영어단어 10개를 외우자, CNN 영어 청취를 매일 30분 하자는 각오는 3일 전후로 백지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안착한 영어 방법이 바로 이 ‘5 / 2’이다.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5개까지 뜻을 찾아보고, 선택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문장 2개를 말 그대로 ‘눈으로 본다’. 출근해서 여유가 없으면 점심시간에 하거나 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남아서 하고 퇴근했다.
원칙이 있다. 단어는 외우지 않는다. 문장은 해석하지 않는다. 읽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어 못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영어를 잘하기 위한 노력을 별도로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건 못할 짓이 아니겠는가.
(다양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 영어 단어 5개는 보스톤 글로브에서 찾아보고있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타임, 가디언지 등을 모두 거쳐서 보스톤 글로브로 온 것이다. 기사 내용이 평범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이 많고 무엇보다 전문용어나 현학적인 부분이 없어서 좋다.
문장 2개는 얼마 전까지 ‘백인이 좋아하는 것들 (Stuff White People Like)’이라는 유쾌한 블로그를 봤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우연히 찾아 들어가서 애독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져서 책도 내고 강연회도 다니는 모양이다. 요즘은 예일 대학의 공개강의 중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The Death)’에 공개된 강의록을 본다. 교수가 워낙 쿨한 사람이기 때문에 문장도 짤막짤막하고 시원스럽다. 이 사이트 역시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봤는데 얼마 전에 보니 우리나라에 책으로 나왔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다. 위의 두 사이트에 나오는 문장의 특징은 일단 문법적으로 단순하고 정확하며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대화의 소재와 문어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영어 공부법. 미드 보기
미드를 한동안 미친 듯이 ‘봤다’. 특히 SF 계열과 코미디 계열은 거의 다 봤다. 미드를 통해 영어 공부하는 방법은 많이 소개되었고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을 줄로 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역시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제된 것으로 ‘그냥 재미있는 것을 골라서 몰입해서’ 보는 게 전부다.
아무리 재밌는 미드라 하더라도, 원어민 정도의 실력이 안 되는데 자막 없이 보거나 영어스크립트만 나오게 하고 보면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흥미가 떨어지면… 이래저래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러니 미드를 볼 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는 모든 조언을 뿌리친 채 그냥 열심히 보는 편이 좋다. 다만 한-영 자막이 모두 구비된 파일을 구해서 한-영 자막이 동시에 나오게 한 뒤에 보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하면 좋은 표현과 문장에 눈이 가게 되고 한 편을 보고 나면 하나쯤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미드는 “Monk” (탐정물), “The Office” (블랙코미디), ”Boston Legal” (법정물) 등이다. 특징은 모두 장면보다 대화가 많고, 슬랭(속어)이 거의 없으며, 탄탄한 스토리는 없지만 인물별 캐릭터가 강해서 영미권의 문화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권하고 싶지 않은 미드는 실은 그 유명한 ‘프랜즈(Friends)’다. 말이 너무 빠르고 미국인도 실제 거의 쓰지 않는 슬랭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세 번째 영어 공부법. 영한대역을 구해서 비치한다
여기서 한가지 강조할 것은 영한대역을 구해서 ‘비치한다’는 마음가짐이다. 비치할 뿐, 읽거나 외우려는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한대역이 마땅한 것이 없다면 같은 책을 영어원서 한 권, 한글번역본 한 권을 나란히 가져다 놓는다.)
일단,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영한대역 책을 읽을 심신의 여유가 그다지 없다. 그리고 내 지론은 직장생활 시작하고 나서야 뒤늦게 영어 공부해서 성공할 사람 같으면 진작에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것이라는 점다. (좀 부정적인데 현실이 그렇다.) 즉, 사회에 진출해서야 ‘영어를 해야겠구나’ 라는 위기감이 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수업으로 편성해놓아도 공부를 안 했던 것 이상으로 더 영어공부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 먹고 공부하는 것은 심신이 모두 피곤한 일이다.
결론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의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며 내 경우에는 그중 하나가 영한대역 책을 사무실, 집, 화장실 등에 비치해 놓은 것이다.
영한대역의 책을 구해서 비치하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우선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이 생긴다. 영어실력은 나아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 영한대역의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그리고 책이 있으면 어찌 되었건 언젠가는 한 번쯤 읽게 된다.
근육을 키우면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싶고 좋은 옷을 사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당장 한 달, 두 달이 아니라 반년, 한 두 해 후에 영한대역 속의 문장이 한 두 개라도 기억에 남으면 성공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성인 직장인들은 일 년 내내 영어로 된 책이라곤 한 권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의 핵심. 스트레스를 줄이고 꾸준히
내가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한 방법은 위의 세 가지가 전부이다. 전화영어를 중간에 한 달 정도 했는데 무료쿠폰이 생겨서 한 것이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저 방법으로, 라고 말하면 꼭 저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어쨌건 간에, 2009년 말에 각각 워싱턴과 하와이 출장의 통역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역시나 영어를 잘하지는 못할 때였다. 그때의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가 지금도 생생하다. 워싱턴은 사전에 약속된 대화를 하기로 되어 있었고 돌발상황도 없었기 때문에 큰 위기는 없었다.
반면 하와이는 정말 큰 위기였다. 회의 말고도 리셉션, 만찬의 통역도 하게 되어 있었는데 ‘에이, 망했다. 그냥 망신당해도 싸다’ 고 생각하며 그냥 포기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참,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통역을 자처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넘어갔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다른 부서의 현지 코디네이터가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업무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이후부터 쭉 회사의 영어 사회, 통역을 맡아서 보았다. 단어를 5개 읽고 문장 2개를 봤다. 혼자 할 일이 없으면 미친 듯이 미드를 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어본을 심심할 때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문장해석이 막혀도 그냥 읽고 볼 뿐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래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에는 미국으로 6개월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영어를 실제로 잘 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한다’ 혹은 ‘영어는 잘 못하는데 회사 일이라고 망신을 무릅썼다’는 소문에 힘입어 뽑힌 게 아닌가 한다. 그 6개월 동안 영어가 조금 늘었는데 복귀하니 영어 관련 일이 몇 배로 늘어 곤란한 적도 실은 많았다. 그 이후부터는 미국 워싱턴 등지에 파견원, 연구원으로 나가 일했다.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이제는 영어도 제법 잘 하고 관련 업무는 내 쪽으로 온다. 태스크포스도 맡았고 신사업 분야에도 간여하고 있다.
이게 내가 영어벙어리에서 워싱턴에 파견원으로 다녀온 영어 능력자가 된 사연이다. 작고 단순한 계획이라도 빼놓지 않고 까먹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 이것이 결론적인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원문: 오피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