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rvard Business Review에 Stewart D. Friedman이 기고한 「Work + Home + Community + Self」를 참조해 편역한 것입니다.
과도한 헌신, 심경이 복잡한, 스트레스가 많은, 벌여놓은 일이 많은.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학력이나 직책, 신분에 상관없이 이 세상 모든 직장인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보아도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현상의 해법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공식이 통용되었다. 이는 현대 직장인의 문제를 다루는 모든 문헌에서 대체할 수 없는 계명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과 삶의 균형’은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없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가 동의하는바 이 ‘균형’이란 개념은 함정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 뒤에는 숨겨진 전제가 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또한 ‘균형’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우리 삶의 어떤 중요한 가치들이 서로 대립한다고 가정한다. 이를테면 일과 학교, 가족,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이들 각각과 자아를 대비시킨다. 현실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닌 통합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 가족, 공동체, 자아를 모두 고양하는 것이다.
일, 가족, 공동체, 자아. 이 네 가지 삶의 영역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이 유용할 것이다. 이는 각각 현실적일 것, 전체적일 것, 혁신적일 것 등이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조직심리학 차원에서 연구·분석한 결과에서 도출되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1. 어떻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인가
삶에서 현실적이 된다는 것은 확실성에 기반 두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확실성에 기반을 두고 행동한다는 것은 중요도에 의거해서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이런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라
- 가치를 견고하게 구체화하라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라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네 개의 원’이라고 부르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방법인데 우선 일, 가족, 공동체, 자아에 해당하는 원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때 위의 네 가지 요소들에 자신이 부여하는 가치만큼 원을 더 크게 그린다.
원을 그리고 난 후에는 서로 겹치는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떠올려 다시 겹치게 원을 그린다. 이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가치, 목표, 이익, 행동, 기대하는 결과 등이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 것도 좋다. 각각의 원과 그 겹치는 부분은 서로 양립할 수 있는가 아니면 대립하는가. 각각의 영역에서 당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상태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원들이 마치 동심원처럼 정렬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즉 겹치는 부분을 많이 찾아낼수록 문제의 해법을 찾기 용이해진다는 말도 된다. 겹치는 부분이 많아질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하는 방법을 바꾼다든가 일을 하는 목적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가족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로부터 나오는 소득이 가정에 주는 영향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가치를 견고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치를 견고하게 구체화하라
가치를 견고하게 구체화하는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치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일 이외의 삶 속에 있는 대상물을 당신의 사무실로 가져다 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족사진, 여행 기념품, 트로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을 ‘대화 도우미’라고 부른다.
만약 동료가 그것을 언급하면 당신은 그 물건이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상대에게도 이 대화 도우미를 사무실에 가져오도록 권하자. 반대로 사무실의 물건들을 집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 룸메이트, 방문객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직장에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하되 그런 것들이 가족 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빅토리아의 사례
여기 한 사례가 있다. 빅토리아는 제약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장이었다. 그녀는 위에서 소개한 방식대로 원을 그려보았다. 가장 큰 것은 일이었는데 문제는 그 원이 다른 어떤 원과도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 정체성과 가족, 공동체, 자아 간에 아무런 연결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했던 대화 도우미를 사용해 주변의 친구, 동료들과 자신이 하는 일과 그 가치, 그리고 일이 가족, 공동체, 자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얘기했다.
대화를 통해 그녀가 발견한 사실은, 자신의 임직원으로서의 역할이 생각한 것보다 다른 요소들과 상당히 많이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친구, 동료들은 이미 그녀의 역할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몇몇 동료들은 직장에서 빅토리아가 직원들에게 해주는 조언을 가족들에게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자신이 그렸던 원들 간에 겹치는 영역이 많아질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녀가 찾아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직장에서의 역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 딸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딸들은 엄마를 자랑스러워했고 회사에서의 엄마의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빅토리아는 자신이 맡은 마케팅 부서의 목표를 재구성했다. 이익 중심의 기존 목표 이면의 가치를 찾아내어 표면화시킨 것이다. 그 가치의 핵심은 수요자였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재구성한 목표와 가치를 설명하면서 각 가정의 아이들, 배우자, 이웃, 지역 사회로 구체화된 예를 들어 피부에 와닿게 했다.
그 결과 부서원들은 열정을 갖고 일하게 되었으며 업무의 질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렇게 되자 그녀의 부서장으로서의 업무부담도 상당히 줄어드는 부수효과가 생겼다. 그녀는 줄어든 부담만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가족에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밀어붙일 때 부서원들에 대해 느꼈던 미안함, 일에 몰두할 때 마음 한쪽에서 드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했다.
2. 어떻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것인가
‘전체적일 것’이라는 원칙은 통합적 행동을 하라는 뜻이다. 통합적 행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당신이 하는 모든 각각의 역할이 모여 당신이라는 한 사람을 구성하며, 당신 주변 사람들은 그 ‘한 사람’으로서의 당신에게 영향받고 고무되기 때문이다. 전체적, 통합적 행동을 위한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
- 가진 모든 자원을 활용하라
- 경계를 재설정하라
가진 모든 자원을 활용하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자원을 서로 이득이 되도록 활용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장점 확장하기(talent transfer)’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우선 당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이력서를 만들듯 쭉 써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동료의 멘토 역할, 가족단위 행사, 교회 자선행사 준비 등과 같은 내용도 집어넣는다.
그런 후에 그런 활동이 다른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이를 ‘장점 개발’ 방법이라고 일컫는다. 즉 자신의 장점을 먼저 규정하고 이를 새로운 영역에 적용해봄으로써 장점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자신의 업무상 장점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가정에서 시도해볼 수도 있고, 친목 활동 혹은 살사댄스 등의 취미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장점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방법을 찾아보자.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 해온 일, 각종 특기나 취미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계를 재설정하라
경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도전적인 일이다. 이것은 ‘나누고 다시 합치기’를 통해 연습할 수 있다. 나누고 합치기를 반복해보면서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나누기다. 당신이 현재 매우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고 치자. 이 사업을 위해 당신이 매주 토요일 아침 두 시간 정도를 일에 할애한다면 대신 나머지 시간을 당신이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투자하는 것이다. 혹은 매일 저녁 야근한다면 저녁 식사 때 만큼은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하면 합치기가 된다. 당신의 삶에 있는 둘 이상의 어떤 부분을 하나로 합쳐보자. 회사에서 후원하는 기금행사에 자녀들을 데려가거나, 이웃에서 여는 파티에 직장 동료를 초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난 후에는 무엇이 잘 되고 무엇이 잘 안 되는지 살펴본다. 특별한 생산적 효과가 있었는가? 벌려놓은 일이 많다고 느끼던 것이 줄었는가? 주변 사람들과 신뢰도나 친밀도가 상승했는가?
브라이언의 사례
회계법인에 다니는 브라이언은 이 나누고 합치기를 스스로 한 달 이상 실천해보았다. 원래 브라이언은 언제 어디서든 일과 관련된 서류를 검토하고 업무용 이메일을 확인하는 일벌레였다.
그는 우선 나누기를 하기로 작정한 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40분의 시간 동안 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그는 그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스트레스 해소 호흡, 스트레칭, 긍정적인 상상 등 자기계발 활동을 하는 데 썼다. 때로는 함께 출퇴근하는 이웃이나 동료, 옆에 앉은 사람들과 일상의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나 지역 내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친밀도가 높아졌고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도 다시 연락되었다.
이런 실천은 일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완충 효과를 가져왔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브라이언의 스트레스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그는 자신이 훨씬 더 자상하고 좋은 아빠, 남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식과 회복이 업무의 성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그는 이를 다른 영역으로 넓혀나갔다. 수면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린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는 건강과 업무집중도를 모두 증진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경계의 재설정이 생산성을 높이고 복지를 증진하며 관계개선의 효과를 가져온다. 후일담을 좀 더 말하자면, 브라이언이 시도한 단순한 출퇴근길의 변화는 브라이언이 더 큰 일을 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의 주변 사람에게 인간관계는 원만하고 업무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그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3. 어떻게 하는 것이 ‘혁신적’인 것인가
여기에서 혁신적이라는 말은 일, 가족, 공동체, 자아의 네 가지 영역을 정의하고 추구함에 있어 더욱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 결과에 집중하기
- 새로운 방식으로 일 처리 하기
결과에 집중하기
시나리오 연습법은 당신이 결과에 집중하는 능력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당신이 이전과 같은 시간과 노력을 쏟더라도 그 결과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 시나리오 연습법은 당신이 원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기 다른 방법을 적어보는 데서 시작한다. 이때 자신에게 가용한 자원과 대면하게 될 장애도 함께 적는다. 이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것인데 이를 통해 당신의 관심을 최종 결승점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 처리 하기
또 다른 방법은 새로운 행동 패턴을 적용해보거나 기존에 하는 행동을 새로운 시간과 장소로 옮겨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다. 집에서 면도하는 대신 헬스장에서 하거나, 집에서 하던 트럼펫 연습을 사무실에서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인과 결과에 관한 것들을 관찰하면 된다.
일상적인 반복에 변화를 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가? 이런 작은 행동이 당신이 원하는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방법을 발전시킨 것 중의 하나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다. 크라우드소싱은 당신이 직면한 문제점을 당신이 아는 가장 창의적인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아이디어, 해법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조언을 고르고 이를 기본으로 간단한 계획을 짜서 실행해보는 것이다.
이때 해당 조언을 해준 이들과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면서 계획을 실행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그 결과를 조언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요령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나 시간이 더 필요할 때는 그때 가서 행동을 바꾸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보면 된다. 이때 이전의 계획 실행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톰 티어리의 사례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의 CEO였던 톰 티어리는 거의 1년 동안 위 방법으로 조언을 찾아다녔고 확신이 선 후에는 즉각 그 조언을 실천에 옮겼다. 그의 노력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브리지스팬(Bridgespan)이라는 컨설턴트회사의 설립으로 연결되었다. 이 회사는 비영리 기업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한다.
1980년대에 그는 이미 “남다른 회사 만들기”라는 콘셉트를 만들어 글을 쓰고 강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티어리는 크라우드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친구와 지인 중 우수 인재를 골라 그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거기에서 얻은 영감을 실천에 옮겼다. 조언에 따라 그는 우선 자신이 사는 지역의 비영리 활동에 참가했다. 이후 참가 범위를 넓혀나갔다. 1999년이 되자 티어리는 모든 경험, 지식, 주변의 조언을 모아 지금의 브리지스팬을 설립했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마치며
지금까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인 ‘일, 가족, 공동체, 자아의 통합’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말했다. 단순한 조언이나 경험론적인 문장이 아닌 조직심리학에 입각한 가정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 결과로서 말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리드해나가는 것은 일종의 기교이다. 자연스럽게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위해 나가는 것에는 연구와 방법론, 그리고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리드하는 삶은 음악, 글쓰기, 춤 혹은 운동과 같이 항상 연습을 할 때 더 나아질 수 있다.
원문: 오피스N / 글: 남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