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생사회에 등록금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켜 고등교육 문제를 공론화시킨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다양한 사회 담론에서 목소리를 내며 보수층 등 일부의 비판, 혹 증오의 대상이 되는 등 부정적인 부분까지 함께 짊어진 이들. 바로 ‘21세기 한국 대학생 연합(한대련)’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국대학생연합의 탄생과 현황
한대련의 탄생은 한총련의 몰락으로부터 시작한다. 96년 연세대 항쟁을 계기로 당시 최대 대학생 단체였던 한총련은 이적단체 판정을 받게 되고, 전북총련 일부가 98년을 전후로 극우성향의 뉴라이트로 전향하게 된다. 이에 한총련 외부에서 ‘학생운동을 혁신해야 한다’ ‘학내 문제와 대학생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파벌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결국 그러던 중,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 총학생회, 서울 북부지역의 총학생회들을 중심으로 ‘한총련의 노선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학생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2005년 한국대학생연합이 발족하였다.
한대련은 출범 당시부터 한총련과는 다른 노선(한대련이 발족하였을 당시에도 한총련은 건재했었다)을 걸었고, 한총련과 선을 긋고 비운동권 학생회와 연대하면서 새로운 학생운동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특히 대학생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등록금 문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주요 담론으로 제시하고 등록금 인하 운동을 진행하게 된다.
이 운동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반값등록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단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러한 운동을 통해 한대련은 87년 전대협, 92년 한총련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대학생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한대련은 현재까지도 대학생 단체 중 가장 존재감이 큰 단체다.
하지만 2011년 한대련은 ‘등록금 정국’을 주도하며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했음에도 등록금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였고, 이 과정에서 설상가상으로 한대련에 가입된 개별 대학들이 학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조직의 입지가 약해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려대학교 새내기 콘서트 사건. 중운위 회의를 통해서 부결되었던 중앙광장에서의 새내기 콘서트 개최를 총학생회가 강행하면서 일부 단과대학 학생회장과 학생들이 이를 보이콧한 사건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
게다가, 2012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에서 한대련의 주류 파벌 인사들이 대거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대련은 정치적으로도 크게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 외에도 천안함/연평도/북핵 등 북한의 강경노선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논란이 될 만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면서 현재 한대련은 일반 학생들에게 강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조직 내부를 개혁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대련이 끼친 영향들
한대련은 등록금문제와 더불어 전통적 학생운동의 영역이었던 ‘사회문제에 대한 청년층의(그것이 전체 청년층의 의견은 아니더라도) 의견’을 드러내면서 사회 담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반값 등록금 운동’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등록금 문제와 더불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였다. 이것이 정치권의 쟁점이 되면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여야가 등록금 관련 문제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수도권 및 일부 지방대학 비운동권 학생회의 급진화가 촉발되었으며, 다양한 학생단체가 출현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지점이 있다.
한대련이 가진 문제점들
한대련의 발전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며, 한대련이 초창기에 비운동권도 포괄하는 학생운동 조직을 표방한 ‘대중조직’이었음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06~07년을 기점으로 FTA 반대운동, 한국진보연대 가입문제 등과 관련해 한대련 내 정파 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2010년 즈음에는 한대련 내 주류파벌이 (주로 수도권 학생회들로) 교체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한대련은 해당 파벌의 헤게모니 집단이 되었다는 비판에 부딪혔으며, 비운동권 등 다른 의견그룹들의 이탈과 더불어 그들의 한대련 내 진입 장벽도 높아졌다. 한대련 내부는 경직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의 경직성 탓에 한대련과 연대하고 있거나, 한대련에 소속된 학생회가 학내에서 한대련 중앙조직에서 결정한 사항을 이행한다며 학내 여론 수렴과정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여러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한 고려대학교 새내기 콘서트 사건이나 성공회대 한대련 가입사건(총학생회의 한대련 가입 총투표가 조작된 사건,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 등이 그것이다.
한대련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중조직’으로 시작하고 대중조직을 표방하고 있는 한대련이, 정작 대중의 여론과 괴리된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키 리졸브 훈련 반대’ 기자회견만 보더라도 그렇다. 북한 관료집단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악화되어 있음에도 불구, 이런 정서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 없이 작성된 듯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한대련은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국가장학금 제도의 도입 이후,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담론과 구호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반 한대련 정서에서 우려되는 점
당연히 한대련의 경직된 조직구조로 인해 한대련을 비판하거나, 또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특히 한대련의 운동 방식과 한대련의 이념적 영역에 대한 비판이 많다.
다만, 이 중에는 물론 중요한 비판들도 있으나, 일부 비판자들은 너무 이념적인 방향에 매몰되거나, 한대련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여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일부 한대련 연대/가입단위 학생회에서 붙인 대자보를 찢어버리거나 훼손한다거나, 한대련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비판하며 ‘종북세력이므로 무조건 잘못되었으니 처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반달리즘(파괴 행위)이나, 단순히 한대련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는 등의 행위는 자칫 잘못하면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단초를 제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대련 외의 정파성을 띄고 있는 학생회가 한대련 탈퇴 공약을 내세울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해당 대학 학생사회에서 한대련 학생회가 큰 문제를 일으켰으며, 그 사건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탈퇴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다만 한대련 탈퇴 공약을 포퓰리즘적으로 남용한다거나, 관련해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대련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한대련은 여전히 대학 학생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단체이지만, 위에서 말하였듯이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로에서 한대련은 다른 대학생 조직 – 반동이 아니라, 대안이 될 만한 – 이 어떤 구호를 내걸고 있는지, 그리고 한대련의 문제점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경청해야 할 것이다. 또 학내에서는 학생들과의 다양한 소통채널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 나아가 한대련과 원활히 소통하고 논쟁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조직 운영을 철저하게 개선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대련에서 활동하는 학생들 역시, 한대련에 소속된 학생회들이 학내외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이를 단순한 문제로 여기고 그저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넘어가지 말고, 어떤 비판이 있는지, 그들이 왜 그런 비판을 하는지, 그리고 그 비판을 어떻게 수용하여 더 나은 학생운동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한대련은 다른 학생운동 조직들과 연대하여 대학생 문제를 해결할수 있도록 한대련에 대한 이미지 변신과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미약한 글이지만 한대련에 대한 고찰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