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신규 상품을 내놔서 핫이슈였던 우체국 알뜰폰. 싼 요금제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4일부터 8일까지 약 4만 명이 가입했다 한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사람들 관심이 집중됐던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는 이 기간동안 약 1만 5천 명이 가입했다고. 우체국 알뜰폰에 신규로 가입한 사람들 중 약 40%가 ‘A제로 요금제’에 가입했다고 볼 수 있다. A제로 요금제는 월 기본 요금이 0원이면서, 매월 무료통화 50분을 준다고 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상품이다. 즉, 매월 50분을 공짜로 쓸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도 한번 신청해봤다. 이 정도면 하나 가입해서 알뜰폰이 어떤 것인지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A제로 요금제 신청. A부터 Z까지
기본에 쓰던 번호는 약정이 걸려 있어서 이동할 수 없는 상태라서 신규가입 신청을 했다. 본인인증이 되면 쇼핑몰 같은 곳에 널리 사용해도 되고, 업무용이나 어떤 서비스에 가입할 때 알려줄 용도로 활용해도 되겠다 싶었다.
어차피 알뜰폰(MVNO)은 SKT, KT, LGU+ 같은 기존 통신 사업자의 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거니까, 이론상으로는 통화 품질에 별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론상으론 그렇다). 그리고 요즘은 본인인증도 별 문제 없이 된다고 하니 괜찮겠다 싶긴 한데, 그렇다고 덥석 옮겨버릴 순 없다. 테스트를 직접 해봐야 안심하고 다 옮기지.
어쨌든 그래서 신청. 일단 우체국 알뜰폰 판매 안내 사이트는 아래 주소로 들어가면 된다.
요금제는 위 표처럼 돼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고, 다양한 통신사의 다양한 요금제들이 있다. 뭐가 다른지 비교해보려면 골치 아플 정도. 하지만 나는 다 필요 없고, 0원 요금제로 선택. 진짜로 월 기본료 0원인지가 궁금했다.
요금제를 결정했으면 ‘알뜰폰 O2O 신청’ 메뉴로 들어가면 된다.
위 그림이 나오는데, 핸드폰까지 신청할 거면 왼쪽, 유심(USIM)만 신청할 거면 오른쪽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옵션 선택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통신망 선택’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신망을 선택하라고 나온다. 하지만 SKT 망을 선택하면 가입하려는 에넥스텔레콤의 제로 요금제가 안 나온다. 그래서 KT망 선택. 어차피 신규 가입이니까 뭐 어떠랴 싶은데, 나중에 문제가 될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이것저것 써넣으라는 걸 써 넣으면 된다.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사용할 핸드폰 일련번호 등을 써넣어야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결제 정보를 입력하라고 나오는데, 신용카드로 결제할 거면 우체국에서 처리하라고 돼 있다. 우체국에 가면 무슨 기계 같은 거로 카드 긋고 처리해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종이로 된 신청서 주고 거기다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적어서 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그냥 계좌이체로 적어 냈다. 신용카드 정보를 종이에 적어서 남겨놓는다는 건 영 꺼림칙하니까.
어쨌든 이렇게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접수번호가 문자로 날아온다. 내 경우는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문자가 왔는데, 때에 따라서는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한다고.
이제 신분증 가지고 알뜰폰을 판매하는 우체국에 찾아가면 된다. 모든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니까, 미리 사이트에서 우체국을 찾아보고 가야 한다. 우체국마다 접수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간 우체국은 알뜰폰 처리 창구를 딱 하나만 열어놓고 있었는데, 번호표 없이 그냥 줄 서서 대기했다. 번호표는 다른 우편 처리 업무에 사용되기 때문에 알뜰폰 상담자들은 사용할 수 없었던 것.
앞에 다섯 명쯤 서 있었는데, 모두들 핸드폰 매장에 온 것처럼 현장에서 상담받고 물어보고 할 것으로 예상하고 온 분들이어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창구 직원이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하고, 옆에서도 도와주고, 아직 결정 못 한 사람들은 팜플렛 주면서 집에서 결정하고 오라고 하고 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여유 좀 가지고 가야 할 듯.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고 간 경우엔 초 스피드로 일이 진행된다. 문자로 온 접수번호 보여주고, 신분증 건네주면 신청서 등을 프린트해서 준다. 계약 동의한다 등에 서명하라고 표시해주므로 그냥 표시한 곳에 적어넣고 서명하고 다시 주니까 처리 끝.
내가 간 우체국은 대기 방식이 좀 안 좋았지만, 유심을 현장에서 바로 줘서 그건 좋았다. 유심 꽂아서 바로 몇 번 껐다 켜면 될 거라고 기대하고 괜히 기분이 좋았지.
하지만 유심을 갈아끼고 24시간 넘도록 몇 번이고 핸드폰을 껐다 켰지만, 신호는 뜨지 않았다. 물론 해피콜이라는 연락도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에넥스텔레콤(a모바일) 고객센터로 전화해보니 대기자가 90여 명. 나중에 다시 전화해보니 통화량이 많아서 아예 연결해줄 수 없다고 나온다.
우체국에 문의해보니 에넥스텔레콤은 지금(1월 8일) 해피콜 가는 데 1주일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리라 한다. 그럼 취소하려면 어찌해야 하냐고 물으니, 그것도 해피콜 갈 때 말하면 된단다. 결국,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 예감이 좋지 않다. 어쨌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니 어쩔 수 없다.
3일만에 겨우 개통됐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그런지유심을 끼우고 나서 3일 지나서야 개통됐다. 해피콜은 오지 않았고, 문자메시지(SMS)를 통해서 가입됐다고 연락이 왔다. 개통됐다는 문자를 받고 유심을 새로 끼운 핸드폰을 껏다 켰더니 ‘olleh’ 표시가 떴다.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는 KT 망을 사용하니까 이렇게 나오는 것. 그리고 3G 망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잘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것저것 하는 게 더 좋겠다 싶어서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했다. 홈페이지 회원가입은 에넥스텔레콤에서 받은 전화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화 개통이 된 후에야 가입할 수 있다.
개통하고 전화기를 껐다 켰더니 데이터 사용이 켜짐으로 돼 있었다. 바로 눈치채지 못하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다시 데이터를 끔으로 변경했다. 혹시나 그동안 데이터가 사용됐을까 싶어서 홈페이지 들어가서 사용량을 봤더니, 다행스럽게도 개통할 때부터 아예 ‘무선 데이터 차단 서비스’를 사용함으로 설정돼 있었다.
사용자가 아무것도 안 해도 개통할 때부터 6개 서비스는 자동으로 사용함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스팸차단서비스, 무선데이터차단서비스, 휴대폰결제 이용거부 등인데, 무선 데이터 차단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핸드폰에서 실수로 데이터를 켜 놓고 있어도 이통사 차원에서 데이터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폭탄을 막을 수 있다.
‘A제로 요금제’는 기존에 있던 월 기본료 1천 원 요금제를 약간 변경한 요금제인 듯싶다. 부가서비스에 알뜰 기본할인 1000으로 1천 원 할인이 설정돼 있었다. 그리고 AT Free 음성무료 50으로 50분 무료 통화가 주어지는 듯하다. 이건 실수로 해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듯.
그런데 가입한 첫 달은 무료통화 50분을 다 주지 않는다. 남은 기간을 나눠서 일정 무료통화를 제공해주는 듯하다. 개통되자마자 확인해보니 이번 달 무료통화는 35분이 주어져 있다. 아마도 다음 달부터는 50분이 주어질 듯싶다. A제로 요금제는 50분 무료통화가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음성통화가 초당 1.8원이다. 메이저 통신사의 표준요금제와 비슷한 금액이다.
문자메시지는 무료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건당 20원이다. 아마도 이런 데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전화를 사용하면서 문자메시지 하나 안 보낼 수는 없으니까.
홈페이지에 가입하자마자 무료로 제공되는 부가서비스를 한 번 둘러봤다. 홈페이지 문제로 정렬되지 않아서 일일이 찾아보는 게 좀 귀찮기는 하지만, 대략 쓸 만 한 서비스들은 다 제공되고 있다.
무선데이터 차단은 개통될 때부터 가입돼 있었으니까, 국제전화, 데이터 로밍 같은 것 등을 선택해서 가입하면 되겠다. 주의할 것은, 아마도 홈페이지에서 부가서비스에 가입하거나 해지하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람이 그걸 보고 처리하는 듯하다. 바로바로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린다.
특이한 것은 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바꾸는 메뉴가 있다는 것. 한 달에 두 번까지 전화번호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해지도 마이페이지로 로그인해서 들어가면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해지하기도 간편할 듯하다.
어쨌든 개통하고 잠깐 사용해보니 통화도 잘 되고 문자도 잘 된다. 어차피 A제로 요금제는 이 정도만 이용하려고 가입하는 거니까 더 이상 알아볼 것은 없는 셈이다. 이제 한 달 뒤에 기본요금이 진짜로 0원이 나오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되겠다.